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부모는 자식에게 재앙이다

ㅇㅇ2026.01.27
조회148,413
내 최초의 기억은 할머니에게 밥그릇으로 머리를 맞은 엄마, 그런 엄마의 손을 끌고 보건소로 향하던 언니, 그언니를 울면서 그 뒤를 따르던 나이다.

정신지체 2급의 엄마는 읍내에서 가장 큰 약방의 뒷방에서 남동생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어느날 남동생이 실종(인지 도망인지 아직도 모른다.)되자 주인부부의 중매로 뇌병변과 정신지체 3급의 아빠를 만났다고 한다.

할머니는 자신이 죽은뒤 아들의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해주고 손주들을 낳아줄 사람이 필요했지만 장애가 없는 여자가 아빠랑 결혼해줄리가 없었다.
지능이 7세정도인 엄마를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고 못알아들으면 때리고 또 가르치고 다시 욕하고 때리는 일을 반복했다.

딸만 둘을 낳았다는 이유로 할머니는 엄마를 "잡년"이라고 칭했다.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 엄마는 셋째를 임신하였고 셋째는 사산 되었다고 한다.
​사산된 아이가 아들이었을 거라는 생각에 할머니는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주방에서 아빠의 밥상을 차리던 엄마에게 밥그릇을 던졌다.
보건소로 향하던 기억이 최초라고 했지만 언니가 수십번은 얘기해준거라 내 기억인지 언니의 기억인지는 모르겠다.
덜덜덜 떨면서 치료를 받던 엄마와 눈치없이 엉엉 울던 나를 보면서 언니는 무슨생각을 했을까

어릴적 나의 기억은 손에 꼽을정도로 적지만
그 시절을 생각만 하면 아직도 숨이막힌다.
할머니는 늘 5시에 일어나서 자고있는 엄마의 머리를 발로 치면서 깨웠다. 같이 아침밥을 차리고 집안일 지시를 해놓고 6시 정도에 시장으로 일을하러 나가셨다.

아빠에겐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집 근처의 500평 남짓한 밭이 있는데 그게 아빠의 유일한 돈벌이였다.
하지만 사실상 돈이 되지는 않았다.
그 돈도 안되는 땅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복지도 혜택도 없었고 일하다 다치는 병원비가 더 나갔기 때문이다.
거동도 불편한 아빠가 농사지은 작물을 할머니는 시장에 내다 팔곤 했다.
아빠의 유일한 장점은 술, 담배를 안한다는 것.
단점은 폭력적인 것, 분노조절이 안된다는 것.

엄마는 으레 7살짜리 꼬마들이 그렇듯 통제가 어렵고 욕구가 강하다.
엄마는 아직도 할줄 아는 요리가 10개도 안된다.

부모님 모두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기때문에 우리집은 할머니가 집안의 기둥이였다.
내가 중3이 되던 해, 아직 그늘진곳은 눈이 녹지 않은 2월의 일이다.
시장에서 낙상을 당한 할머니가 응급실에서 깨어나셨다.
추가 검사를 해야한다는 의사선생님에게 욕을하며 언니와 내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밤새 앓는소리를 내시다가 잠에 드셨다.
다음날 할머니는 6시가 넘어서도 일어나지 않으셨다.
우리집안의 기둥이, 생리대 살돈이 없는 자매가 몇장없는 수건을 잘랐다고 머리카락을 잡아뜯은 악마가, 밑창이 해진 신발에 고무판을 붙여 신고다니던 스크루지가,
그렇게 가버렸다.

그 후, ​은행원을 목표로 상고를 다니던 언니는 책가방이 아닌 작업복을 선택했다.
우리집의 사정을 잘 모르던 담임선생님은 언니를 몇번이나 설득하였지만 자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빠와의 전화통화 한번으로 ​꿈많던 언니를 놓아주었다.

그런 언니의 희생으로 나는 서울소재의 대학에 합격했지만 한 학기만에 휴학을 하였다.
그리고 전직원이 30명도 되지 않았던 작은 회사에 취업하였다.
언니의 어깨에 놓인 짐을 덜어주고픈, 사실은 내맘이 편하고자 한 선택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장학금을 받을 수 없는 성적의 내가 대학교를 다니는건 사치였으니까.



아빠와 엄마는 우리 자매의 생일은 모르지만 본인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몇주전부터 먹고싶은것과 갖고싶은것을 요구한다.
언니랑 나는 어릴적부터 생일을 챙겨본적이 없기때문에 지금도 집에서는 챙기지 않는다.

몇년 전, 언니에게는 6-7년 만나던 남자가 있었는데 남자쪽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졌다.
어차피 결혼생각이 없어서 괜찮다고 했다.
언니는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부모님 보살피다가 시들어가는걸 보고싶지 않다고 덤덤히 말했지만
언니방에는 아직도 전남자친구가 언니 생일에 사준 선물들이 그대로 있다.

언니는 표현도 적고 속마음을 얘기하지 않아서 내가 끊임없이 물어보아야 한다.
그런 언니가 얼마전에 휴직을 하고 제주도로 내려갔다.
나아지지 않는 형편때문에 고작 6개월밖에 못해주었지만
언니에게 이런 자유는 40년 넘는 세월동안 처음이다.
그곳에서 봄을 맘껏 느끼고 오라고했다.
이곳으로 돌아오기 싫다면 오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언니에게는 18살부터 다녔던 공장에서 친해진 언니가 있었는데 그언니가 한달전쯤 세상을 떠났다.
그언니와 우리자매는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보다는 맏이인 우리언니와 꼭 닮은 사람이였다.
우리언니처럼 위태롭게 버티던 그언니가 무너진건 어머니의 치매였다.
이미 지옥인데 더 밑바닥이 있을줄 누가 알았을까
그 절망감을 누가 알아줄까

가난한 집에서 지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두 남녀가 결혼을 하는건 재앙이다.
그리고 그 부부가 애까지 낳는건 죄다.
그 삶을 오롯이 지켜본, 지나온 나의 생각은 그렇다.

