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차 베테랑인 제가, 왜 이 회사의 소모품처럼 느껴질까요?

하루하루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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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 곧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고 속만 끓이다가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한 분야에서만 22년을 굴렀어요.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저도 이 바닥에서는 눈치 하나로 먹고사는 귀신이 다 됐죠.
지금 다니는 회사요? 제가 들어오고 나서 정말 몰라보게 커졌습니다. 처음엔 초라한 개인 사무실이었는데, 제가 일감 물어오고 꼼꼼하게 회계 처리하고, 까다로운 의뢰인들 비위 다 맞춰가며 소통한 덕분에 이제는 제법 그럴싸한 회사가 됐거든요. 남들은 저보고 일복 하나는 타고났다고들 해요. 점을 봐도 남 좋은 일만 시키고 인덕은 좋은데 정작 본인 실속은 하나도 없다고 하는데, 그 말이 요즘 제 가슴을 송곳처럼 후벼팝니다.
제일 서러운 건 역시 돈 문제입니다. 제 급여가 세후 340만 원인데, 저보다 경력이 한참 어린 4년 차 남자 직원 급여를 우연히 알게 됐어요. 저랑 고작 50만 원 차이 나더군요. 그 친구는 들어올 때부터 매년 급여가 쑥쑥 오르는데, 저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벌써 몇 년째 동결입니다.
저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거 놓치기 싫어서 AI 프로그램 세 개씩 동시에 돌려가며 남들 한 시간 걸릴 일 10분 만에 끝내버립니다. 전문 자격증은 없어도 웬만한 자료는 귀신같이 찾아내서 완벽하게 서류 만들어내고요. 전화벨만 울려도 거래처 사람들이 저부터 찾고, 잡다한 심부름부터 이체 업무까지 제 손 안 거치는 게 없는데... 제 22년 노하우의 가치가 고작 이거밖에 안 되나 싶어 자괴감이 듭니다.
다른 직원들은 은행 가네, 우체국 가네 하며 자유롭게 밖으로 돌 때도 저는 늘 사무실을 지키는 안방마님 신세예요.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퇴근 시간 다 돼서 터지는 일들도 결국 다 제 몫이 되고요.
더 기가 막힌 건 대표의 태도입니다. 일에 미친 사람이라 성격도 안 좋고 평판도 바닥이라 직원들이 수시로 갈아치워지던 곳인데, 제가 들어오고 나서야 겨우 사람들이 몇 년씩 버티게 됐거든요. 제가 중간에서 완충 작용을 다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사고가 터지면 확인도 안 하고 저한테 다짜고짜 화를 내고 욕을 합니다. 그러다 본인 실수거나 다른 직원 실수인 게 밝혀지면 미안하다 소리 한마디 없이 슬쩍 구렁이 담 넘어가듯 조용히 넘어가는데, 그 뻔뻔한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속이 뒤집어져요.
요즘 부쩍 삶이 우울합니다. '이 나이에 나가서 뭘 하겠나' 싶어 꾹 참고 버텼는데, 이제는 정말 한계인 것 같아요. 저를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지 않는 곳에서, 심지어 상여금은 전직원 똑같이 100/200/300 입사일,경력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 지급되는데 급여 격차까지 좁혀지는 걸 보며 일할 의욕이 사라졌습니다.
현실은 낼모래 쉰이라는 숫자가 제 발목을 잡네요. 남 좋은 일 시킬 시간에 내 실속이나 좀 챙길걸, 지난 세월이 너무나 후회스러워 밤잠을 설칩니다. 진짜 이 나이에 직장 그만두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