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서가 먹은 1월의 점심 도시락

Nitro2026.01.31
조회14,502

 

작년 말에는 이래저래 회의나 출장이 많아서 도시락을 만든 날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몸에 안좋은게 확 체감이 되더라구요. 


아무래도 영양을 골고루 섭취한다는 측면에서는 도시락이 나으니까요.


심지어는 똑같은 메뉴를 구성한다고 해도 나트륨 함량 같은 건 사먹는 게 훨씬 더 높습니다. (요리학교에서 배운 바로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다시 도시락을 열심히 싸기로 결심!


그 첫번째 도시락은 콜드 파스타...라고 하면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펜네 샐러드에 감자 샐러드 한 숟갈 얹은 겁니다.


밑반찬으로 쓰려고 만들어 둔 샐러드 두 종류를 대충대충 넣어서 만들었지만, 그래도 맛있습니다.


 

콩나물과 샐러드를 곁들인 연어 스테이크 덮밥.


연어 역시 전날 만들어 먹고 남았던 것을 한 번 데워서 가져왔습니다. 


오븐에 갓 구웠을 때는 기름이 지글지글한 게 맛있었는데, 냉장고에서 하루 묵었던 걸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가져왔더니 식으면서 지방질이 하얗게 굳어버렸습니다.


뭐, 겉보기에는 좀 메롱한 상태이긴 한데 "오메가3 섭취"를 외치며 먹어줍니다.


 

아이들이 달걀 먹고 싶을때 긴급구호 물품으로 써먹는 메추리알 장조림. 데친 브로콜리. 그리고 달걀볶음밥.


밥솥에 있던 밥으로 그냥 볶음밥을 만들다보니 잡곡달걀볶음밥이라는 무시무시한 혼종이 나와버렸습니다.


블로그에 가끔 잡곡밥으로 만든 카레라이스를 올릴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잡곡밥에 카레라이스라니, 사마외도다!"라며 사냥당하곤 하는지라 잡곡볶음밥은 반응이 어떨까 싶네요.


 

시금치무침, 달걀말이, 단무지, 연근조림.


밥을 뭉쳐서 냉장고에 남은 반찬 대충 올렸는데 색깔 배합이 왠지 모르게 지라시스시나 오세치요리 느낌이 납니다 ㅋㅋ


언제 한 번 지라시 스시를 도시락으로 쌀까 싶기도 한데 생선회나 연어알이 상할까 싶어서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


 

한 달에 한 번은 먹어주는 스파게티.


대략 8~10인분 정도 왕창 삶아서 소스에 버무린 걸 냉장고에 넣어두면 온 가족이 식사로도 먹고 도시락으로도 먹고 간식으로도 먹으며 금방 사라집니다.


삶은 파스타를 기름에 한 번 볶고 토마토 소스에 케첩 섞어서 버무린 다음 먹기 전에 파르미지아노 뿌려 먹으면 맛있습니다.


고급스러운 맛은 아닌데 이탈리아 가정식과 일본식 나폴리탄이 섞인 듯한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청포묵 무침과 양배추 어묵 볶음.


양배추 어묵 볶음은 전날 떡볶이 만들 때 미리 떼어놓은 반찬입니다.


식용유에 마늘, 양파, 양배추를 볶다가 어묵을 추가하고 떡볶이 소스를 버무려 볶으면 완성입니다.


이걸 그대로 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육수 살짝 부어서 끓이면서 떡과 삶은 달걀과 라면 사리를 넣으면 떡볶이로 먹을 수도 있지요.


 

양배추와 새우튀김.


요즘엔 에어프라이어용으로 튀김이 제법 잘 나와서 오븐에 구워서 도시락으로 가져와도 맛있습니다.


팬더댄스라는 만화책에서 점심 시간에 식용유 끓여서 새우튀김을 바로 해먹는 걸 보며 격하게 부러워했는데


조리 공간이 없어서 바로 튀겨먹지는 못해도 이렇게나마 대리만족을 할 수 있어서 좋네요.


 

외부 회의가 있는 날은 도시락 까먹기가 애매해서 외식을 합니다.


맥도날드에서 행운버거를 프로모션으로 팔길래 한 번 먹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해시브라운을 좋아하는지라 골드 버전으로 주문.


사실 해시브라운은 바삭한 맛에 먹는 건데 버거 안에 들어가니까 조금 눅눅해져서 '다음부터는 맥모닝으로 따로 먹어야지' 결심했네요.


그래도 컬리 후라이는 기존의 감자튀김보다 좀 더 바삭한 느낌이라 만족.


 

제육덮밥.


제육은 직접 볶은 건 아니고, 퇴근길에 반찬가게에서 할인 특가로 팔길래 집어왔습니다.


4900원이었나 그랬는데 만 원짜리 식당 제육볶음보다 양이 훨씬 많네요.


식당에서 사먹는 건 인건비와 가게 월세가 들어간다는 걸 생각하면 반찬가게에서 이것저것 사서 밥과 함께 담기만 해도 식비가 절반은 줄어듭니다.


반찬가게도 인건비와 가게세가 들어가는 건 마찬가지이긴 한데 대량생산하기 때문에 품목당으로 놓고 보면 훨씬 저렴하거든요 ㅎㅎ.


 

딸내미 졸업 기념으로 쿠우쿠우 가고 싶대서 데려갔더니 달걀새우볶음밥을 두 접시나 퍼먹습니다.


좀 더 비싸고 맛있는 거 먹으라고 핀잔주려다가 꼬꼬마 시절 부모님과 함께 갔던 63빌딩 뷔페에서 김밥과 소세지 볶음만 잔뜩 담아왔던 게 생각나서 그냥 그러려니 했더랬지요.