장애인부모 수발을 위해 결혼을 포기한 사람이 우리 셋뿐만은 아닐것이다.
우리같은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길 바란다.

댓글 214

00오래 전

Best작가 소질 있음

오래 전

Best노력하면 행복이 찾아온다고 너무 쉽게들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정신병 오는거 시간문제입니다 왜 나는 안행복하지? 내 노력이 부족한건가? 어떻게 더 해야 행복해지지? 이런 생각만 계속 하게 돼요 삶이란게 결코 공평하지가 않아서 누구나 행복해질수 있는게 아니고 누군가는 불행을 기본베이스로 태어나죠 글쓴님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부모로부터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받고자란 저는 사는내내 삶의 의미를 찾을수가 없어서 괴로웠어요 결국 지금은 삶에 의미같은건 없고 태어났으니까 어쩔수 없이 산다 행복해질수는 없어도 죽고싶을 만큼 불행하지는 않게 하자 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쓴님의 인생이 불행으로 점철되어 있다면 그걸 조금이라도 상쇄시켜줄 요소들을 삶에 잘 배치하셔야 돼요 결혼은 포기하셨더라도 연애는 할수 있으면 하시고 신에게 의지하고 싶다면 종교라도 가지시고 내 삶에서 아주 잠깐이라도 도피하고 싶다면 책이나 영화라도 보시고 조금더 여유가 된다면 짧게 여행도 다녀오시고.. 저같은 경우는 책을 많이 읽었고 아이돌도 팠습니다ㅎㅎ 그런건 조금이라도 여유있는 사람이나 할수 있는거나 라고 생각하면 똑같은 삶이 계속 이어질 뿐이더라구요 아주 작더라도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뭔가를 찾아서 가까이에 둬야 그나마 숨은 쉬면서 살아갈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 불행이 끝나겠지 언젠간 행복해지겠지 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지금 당장 불행이 나를 죽이지 않도록 해주세요

ㅇㅇ오래 전

Best네이트에서 이정도 필력의 글은 오랜만이네요. 부모님 다 정신지체인데 언니분이나 쓰니나 똑똑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부모님은 시설 알아보시고, 두 분 모두 각자의 행복을 찾으시길 바랄게요

ㅇㅇ오래 전

Best부모님 두분 모두 장애가 있으시니 복지 지원신청도 해보시고.. 센터입소라던가.. 님이 짊어진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고 자매님들에게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님께서는 글쓰는 재능이 있으신거 같아요. 덤덤히 유년시절을 써보셔도 좋은 글이 될것 같아요

오래 전

Best저도 지옥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그래도 끝은 오더라구요 님자매에게도 하루빨리 자유와 행복의 날이 오길 바랍니다

ㅇㅇ오래 전

추·반난 할머니도 불쌍하다. 장애 자식에 며느리를 평생 먹여살렸네... 그 며느리 부모는 자식 넘긴거고..

쓰니오래 전

진심 소설책 읽는줄.. 푸념이라도 가끔글써주세요. 소질있음

ㅡㅡㅡ오래 전

덜떨어진 판녀작가들아....느끼는거없니??배움은 적을지언정 사실이 근거한 이런 글처럼쓰라고...덜떨어진 판에 기생하는작가들보면 진짜 개멍청한데......간만에 사실에 근거한 이런글..힘내라고 응원합니다.

ㅇㅇ오래 전

저마음이 너무 이해가된다 멀쩡해도 노후안되어있음 지옥인데 장애까지있음 얼마나힘들다 다놔버리고싶을듯 힘내세요

ㅇㅇ오래 전

두번 읽었어요 ㅠ

ㅇㅇ오래 전

글 정말 잘쓰시네요. 지금은 행복하시길...

김원준21666오래 전

모든 일은 결국엔 바른 길로 접어들 게 되어 있다. 하늘과 땅은 여전히 숨을 쉬며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으므로. 자신의 능력이 아닌 나를 통한 능력으로 자신의 성공을 움켜쥔 한 나쁜 놈은 오롯이 자신만 살고자 산으로 유인해서 등 떠밀어 죽여버렸는데 하늘은 그 여자를 다시 살려냈고 그 무자비한 나쁜 놈은 곧 치매에 걸린다. 누군가가 잘못되길 바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이번만은 허락해 주시라고 간절히 기도드렸다. 설사 그놈이 치매가 걸리기 전에 내가 먼저 죽더라도 그 사실을 알고 죽게 된 것 만으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죗값은 언젠가는 치른다. 이것은 진리다.

ㅇㅇ오래 전

아빠는 조현병에 알콜중독. 엄마는 지적장애 3급. 30살 딸은 그야말로 늑대소녀. 성정체성도 없어서 자기가 남자인줄..ㅠㅠ. 그렇다구요ㅠㅠ

ㅇㅇ오래 전

너무 아프다 ㅠㅠ

ㅎㅎ오래 전

가독성좋게 글 잘쓰네요 힘내시구요, 또 힘내세요 님이 이세상에 태어난 일말의 이유는 있을거에요.

ㅇㅇ오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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