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인데 아빠가 무서워요..

익12026.02.11
조회12,070
쓰니는 5살까지 도시에 살았는데, 쓰니 아빠가 당뇨에 걸려서 시골에 내려가 친할머니랑 네식구가 살게됨.
쓰니가 10살까지는 아빠가 성당 사무실에서 사무를 봤고, 그 이후로는 집에서 농사를 지음.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가족들 먹고 남으면 친척들 보내줄 정도로만 지음. 
돈은 엄마가 아르바이트 하면서 벌어옴.
그래서 그런가 아빠는 굉장히 짠돌이였음. 쓰니랑 엄마는 사고싶은 걸 잘 못샀는데, 엄마 말로는 옛날에 간이식 수술 하려면 1억이 필요해서 그거 모으려고 그랬던거라고 함. 

아빠가 욕을 하거나 손찌검을 하지는 않음. 쓰니가 들어본 최고의 나쁜 말은 "이 새끼가 ~" 정도임. 
아빠가 맘에 안 드는 상황일 때 '니미' 정도가 최대욕임. 술 담배도 전혀 안함. 
근데 욱하는 성격이어서 좋은말로 나를 타이르거나 한 적이 없음. '셋 셀동안 안하면~?' 이런 거 없음. 하나에 무조건 버럭 화내기임.
그래서 그런가 쓰니는 눈치는 없지만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으로 자람.

식사시간에는 할머니랑 아빠는 아무말도 안하고 밥만 먹음. 엄마 혼자 이런저런 얘기 하시는데, 아빠 마음에 안드는 얘기하면 "하나마나 한 소리 하지마!" 하고 버럭함
쓰니 엄마는 심장이 약한데, 쓰니도 그걸 닮았는지 아빠가 버럭 소리지르면 심장이랑 온몸이 덜덜 떨림. 그럼 그냥 고개 처박고 밥만 먹는거임.
그래서 그런가 지금도 셋이 밥먹다가 엄마가 화장실 갔다온다하면 너무 불편하고 도망치고 싶음.

아빠가 쓰니랑 아이컨택을 하는 상황은 두가지 뿐임. 1. 혼낼 때, 2. 필요한 거 시킬 때. 지금도 눈 마주치기가 힘듦.

그래서 그랬나, 보통 여자애들은 나중에 커서 아빠랑 결혼한다고 하는데, 쓰니는 엄마한테 옆집 아저씨랑 결혼하면 안되냐고 물어봤음.ㅋㅋㅋㅋ
아저씨가 뭐 과자를 주거나 이런건 아니었고, "쓰니 왔니~?" 이러면서 웃어줬음. (아저씨가 셀프로 마당공사를 하고 있어서 탐험할 게 많았음.)

쓰니는 공부도 잘하고 착실한 애여서 학교에서 상을 많이 받아왔는데, 칭찬을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음. 
대학생 때 주말에 집에 내려가야하는데, 늦잠을 잤음. 전화해서 못간다고 말했더니, 아빠가 "잘~했다." 이러는 거임. 이게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칭찬임. 

아빠는 나를 강하게 키우고자 했는지 어렸을 때 뭐 물어보면 "니가 알아서 해!", "니가 찾아봐." 이게 기본이였음. 그래서 자립심 있게 컸는지 뭐든지 혼자서 잘함. 근데, 이제 엄마아빠가 스마트폰 모르는 거 물어볼 때, 엄마한텐 자세히 설명해주고 이것저것 알려주게되는데, 아빠가 물어보면 짜증이 남.




