[코믹] 해골가족 - 02. 첫사랑 경배를 만나다. 웁스!

카엔200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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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해골가족 - 02. 첫사랑 경배를 만나다. 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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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사랑 경배를 만나다.



촬영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기가 무섭게 나는 그 재수 없는 자식에게로 달려갔다.


“야! 너 아까 내 손 일부러 밟았지?”

“촬영 끝났으면 가라.”


시건방진 말투. 좀 생겼다고 지가 대단한 줄 아나본데.


“일부러 밟은 거냐고 물어보잖아.”

“그랬다면?”


뻔뻔한 말투가 사실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너 손대.”

“웃기고 있네. 엥엥거리지 말고 집에나 가라.”


엥엥거리지 말라고. 내가 말랐다는 말보다 더 듣기 싫은 말. 원래 혀가 짧은데다 목소리까지 가늘어서 목소리는 사실 내가 듣기에도 좀 그랬다.

내가 [안녕하세요] 하다면 실제 발음은 이러하다 [안뇽핫데여]

방금의 내 대사를 살펴보면 이렇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너 손 대]는

[머 이떵 게 다 있떠. 너 손 때]의 발음이다.

그것도 아주 강한 코맹맹이 소리로.


있는 힘껏 모든 분노를 실어 왕재수의 발을 밟아버렸다.


“아야. 너 죽을래?”


화를 내니 조금 무서워졌다. 이대로 도망을 가야하나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날 우습게 봤겠다.’


나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시나리오는 이러했다. 저 얌생이 놈을 있는 대로 약 올린다. 만약 한 대라도 치면 픽 쓰러진다. 사람들이 몰려온다. 사람들은 연약한 여자를 때린 놈이라고 얌생이를 욕한다. 하하하. 좀 비겁하긴 하지만 멋진 시나리오였다.

안 맞아도 그만, 맞으면 횡재하는 계획을 세운 나는 더욱 재수 없게 행동하기로 했다.


“니가 밟았잖아. 이렇게.”


얌생이 놈의 발을 세 번 연속이나 밟아댔다. 놈은 성질을 참지 못하고 발끈하는 모양이었다. 악의는 없는 듯이 그저 말리려는 의도로 나를 약간 밀쳐냈다.


‘이 때다!’


바닥에 넙죽 쓰러졌다. 아주 리얼하게. 비가 온 땅은 나를 더 비참해 보이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왜 그래?”


구원병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아주 서럽게 우는 시늉을 했다.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어차피 비가 오니 눈물은 보이지 않을 거란 계산이었다.


“괜찮아요?”


구원병은 나를 일으키려고 했다.


‘아직 사람들이 모자르단 말이야. 좀 더 와야 하는데.’


“아가씨, 일단 일어나 봐요. 감기 들겠어요.”


어찌나 힘이 센지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이 사람은 나의 첫사랑, 경배? 일명 뚱남이 탤런트 최경배였다.

아역 출신 배우로 희대 꽃미남이었던 그는 사춘기를 잘 못 보내고 뚱남이가 되어 이제는 어느 곳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그냥 그런 탤런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의 주인공 욕심쟁이 박영감의 아들로 나와 오늘 만날 것을 기대했지만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어릴 적에 사모하는 마음을 담아 팬레터를 보낸 것이 삼십 통도 넘었다. 그 중 다섯 통의 편지에는 답장을 받기도 했다. 어릴 적 경배에게 시집 갈 거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을 정도로 너무나 좋아했었다. 짝사랑이었지만 첫사랑의 기억은 너무도 강렬하여서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를 사모하는 마음이 남아있었다.


“저 사람이 저를 이렇게. 엉엉.”


잠시 말을 잃었지만 반가워할 때가 아니었다. 재수 없는 이재무 자식을 물먹이는 것이 더 급했으니까. 그러나 눈으로는 경배를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다. 실제 보니 진짜 물렁살에 뚱뚱했다. 하지만 눈빛에는 정말 날 위하는 다정다감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마음속은 감동으로 물결치고 있었다.


“너 어떻게 한 거야?”


경배는 재무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엉엉.”


엑스트라 하루 만에 연기에 물이 올랐는지 너무도 리얼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려왔다. 황당한 표정의 얌생이 놈.


‘그러게 아까 잘하지.’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면서 진흙이 묻은 손으로 얼굴을 닦았다. 살면서 처량한 경우가 한두 번도 아니었지만 지금의 모습은 처량함의 극을 달리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동정심이 팍팍 들겠다 싶었다.


“괜찮아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경배는 자기 옷에 진흙이 묻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를 일으켰다.


“몸이 말을 듣질 않네요.”


일어나길 거부했다. 아직은 사람이 더 와야 한다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거구의 뚱남이가 일으키려고 작정한 이상 더 이상 버티기는 무리였다. 아쉽지만 어쩌라.


“감사합니다.”


진짜 경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어려울 때 도와주러 오다니 너와 나는 인연이 아닐까? 이런 만남이 예정된 운명이었던 거야.’


누가 듣는 것도 아니라 내 맘대로 시를 써보았다.


“어머, 저 여자 왜 그런 거야?”

“이재무가 밀었나봐.”

“저런 여자애를 너무했다.”

“너무 불쌍해. 어떻게 저런 약한 애한테 저런 짓을 하지.”


‘앗싸! 저런 짓. 내가 바라던 말이지. 하하하.’


내 의도대로 사람들은 나를 측은한 눈길로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이 정도면 작전 성공. 이제 누군가가 오늘의 참상을 인터넷에 리얼하게 올려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럼 이재무 너 이미지 손상 좀 갈 거다. 하하하하.’


무안해진 이재무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나는 경배의 부축을 받으며 사람들이 비를 피해 모여 있는 실내로 들어갔다.


“어머! 혜림아 무슨 일이니?”


엄마는 놀라며 물었다.


“이재무가 밀었어.”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이 다 듣도록 큰 소리로 말았다. 역시나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얼굴의 웃음을 지우기 위해 애써 아픈 연기를 해야했다.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우선은 병원에 데려가시는 것이 좋겠어요.”


빗소리와 섞인 경배의 목소리는 참 듣기가 좋았다.


‘지금 날 염려하는 거지?’


“감사해요. 감사해서 어쩌지. 다음에 차라도 한잔.”

“괜찮아요. 몸조리부터 잘 하세요.”


‘뚱남아! 겸손도 지나치면 아니 되는 거야. 나의 수청을 들 거라.’


“이만 가볼게요.”


뚱남이는 내가 잡을 새도 없이 생긴 것과는 달리 민첩하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제야 힘들게 만난 우리 여기서 끝인 거니?’


경배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날 밤. 꿈에서 경배를 다시 만났다. 경배는 뚱남이의 모습이 아닌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를 보며 웃어주었다.


‘천상의 미소야.’


웃던 경배의 빰이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점점 뚱남이의 모습이 되었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혜림아, 우리 이만 헤어지자.”

“그게 무슨 소리야. 십년간 너만 기다렸는데. 이제서야 우리 어렵게 만난 거잖아.”


꿈속에서 우리는 다정한 연인 사이였다. 갑자기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나는 믿기지가 않았다. 너무나 가슴이 아파왔다.


“우리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우리가? 왜?”

“난 너무 뚱뚱하고, 넌 너무 말랐잖아.”


말랐다. 말랐다. 그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미안해. 내가 살찌면 되잖아. 내가 살찌면 우리 헤어지지 않아도 되는 거지? 그런 거지? 시간을 조금만 줘. 나 금방 살찌울 수 있어.”


멀어져가는 경배를 잡으려했지만 허공만이 잡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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