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극단적 선택을 할뻔하면 부모들은 어때요?

ㅇㅇ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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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딩 때였어. 나는 별로 사랑을 못 받고 자랐고, 칭찬받은 기억보단 맨날 혼나기만 하며 자란 기억이 많아. 

참고로 엄마란 작자는 나 6살때 바람나서 집 나가서, 아빠가 나를 데리고 할머니 댁에 기어들어갔어. 할머니 입장에서는 본인도 장사하며 한몸 먹고사느라 바쁜데 아들놈이 이혼하고 기어들어와서는 나라는 짐까지 떠맡으니 대환장 파티였다는 게 지금나이 되니까 보이더라. 

하지만 어릴 때의 나는 그런 거 알 턱이 없었고, 그저 무조건 때쓰는 것밖에 할 줄 몰랐고, 그러다보니 아빠와 할머니도 분노조절장애에 걸렸던거 같아. 늘 그런 아빠와 할머니에게 고함지르고 윽박지름을 주로 당하고 혼나며 자라다보니 기를 못 펴고 자신감 없는 아이로 자랐지. 

고딩때......나는 그 날도 아빠랑 할머니한테 무슨 일 때문에 쥐잡듯이 잡히고 울면서 혼자 방에서 유서를 쓰고 커튼으로 목을 조르려 했어. 그런데 실패했어. 내가 몸무게가 무거운데 커튼까지 떨어지면 혼날 일만 더 생긴다는 생각에, 포기했지. 그리고 더 좋게 할 방법은 내가 머리가 나빠서 떠오르지 않았어. 

그런데 내가 그 유서는 못 버리고 내 책상서랍에 넣어뒀는데, 학교 돌아와보니 할머니랑 아빠가 내 책상서랍을 열어서 그 유서를 읽고 있는거야. 나한텐 사생활이 없었거든. 두 사람은 내 서랍이든, 일기든 뭐든 열어봤고, 방문도 노크도 없이 막 열고 들어오는...그런 분위기였으니. 문을 잠그기라도 하면 자기위로라도 하나 의심할테고 그럼 또 저것이 피는 못 속인다더니, 남자에 미쳐서 집 나간 지 애미 닮아서 벌써 문란한짓, 못된짓부터 배운다고 몰아세울게 뻔해서 문도 못 잠갔어. 지금 생각하면 자기위로가 뭔 죄라고 그런것까지 눈치보여서 문도 못 잠갔을까. 못된짓 아니고 사춘기 때부터 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행위인데...

그 유서를 읽고 두 사람의 눈이 치켜올라가고 이글이글 타오르면서, 학교다녀온 나를 보고 이노무 가시나가 확!!!!! 이러면서 나를 때리기 시작했고 니 공부는 안하고 이따위 짓이나 하려고 했나!!!! 이렇게 막 소리질렀어. 할머니도 거들면서 애비야, 더 때려라, 더!! 이노무 가시나가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이따위 생각이나 해!!!!! 이러면서....나는 맞으면서 죽고싶은데 못 죽은 데 대한 설움과, 맞아서 몸이 아픈 것과 욕먹어서 마음이 아픈 것에 그저 울었어. 그날은 정말 분노조절장애자들의 대환장 파티였어. 

그렇게 한바탕 난리치고 두 사람은 어머니, 위험한 물건 다 치우세요! 이노무 가시나 또 못된짓 못하게!!! 애비 니가 단속 잘 해라!! 내가 저노무 가시나 땜에 못산다, 아휴,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그날은 진짜 죽는것도 머리가 좋고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 강해졌지......

이런 아버지와 할머니의 반응, 어떻게 생각해? 난 솔직히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 그렇게 막 야단치기만 하지는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다고 그 당시 할머니와 아빠의 처지와 심정을 이해만 한다는거지 용서까지 된다는 건 아님. 나 역시도 상처받고 자라며 지금의 자존감 낮고 사회성 떨어지는 내가 되었고, 나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으면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용서는 안 되는거 같아.

나 불쌍하게 자란 사람이니 조롱은 하지 말아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