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대명절 ‘설날’ 국가무형유산 지정 이후... 뉴스라운드

빠샤아아아202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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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유산 지정 이후, 가족과 효의 가치를 다시 묻는 따뜻한 전환점즐거운 대명절 ‘설날’ 국가무형유산 지정 이후...  뉴스라운드

뉴스라운드-차정준기자


전통은 보존의 대상이기 이전에 해석의 대상이다. 유리 진열장 속에 고이 모셔둘 때 전통은 생명력을 잃는다. 그것이 오늘의 삶과 연결될 때, 비로소 전통은 현재형이 된다. 설날을 비롯한 5대 명절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날짜를 보존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관계의 의미를 다시 묻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명절은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켜왔다. 오랜만의 귀향과 재회의 설렘이 있는가 하면, 가사노동의 불균형과 세대 갈등, 경제적 부담이라는 현실적 피로도 뒤따랐다. 특히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 초고령화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명절은 점점 ‘의무적 행사’로 축소되거나, 아예 건너뛰는 선택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국가가 설날을 무형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이런 흐름을 되돌리겠다는 일종의 사회적 메시지로 읽힌다. 명절을 단순한 공휴일이 아니라, 세대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공동체의 끈을 다시 묶는 시간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상징은 출발일 뿐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명절이 ‘인성 회복의 장’이 되려면, 구호가 아니라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경로사상은 어른을 향한 일방적 복종이나 형식적 절차로 유지될 수 없다. 존중은 상호성 위에서만 설득력을 갖는다.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려 하고, 자녀 세대 역시 노년의 시간을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효’는 현대적 의미를 갖는다.

이 지점에서 국가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취약계층 지원이나 돌봄 대책은 기본이다. 나아가 가족센터와 지역 공동체를 활용해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명절 준비의 부담을 나누는 실질적 캠페인을 병행해야 한다. ‘간소하지만 정성 어린 상차림’, ‘함께 준비하는 명절’, ‘돌봄을 나누는 가족’ 같은 메시지가 일상적 문화로 자리 잡을 때, 명절은 갈등의 장이 아니라 조정의 장이 될 수 있다.

전통적 설날이 농경의 주기를 따라 풍요를 기원하던 날이었다면, 오늘의 설날은 관계의 균열을 메우는 시간이어야 한다. 고립과 단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금, 명절은 공동체의 최소 단위인 가족을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21세기형 ‘사회적 백신’이다.

물론 전통은 강요로 살아남지 않는다. ‘구정’이라는 이름을 되찾는 과정이 역사적 정체성의 회복이었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내용의 혁신이다. 형식은 유지하되, 의미는 시대에 맞게 다시 써야 한다. 제사의 방식도, 만남의 방식도, 덕담의 언어도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마음의 방향이다.

국가무형유산 지정은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다. 우리는 어떤 가족을 상상하는가. 우리는 어떤 ‘효’를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

2026년의 설날이 단지 또 한 번의 연휴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식탁 위에서 오가는 짧은 안부 인사가 세대 간 이해로 이어지고, 형식적 절차 대신 진심 어린 대화가 자리를 채울 때, 그때 비로소 설날은 살아 있는 전통이 된다. 전통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우리가 매년 새로 써 내려가는 현재의 선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