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만 이혼이 맞겠지요. 나도 사랑해주려면

쓰니2026.02.25
조회6,695
안녕하세요..^^ 
읽기만 했지 글은 처음 써봐서 어색하네요..
그래도 저보다 더 살아보신 분들께 익명으로 조언 구할 곳이 마땅치 않아 적어봅니다.
날카로운 댓글도 많이들 달리던데 좀 무섭네요..그래도 조언을 구하려면 그대로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꾸밈없이 적을게요. 
이미 많이 힘든 상태니 조금만 살살 부탁드립니다..

저는 30 중반 여자, 결혼 7년차 맞벌이입니다. 
남편과는 몇 년 연애 후 결혼했습니다.
결혼 이야기가 슬슬 나올 무렵 남편이 코인 빚투를 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는 너무 무서웠고 화를 내면서 코인을 청산하라고 했고 남편은 코인이 조금 올라서 빚을 조금 줄일 수 있을 때 코인에서 나오려 했지만 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코인을 청산했습니다. 
그리고 결혼 전까지 자신의 벌이로 빚을 없앴습니다.저는 그 당시 몰랐지만, 그게 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될 줄은 그 당시엔 둘다 몰랐습니다.

그렇게 거의 제 돈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저와 남편은 같은 직렬 공무원이고, 공무원 관련 대출이 가능하고..
저는 저축 위주의 사람이었어서.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었어요.
제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최선을 다하면 진심이라면 행복할 거다.
재정적인 부분은 먹고 사는 데 문제 없으면 된다.
지금처럼 해왔듯이 차곡차곡 하면 재미있을 정도는 살 수 있겠지.이런 가치관이었어요.

신혼으로부터 몇 년 나름대로 즐거웠어요. 그래서 지금 아프네요.
남편은 경제권도 제게 맡겨줬고 같이 주담대 갚으면서 살았고몇 년간 코인을 안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런 쪽으로 걱정을 하진 않았어요.
용돈으로 주고 제가 가계부를 썼으니 코인 할 돈도 없었어요.
저도 같은 액수로 용돈 썼구요.
이제 아이를 계획하자고 했는데, 남편이 조금 더 신혼을 보내고 하자고 해서그런가 했어요.

그렇게 결혼 초반 몇년에는 돈에 대한 건 일단락이 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이 싸웠어요.
저는 함께 하는 시간을 원하는 사람이었고, 남편은 개인의 자유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어요.
왜 그럼 결혼했냐고 하시겠지요.
그땐 남편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어요.
사랑꾼으로 유명했었어요.
저도 나름대로 신중하게 결정 했다고 한 건데 글쎄요결혼해보니 남편은 감정을 대화로 풀어가는 걸 많이 버거워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연애 시절엔 콩깍지가 있으니 다 제 의견대로 해 주는 게 편했던 것 같아요.
'자긴 의견이 없어?' 하며 서운해 해도 '네가 좋은 게 나도 좋아서 그래' 라는데 여기에서 이상 신호를 느낄 수 있는 여자라면 정말 대단하고..
일단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그저 저에게 맞춰주다가(다른 의견이어도 좋으니 괜찮다고 해도 통하지 않았어요)
무의식적으로 자기 역치에 도달한 어느 날부터인가저에게 화를 내며 집을 뛰쳐나가고 직장이나 피씨방으로 가버리는 날이 다반사였습니다.
왜 결혼하고 나서 이러냐고, 제가 말하니
미안해. 나도 내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
결혼생활이라는 거 잘 맞춰주고 노력하면 되는 줄 알았어. 그러더라구요.

저도 인정합니다. 성질 많이 버렸어요.
저 또한 결혼 전에 몰랐던 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어요.
제가 성실하고 자신감 있고 진취적인 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제가 융통성이 없고 논리적이기만 할 때가 있고 원가정에서의 애정 결핍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옳고 그름으로 대부분의 일을 판단하는데 남편은 자신이 원하는 선택인가, 감당 가능한가 로 판단하는 등 저와 세상을 해석하는 기준이 다르더라구요.
그러니 남편은 저에게 대화로 타협을 해볼 자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부부라는 게 다 공평하게, 옳게 모든 일을 할 순 없는 관계인데 제가 좀 미성숙한 부분도 이젠 받아들입니다.
그래도 그 당시의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2021~2022년 정도에 결국 남편이 코인을 저 몰래 또 했습니다.
모일 돈이 없었으니 대출로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몰랐고, 그런데 갈수록 남편이 결혼 생활엔 충실(하자는 건 어지간하면 함)하면서도 안색이 어둡고 더더 갈수록 이젠 폰 화면을 숨기는 각도로 보고.저도 이젠 불안해지고 의심에 휩싸이고.

그렇게 이젠 숨기기 어려울 수준이 됐을 때 남편에게 다그쳤고 결국 알게 됐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사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심리적으로.
남편은 죄인처럼 지내고 제 성격은 버리고 신혼생활은 떠나갔고 이젠 제가 억척이로 보여서 남편은 잠자리를 피했습니다.
모았던 돈을 그 빚 갚는 데 쓰고도 한동안은 다달이 그 빚을 더 갚아야 했습니다.