쓰니는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들어보진 못했지만, 아빠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님? 
쓰니 아빠는 당뇨에 따른 합병증으로 자주 아팠음. 쓰니가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죽을지 알았다고 함. 그래도 돈 벌려고 녹즙짜는 기계도 사고, 소도 한마리 키워보고, 생활비 아끼려고 닭이랑 토끼, 기타 등등 많이 키웠음. 쓰니는 동물농장같은 시골마을에서 자람. 여름에는 직접 딸기 따고, 가을에는 고구마 캐고, 옥수수 껍질 벗겨서 쪄먹고, 행복하게 자람.
- 초딩 저학년 겨울방학에,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는 일하러 갔고, 아빠가 반상에다가 밥을 차려서 방으로 갖다줬음. 부엌 추우니까 따뜻한 이불 속에서 먹으라고. 그러면 tv 보면서 아침을 먹었음.
- 학교 끝나고 날씨 궂은 날엔 항상 아빠가 데리러 와 줬음. (시골이라 집까지 걸어가면 초딩 땐 30분, 중딩 땐 자전거 타고 30분 이었음)
- 아빠는 9시에 자고 4시에 일어나는 사람인데, 겨울 아침에 일어나면 거실에 항상 나무 난로가 따뜻하게 피워져 있었음. (기름 보일러 안뗌)
- 쓰니는 중학생 때까진 공부를 잘했는데, 고등학교 가니까 학원 다니는 애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짐. 그래도 대학에 수시로 붙었는데, 아빠가 교육적인 지원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함.
- 고등학교 타지에 있는 기숙학교인데, 격주로 한달에 두번 집에 보내줌. 항상 데리러 와줬음.

깊은 고민 끝에, '아빠랑 나의 사랑의 언어가 달라서 그런가보다'로 이러고 대충 살았는데, 마음속에서 아빠를 손절치게 된 빅 이벤트가 두개 일어남.
21살 때, 아빠가 당뇨성 간경화로 간이식을 못받으면 죽을 상황이 됨. 난 외동이라 선택지가 하나임. 나도 뭐 무서웠지만, 배우자의 사망이 인간이 겪는 최대 스트레스라길래, 아빠가 죽으면 엄마가 치매 걸릴까봐,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남편을 살려주기로 함. 
(((번외로, 수술날을 기다리다가 아래 3개의 꿈을 꿈.1. 엄마가 죽는 꿈을 꿨을 땐 오열하면서 잠에서 깸.2. 아빠가 죽는 꿈에선 눈물도 안나고 마음이 편안해짐. 일어나서 내가 아빠를 안사랑하나..? 생각해봄..3. 죽는 꿈은 아니고, 공중 계단을 올라가야 되는데, 엄마랑 나는 계단을 올라갔는데 아빠는 못 올라와서 아빠를 남겨두고 엄마랑 나만 다음 칸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는 또 슬픔.)))
수술을 하게 되면서 나는 휴학을 했고, 수술 후에 집에서 엄마아빠랑 행복한 시간을 보냄. 이때는 아빠 볼에 뽀뽀까지 해줄 정도로 사이좋게 지냄.
대학생 때, 약대편입시험을 2년 준비했음. 23살 때, 2번째 낙방하고 자취방에서 지내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함. 장례식 끝나고 본가에서 일주일정도 지낼 때였음. 나는 오랜만에 엄마아빠랑 같이 있으니깐 너무 좋아서 애교도 부리고, 행복하게 지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아빠가 내 꼴이 답답했나봄. 시험을 더 볼건지 복학할건지 몰어봄. 애초에 약사에 뜻인 있던 건 아니고, 아빠가 권유하기도 하고, 주변친구들도 다 시험 보길래 시작한거라, 난 모르겠다 대답함. 거기서 아빠가 빡이 돌아가 그럼 어쩔거냐고 화냄. 
엄마랑 나는 아빠가 수술하고 죽었다 살아나서 새사람이 되었나보다, 성격도 바뀌었구나하고 좋아했는데, 큰 착각이었던 거임. 걍 옛날로 다시 돌아감.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는 아빠의 엄마가 죽었는데, 내가 너무 행복해하니까 그게 싫었던게 아닐까 싶음.


