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글)정리의여왕

ㅇㅇ2026.01.19
조회6,533
안녕하세요.
수십 년 동안 저를 힘들게 했던 일이 있어,
이제는 지친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저희 친정어머니는 무언가를 버리는 것을
참 좋아하십니다. 우산 커버,
스프레이나 향수 뚜껑 등 꼭 있어야
할 부속품들을 자꾸 버리시곤 해요.
저는 물건을 온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어머니는 생각이 다르십니다.
​비단 작은 소품들뿐만이 아닙니다.
화장대나 옷장 서랍을 보시고
본인 기준에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임의로 정리하고 버리십니다.
어머니 물건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문제는 저희 집에 오셔서 제 물건에
손을 대신다는 점입니다.

어릴 적 따뜻한 나라로 유학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한동안 겨울옷이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하신 어머니는 제 코트와 패딩들을
모두 기부하셨습니다.
결국 겨울 방학에 집에 돌아와
가디건을 두 개씩 껴입고 지내다
다시 출국했던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현재 부모님은 멀리 살고 계셔서 일 년에 한두 번
저희 집에 오셔서 몇 달간 머무르십니다.
그때마다 제가 집을 비우면 어김없이
제 물건이나 옷장을 정리하십니다.
너무 화가 나서 사정도 해보고 화도 내보았지만,
변화는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정리해 줬으니 고마워하라"는
말씀뿐이셨어요.

한번은 출근할 때 방문을 잠그고 간 적도 있는데,
베란다 창문을 통해 방으로 들어와
기어이 정리를 해놓으셨더라고요.
지난주 여행을 다녀오니 어제도 또 옷장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지쳤습니다.
​집에 오시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번호키 비밀번호를 바꿀 수도 없고,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속이 타들어 갑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현명한 대처 방법이 있다면 제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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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엄마는 아버지 물건도 종종 버리시는데,
제 물건에는 특히 더 심하세요.
어릴 때 제가 만든 작품이나
그림들도 가져오면 바로 버리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남이 제 물건 손대는 것에 예민하고, 저 또한 남의 것은 종이 한 장 안 건드립니다.
​유행이 돌아오면 다시 입으려고 아껴둔
애착 옷들까지 버려지니 정말 속상합니다.
어제는 자려고 누웠다가 너무 속이상해서
울면서 가슴을 치고 말했어요.
제발 이거 하나만 하지 말아 달라고,
수만 번 말하지 않았냐고요.
​그런데 엄마는 도리어 저보고
"정신병이다, 중증이다"라고 하시네요.
정말이지 엄마 손 붙잡고 같이 상담이라도 받으러
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올 한해 한번 더 웃고 한번 더 행복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