워낙 잘 먹길래 도시락도 쌀 겸 달새밥을 넉넉하게 만들어서 아침으로 줬더니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웁니다.


그리곤 "아빠, 앞으로는 달걀볶음밥 말고 달새밥으로 해주세요!"라고 주문을 합니다. 내 무덤 내가 판건가 하는 생각에 아차 싶네요.


 

햄치즈 샌드위치. 


도시락 쌀 겨를이 없는데 날씨가 추워서 점심 때 외출하기도 싫은, 그런 날에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곤 합니다.


출근길에 마트에서 햄과 치즈를 사고, 사무실 냉장고에 얼려둔 식빵 위에 햄을 얹은 다음 오븐토스터에 구워줍니다.


햄치즈 샌드위치를 먹을 때마다 "라스무스와 방랑자"에서 햄 샌드위치 먹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어릴 적에 읽었던 책인데도 워낙 감명깊었던 부분인지라 지금도 오스카와 라스무스에 빙의된 기분으로 먹곤 하지요.


"오스카는 건초더미 위에 편한 자세로 앉아서 꾸러미를 풀고 신문지 속에서 버터빵을 꺼냈다. 거친 가루로 만든 빵에서 잘라낸 것 같은 큼지막하고 길쭉한 조각이었다. 오스카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웅얼거리면서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라스무스는 오스카가 빵에다 차가운 돼지고기를 얹어서 먹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차가운 돼지고기는 라스무스가 알고 있는 음식 가운데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었다. 오스카도 차가운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오스카는 빵을 씹어 먹다가, 다정하게 빵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중략) 오스카는 아무 말 없이 잘라 낸 빵 한 조각을 라스무스에게 건넸다. 빵은 굉장히 길쭉한데다가 굉장히 두꺼웠고, 그 위에는 커다란 돼지고기 두 조각이 얹혀져 있었다. 라스무스는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아, 이 행복이여. 이 짭짤한 돼지고기와 거칠고 검은 빵이 서로 어울려서 내는 맛이라니!"


 

도시락 쌀 겨를이 없는데 날씨가 추워서 점심 때 외출하기도 싫은, 그런데 어제 이미 햄샌드위치를 먹었다면 크림치즈 베이글이 또 하나의 대안입니다.


꽝꽝 언 베이글을 베이글 커터의 도움을 받아 반으로 자르고 오븐에 구운 다음 크림치즈와 딸기잼을 발라서 먹습니다.


직접 만든 딸기잼은 이제 마지막 한 병 남았는데, 이걸로 노지 딸기가 나오는 3~4월까지 버텨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하네요.


 

회사 주변에 서브웨이가 새로 개업했길래 먹어 본 참치 샌드위치.


미국 유학 당시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먹던 추억에 들렀는데... 미트볼 샌드위치는 한국에서 안 파나보네요.


큼직한 미트볼이 잔뜩 들어간 샌드위치를, 흥건한 토마토 소스에 젖은 빵을 직접 잡을 수 없어서 거의 포크로 떠먹듯 했던 그 맛이 그리운데 말이죠.


 

닭강정과 브로콜리를 곁들인 스파게티.


미트볼 대신 치킨볼!이라는 느낌으로 스파게티에 닭강정 섞어서 먹어봅니다.


남은 반찬으로 만든 도시락인데도 의외로 맛있습니다.


 

단골 해장국집이 하나 있는데, 해장국 때문에 주문하는 게 아니라 수육 때문에 주문하는 집입니다.


만 원짜리 머릿고기 수육을 파는데 엄청나게 많이 주거든요. 다른 가게에 비해 거의 1.5배는 많이 주는 듯.


그래서 두 개 사다가 냉동실에 얼려두고 가끔 데워 먹는데, 오늘은 왠지 도시락으로 싸먹고 싶어서 수육도시락을 만들어 봤습니다.


전에 만들어 뒀던 소금 샘플러에서 소금 좀 덜어서 수육 찍어먹으니 꿀맛입니다.


 

샐러드와 소불고기를 마지막으로 1월달 먹부림도 종료입니다.


이래저래 한 달 동안 열심히 도시락을 쌌더니 확실히 컨디션이 나아지는 느낌입니다.


물론 추운 날씨탓에 뭐 사먹으러 나가기 싫었던 것도 큰 이유지만요.


비싼 도시락통 처음 샀을 때 의욕 뿜뿜하던 건 어느 정도 사라지고, 이제는 슬슬 현실과 타협해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는 반찬이나 집에서 밑반찬으로 만들어 놓은 거 주섬주섬 챙겨먹는 쪽으로 바뀌는 듯 합니다.


다만 혈중 해장국 농도가 많이 떨어져서 다음 달에는 뚝배기에 부글부글 끓는 해장국 먹으러 가야겠다고 생각중입니다.

댓글 23

ㅇㅇ오래 전

참고책갈피식단

ㅇㅇ오래 전

오늘도 잘봤습니다~~

ㅇㅇ오래 전

와우.. 아빠셨구나 ㅋ 머찌세요~

ㅇㅇ오래 전

전 콩까지 넣어 만드는 잡곡밥 먹는 사람이라 볶음밥도 덮밥도 죄다 알록달록 잡곡밥 ㅎㅎ 익숙해지면 나쁘지않던데요

창아오래 전

너무 정갈하고 맛있게 싸셔서 점심시간만 기다려지시겠어요 ㅎㅎㅎ 넘맛있어보여요! 혹시 도시락통 정보좀 알수있을까요~?

ㅇㅇ오래 전

그냥 육개장 사발면에 햇반 먹어라 대충 한끼 때워

0000오래 전

정갈하게 잘 싸오네요.

ㅈㅁ오래 전

그만좀올려 연출 주작

쓰니오래 전

배곱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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