여기서 등신 같다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요.
저도 그때 정말 고민했답니다.
그래도 남편이 죄인처럼 살고 저도 돈이 최우선가치가 아닌 사람이라,그리고 갚을 수 있는 사이즈라고 생각했고 미래에 베팅을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이젠 너무 열심히 그 빚을 같이 갚느라 지치고 부부 관계도 멀어지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제게 억압을 느낀다고. 집을 나갔습니다.
제가 말렸지만 더 붙잡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1년 별거를 했고 실제로는 근처였지만 주말부부처럼 주말에 보고 그랬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그러다가 이제 제가 그렇게 싫으면 그렇게 해주겠다, 이혼해주겠다 했고그러니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1년을 함께 살았고 지금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1년도 집에서 결혼생활 같지 않은 생활을 살았습니다.
저는 결혼생활 같이 해줬지만 남편은 그게 안 되나 보더라구요.

읽어보니 제가 상등신이고 남편이 쓰레기 같으신가요

그래도 제가 여기 길게 쓴다고 썼어도 다 들어갈 수 없는 것들도 있네요.
여러 가지 진심이었고 마음 아픈 것들..
제가 아무 것도 몰랐던 결혼 초기에 다 제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던 오만들
그로 인해 남편이 더욱 식어가고 어긋났던 것들도 부정할 수는 없었고
(그게 다 제 탓만은 아닌 것은 알아요)
남편도 자기 인식 후 더 불행한 막장이 될까봐 아이를 그렇게 피했던 것들
혼자가 더 맞다고 생각해도 결혼한 여자인 절 생각해서 계속 살아보려 노력했던 것들
남편도 저도 딩크 원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래서 밖에 딩크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게 상처를 서로 주는 사람들이어도 결혼,부부 관계 지켜보려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질질 끈 우리가 미련해보이시지요.

이제는 저도 이혼이 실감되네요.
이혼 운운하며 싸운 날 많았지만 제가 정말 이혼하려고 정 떼면 남편이 붙잡고 남편이 노력해보려다 또 실패하고 그런 날이 참 많았어요.

남편이 그래요.
저에게 이젠 미안함과 고마움만 남았대요. 
제가 불쌍해서만은 이렇게 계속 살 수 없다는 걸 알고자기도 이렇게 자기 생각해줄 사람 없을 텐데,
후회할 거지만 그래도 마음이 더이상 생기지 않고 그건 저에게 너무 상처를 주는 일인 것 같다고.
이젠 저란 사람이 정말 바뀌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게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하는 거란 걸 아니까
그렇게 둘 수 없을 것 같대요.
재산분할도 없이 다 주겠대요.
저도 이제 진짜 마지막이구나 싶어요.

상담도 받아봤고..
내가 바뀌면 남편도 마음 속에 결혼 생활에 대한 새 희망도 생기고 바뀌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베팅하고 몇 년을 이 곳에 더 있었고
나이는 그만큼 더 먹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냥 내 결혼 생활 회복도 회복이지만
남편에게 플러스가 되고 싶었어요.
뭐 코인 하고 이런 거 이미 유책 사유고 못난 거 알지만 다 떠나서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젠 저란 사람 자체가 남편에게 플러스가 아닌 애매하고 불편한 존재가 된 거 같네요.
저는 진심으로 남편을 마지막이라도 존중하고 싶기 때문에 물러나는 게 좋겠죠.
초가집에서 살아도 자기 맘이 편해야 행복한 걸테니

제 인생의 소원은 따뜻한 가정 이루고
내 시간과 벌이와 모든 것들로 헌신해서
가족을 응원해주고 함께 웃으며 사는 겁니다.
아이가 있으면 사랑해주고 싶고 남편 챙겨주면서. 

내 벌이로 최대한의 부를 누리는 것..
그런 건 관심 없어요.
가정의 울타리가 되어줄 정도면 충분해요.
그래서 독신의 야망은 사실 없었습니다.
자취도 싫어했었구요. 
근데 돈 나갈 데가 없고 돈 쓰는 재미도 없어서 돈은 자꾸 모이네요..

소위 말해 요즘 말하는 '남미새' 같나요?
나는 내 남편만 바라봤는데..
솔직히 저는 독신은 원한 적 없어요.
지금 제게 모자란 것 하나 없지만요.
누구 덕 볼 생각 없어요. 제가 알아서 다 하구요.
그냥 사랑을 주고받고 함께 위로받으며 누군가와 살아가고 싶은 거죠.
그래도 제게 그런 인연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도 이젠 알아요. 
독신의 행복도 있을테니 대비해야죠.
그냥 요즘은 어떤 취미를 해도 재미가 없네요. 
직장도 친구도 투자도 여행도 가족도 모자란 게 없는데 인생이 너무 쓸데없이 기네요.
정신의학과 가서 우울증 처방은 받고 약도 권하시면 시키는대로 잘 치료하겠습니다.
전 제가 밖에서 티도 안 나고 웬만한 것들은 전부 씩씩하게 잘 해나가고 있어서 우울증 생각은 못했네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여자로 살고 싶네요.
그와 동시에 결혼이 얼마나 지독한 건지도 겪어서
제 인생에 누굴 들이더라도 절대 쉽게 들이진 않을 것 같은.. 생각이네요
저와 제 남편 모두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쇼윈도는 선택할 수 없네요
받아들여야죠
외롭네요.^^
노력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