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티튜트-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갇혔다

냉동딸기20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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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허황된 공상 정도로 치부해야 마땅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독특한 발상에 혹할 만큼 충분히 ‘그럴듯한 가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음모론이 그럴듯한 망상에 그친 것도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MK울트라 프로젝트’로, 1950년대 미국 CIA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벌였다는 주장이다. 인간을 세뇌하고 조종하기 위해 정부기관이 피험자에게 마약을 투여하거나 고문하며 극비리에 실험을 벌였다는 이 음모론은 오랫동안 도시 전설처럼 회자되다가 마침내 관련 문서가 공개되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1995년 클린턴 행정부는 과거 정부를 대신해 공식 사과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비인도적인 사안의 특성상 일각에서는 여전히 음모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혹은 또 다른 진짜 목적을 숨기고 있다거나.

이제는 음모론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역사’는 그간 창작물에서도 여러 번 다뤄졌다. 최근에는 그 실체를 초능력 실험으로 구체화하는 추세다.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를 비롯해 영화 〈마녀〉, 〈아메리칸 울트라〉등은 모두 MK울트라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이를 일종의 초능력자 양성 계획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하나인 스티븐 킹 역시 이 일련의 유행을 자신의 주특기로 수렴했다. 그의 2019년작 〈인스티튜트〉는 염력이나 텔레파시에 재능을 가진 어린아이들을 납치한 후 가혹한 실험을 통해 초능력을 극대화하는 모종의 시설에 관한 이야기다. 기시감 가득한 소재지만 쌓아올리는 방식만큼은 무척 새롭다.

열두 살 루크는 MIT와 에머슨대학에 동시 입학 허가를 받은 영재 중의 영재다. 그에겐 염력이 있지만 사실 천재적인 지능에 비하면 미미한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괴한들이 루크를 납치해 ‘시설’에 감금한다. 루크는 이곳에서 또래 아이들을 만나고, 시설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초능력을 계발한답시고 시시때때로 물고문 등을 가한다. 아이들의 텔레파시 능력을 개화시키기 위해 온갖 악질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탓에 이곳에는 늘 크고 작은 폭력이 만연해 있다. 웬만한 어른보다 똑똑한 루크는 시설의 맹점을 이용하고 잡역부의 환심을 사 탈출을 도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