두번째 이벤트는, 취직하고 나서는 아빠가 너무 불편하니깐, 명절에 본가에서 이틀만 자고 나머지 3일은 남자친구 집에서 보내는 식으로 함.(남자친구랑 한달에 한번정도 만나는 장거리 커플임) 낮 12시 쯤에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아빠랑 근처에 장보러 왔는데,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심.(집에서 남친 집까지 1시간 반 거리) 근데 우리는 아직 안 일어나서 잠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거절함. 그런데 2시간쯤 후에 아빠한테 전화가 와서 집에 왔다가 가라고 함. 그래서 내가 왜 그러냐고 무슨일이냐고 그랬는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왔다가!!!!!!!!!!!!!" 이러고 뚝 끊음. 공룡이 포효하는 소리 같았음. 너무 놀라서 몸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줄줄 남. 근데 그때 내뱉은 말이 "그냥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어."임.


2년 전 쯤 명절에 엄빠랑 셋이 집에서 밥먹는데 갑자기 '아빠가 소리지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날 거 같음. 밥 냅다 삼키고 방에 왔는데 몸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줄줄 남. 음소거 비명을 지름. 내가 일부러 이러나? 아니면 진짜 문제가 있나? 싶은 생각에 병원을 가봄. 선생님은 이 상황에 정답은 없다고, 쓰니가 아빠랑 관계를 개선하고 싶으면 그쪽으로 상담해줄거고, 아빠랑 관계를 단절하고 싶으면 그래도 된다함. 난 선생님이 '둘중에 하나로 하세요.' 하고 정해주실지 알았는데,,; 손절하기엔 아빠가 날 사랑하는 거 같아서 죄책감 들고, 잘 지내보기엔 
아빠를 만나기 일주일 전부터는 일하는 내내 어렸을 적 생각으로 머릿속이 도배돼서 일에 집중이 안됨... 그렇다고 약을먹으면 생각은 좀 덜 나지만 업무에 지장이 가고, 내가 왜 약까지 먹어야 해?! 하는 생각에 화도 남.

지금 내가 궁금한 건
1. 사실 아빠는 날 엄청 사랑하는데, 내 정신상태가 나약해서 그냥 아빠가 한소리하면 눈물부터 나는 약해빠진 애인가. (부모님한테 대들고 자기 할말 다 하는 강한 애들도 있잖아..) 
2. 아빠를 무서워하는 내 멘탈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가.  3. 아빠랑 절연해도 되는가.(사실 이건 실현 불가능 하지 않을까..) 
+. 아빠랑 같이 있으면 마음이 너무 불편하니깐, 명절에 집 가면 이틀정도만 자고 다시 내 자취방으로 돌아옴. 근데 엄빠가 그게 너무 서운했는지, 이번 명절에는 내 자취방으로 올라와서 5일 주무시고 가신다는거임. 이 환장할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약 먹고 잘 해결함>>
+. 정신과 처방 약을 먹으면, 아빠를 만나기 전의 불안감은 가시는데, 같이 있을 때는 효과가 없음. 난 기억에 의한 트라우마니깐 약은 소용이 없는걸까? << 약 쎄게 처방 받아서 연휴 잘 마침>>

내 성격에 대한 소개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겠음

초등학생 때는 매년 반장을 했고, 전교어린이 회장도 함. 중학생 때는 친구들이 나대지 말라고 장난칠 정도로 활발한 성격임. 전교부회장도 함. 고등학생 때는 타지로 혼자 가서 좀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4명 정도 있으니깐, 잘 해냈다고 생각함. 대학생 때는 연극동아리, 관현악반, 테니스 동아리를 할정도로 두려움 없고 사교적인 성격임. 지금도 회사 또래들 집에 초대해서 같이 놀고, 나름 유쾌한 성격이라고 생각함. 그러고 처음 만나는 어른들은 나보고 사랑 많이 받고 자란 거 같다고, "쓰니씨는 아빠랑 엄청 친하지?" 이런 말도 들음.

