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너에게 갑자기 이별을 말해서 미안해
너에 대한 마음이 식어서 그런 건 아니었어
사실은 그때의 내 상황이 감당하기 벅찼어
계속 곁에 있다가는 내 지독한 열등감을 결국 너에게 들킬 것 같았고
그게 두려워서 도망치듯 이별을 말했어
너가 받을 배신감과 상처는 제대로 생각하지도 못한 채
너는 늘 나에게 먼저 주는 사람이었지
공부 열심히 하라며 비타민을 챙겨주고
내가 좋아하라고 꽃을 사주고
발렌타인이라고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주고
커플티 하고 싶다던 내 말에 후드집업도 선물해줬어
내가 아파서 운전을 못할 때는 대신 운전해줬고 데이트 계획도 표현도 이해도 늘 네가 먼저였어
나는 그걸 받으면서 정말 많이 기뻤어
그런데 마음 한편은 미안했어
나도 너에게 좋은 걸 사주고 싶었고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었어
근데 그럴 형편이 안 됐어
그래서 취직하면 더 잘해줘야지라고 혼자 다짐하고 있었어
우리 제주도 여행갔을 때 지원했던 회사에서 불합격 문자가 왔어 그 때 내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졌어
너 생일이어서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
너는 몰랐겠지만 김포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눈물이 흐르더라
너 생일인데 제대로 해준 것도 없고 맛있는 것도 못 사줬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어
혹시 들킬까 봐 창가 쪽으로 몸을 틀고 급하게 닦았어
본가로 돌아가 공부에 집중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어
다음에 붙으면 되지 여러 번 되뇌었어
근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내 스스로가 초라해지더라
dm으로 너가 부산에 가고 싶어 했지
나도 너랑 가고 싶었어
손잡고 같이 벚꽃도 보고 싶었어
그런데 내 잔고는 비어가고 있었고
내 초라한 모습이 들킬까 봐 겁이 났어
그래서 결국 혼자 결정해버렸어
너랑 상의하지도 않고
늦은 나이에 처음 한 연애라 모든 게 서툴렀고 너에게는 늘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었어
그렇게 잘못된 선택을 했어
이별을 말한 걸 아직도 후회해
헤어지고 두 달쯤 지나 합격 문자를 받았어
그 문자를 보자마자 네 생각이 먼저 났어
다시 붙잡고 싶었어
하지만 내가 준 상처를 생각하니 연락할 용기가 없었어
내 생일 날 네가 축하한다고 연락해줬을 때 정말 기뻤어 그래서 용기 내서 너에게 보자고 연락을 했고 나와줘서 고마웠어
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말투와 표정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
시간도 흘렀고 그렇게 헤어졌는데 당연한 건데
마음은 찢어지더라
우리 할머니 돌아가셨다고 말하니까 너가 울면서 왜 자기 안 불렀냐며 말했지
너의 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서 괜히 말했다 싶기도 하면서 내 슬픔을 같이 공감해줘서 고마웠어
우리 할머니가 왜 너 또 안 오냐고 물으시더라
그때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그때 네가 말했지
나랑 연애하면서 너는 T였다고
그 말을 듣고 내가 무심하게 굴었구나 생각했어
그래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도 못 했어
그래도 집은 데려다주고 싶었어
조금이라도 더 네 옆에 있고 싶었어
집 기억 안 나지라고 했지만
어떻게 기억이 안 나
나는 아직도 매일 네 생각을 하는데
집 앞에 도착해서 한 바퀴만 더 걷자고 했을 때
말하고 싶었어 많이 보고 싶고 아직도 좋아한다고
네가 그냥 들어간다고 해서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너에게 부담을 줬구나라고 생각했어
집에 돌아와 팔로우를 끊고 카톡 대화도 삭제했어 이렇게하면 더 이상 너에게 연락하지 않겠지라고 생각했어
다음 날 아침 바로 후회했어
지금 네 옆에 있는 사람 좋아보이더라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괜한 오지랖 같아서 축하한다고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있어
그 사람이 너에게 시들지 않는 스위트피 꽃을 선물해줬으면 좋겠어
이름으로 불리길 좋아하는 너를 자주 이름으로 불러줬으면 좋겠어
버스 탈 때는 너를 배려해서 앞자리에 앉아줬으면 좋겠어
네가 좋아하는 한라봉이랑 붕어빵도 많이 사줬으면 좋겠어
찜닭은 별로 안 좋아하니까 사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좋아하는 화요랑 카발란 위스키는 건강생각해서 조금만 사줬으면 좋겠어
유독 더위를 많이 타는 너지만 그래도 너를 많이 안아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무엇보다 너를 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적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너를 많이 사랑해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겠지만
그때 무작정 찾아가서 붙잡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많이 보고 싶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너를 만난 거였고
가장 후회되는 일이 너에게 이별을 통보한 거였어
미안했고 늘 고마웠어
항상 감기 조심하고 건강 잘 챙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