-----------------------------------------------------------------------------뭐, 엄마가 역할을 안한 거 아니냐 하는 댓이 좀 있었는데, 엄마는 최선을 다함. 돈도 벌고, 밥 세끼 차리고, 시어머니도 모시고, 내 공부도 봐주고, 아빠로부터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정서적으로도 충분한 사랑을 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임.-----------------------------------------------------------------------------

글 수준이 고딩이란 말에 좀 수정해봤어요;
독한 댓글 몇개 받으면 정신 잡고 글 내리려고 했는데, 옛날에 저랑 비슷한 사람 있나하고 커뮤니티 뒤져봤던 제가 생각나서 그냥 남겨두려구요
다음 명절에도 와서 정신 잡을 겸.

댓글 38

ㅇㅇ오래 전

Best아빠가 공감능력떨어지는건맞는데 님도 굉장히 성향이 예민한듯 그냥 서로 안맞음

ㅇㅇ오래 전

Best부모중에 한명은 악역이 필요한거다. 쓰니가 예의있게 자란건 아버지 덕분이니 어릴때 서운했어도 잘해드려라.

ㅇㅇ오래 전

Best서른두살이라고? 오마이...사회생활 가능해? 어릴 때 사소한 기억부터 쭉 나열하는 거 보니까 천성이 개소심해서 그럼

ㅇㅇ오래 전

Best니아빠는 상남자가 아님. 진짜 상남자는 자기 가족을 사랑하고 감정적으로 학대하지 않음. 그리고 니 아빠는 무서운 아빠도 아님. 저런인간은 나쁜 개비라고 하는 거임.

ㅇㅇ오래 전

Best너무 사소한거 하나하나 다 담아두고산다ㅠ

ㅇㅇ오래 전

추·반님 인간관계 별로 안좋죠? 너무 예민해

ㅇㅇ오래 전

아빠 불쌍하다 이런것도 자식이라고...

ㅇㅇ오래 전

사회나가면 찡찡 울듯

ㅇㅇ오래 전

ㅈㄹ을 떨어요 이런 애들 너무 어이없어

ㅇㅇ오래 전

서른두살이라고? 오마이...사회생활 가능해? 어릴 때 사소한 기억부터 쭉 나열하는 거 보니까 천성이 개소심해서 그럼

ㅇㅇ오래 전

글에 너무 디테일한것까지 다 쓰는 습관이 있는듯. 본인 일기장이나 블로그 같은데 쓰는 글 같음. 아빠와의 관계는 그러려니 하고 사세요. 사람이 다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고 가족사이에도 좋은 기억 나쁜 기억이 극단적으로 공존할 수 있습니다. 32살이면 아빠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나갈지 과도하게 고민할 때는 아닙니다. 어릴때처럼 아빠를 맨날 만나는것도 아니고 가끔보는데 싫을때는 싫은대로 좋을때는 좋은대로 사세요.

ㅇㅇ오래 전

근데 아빠한테 반말하고 자람? 그거부터 이미 아빠가 많이 봐주심

ㅇㅇ오래 전

무섭다길래 나처럼 혼난줄 알았더니 아닌데. 난 마흔인데도 무서움. 진짜 지랄맞게 처맞고 자람. 언니랑 싸워도 나만 맞음. 쓰니 에피소드 하나하나 읽을때마다 '이게 왜?' 싶을 정도로 별것도 아닌 일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있네요.

ㅇㅇ오래 전

본문을 다 읽어보니 아빠가 심한 부분이 많고.. 쓰니가 마음이 여리고 겁이 많으며 청각이 유독 예민한 점 때문에 조금 과하게 두려워하는 것 같음 그리고 아빠를 진짜로 무서워하면 아빠한테 반말같은 건 아예 못함. 내 남동생처럼 아빠 눈도 못 마주치고 똑바로 서지 못하고 다리까지 떰. 벌벌 떤다 딱 그거임. 대화체보니까 쓰니는 아빠한테 반말 하면서 지내는 걸로 캐치가 되는데 그 정도면 아예 부녀사이를 포기할 단계는 아님

ㅇㅇ오래 전

몇살임? 쓴 수준은 고딩같음

ㅇㅇ오래 전

전라도로 딱 정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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