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3년전에 우리 엄마 죽었을때 직장 다니고 있는 친구들은 다 조문 와주고 조의금도 받고 그랬는데 얘는 백수니까 부담주기 싫고 여기까지 올 차비도 없을것 같아서 별 말 안하다가 장례 다 끝나고 걔랑 카톡으로 일상 얘기하면서 슬쩍 우리 엄마 죽었다고 돌려서 말했는데, 보통은 대면대면한 직장동료 사이라도 최근에 모친상 치렀다고 하면 괜찮냐고 하잖아?
안 친한 동료나 동기들도 예의상 괜찮냐고 물어봐줬는데 얘는 친한 친구라는게 그런말 한 마디도 없었음.
그것도 10년 넘게 친구로 지냈고 자기 힘든 일 들어주고 가끔씩 이런식으로 해보라고 해결방법도 말해주고 자주 만나는 친구 부모가 죽었는데 괜찮냐고 묻기는 커녕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원래 얘기하던 주제로 돌아가서 정말 충격 받았음.
안 그래도 나는 남한테 부담주기 싫어서 내 얘기를 잘 안 하는데 걔는 주기적으로 우울하다고 하거나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일까지 다 물어보고 힘들었던 일을 다 얘기해서 굉장히 힘든거 다 참고 친구로 지내고 있었는데 진짜 저때 이 개새끼는 뭐지?라고 생각함.
나도 동료들 사이에 섞여있으면 말수도 적고 사회성이 부족한 편이지만 얘는 사회생활을 아예 안 해봐서고인의 명복을 표합니다, 라고 말하는건 바라지도 않았음. 아무리 그래도 괜찮냐, 한마디 정도는 말해줄줄 알았지.
괜찮냐고 물어보기만 했어도 난 계속 얘를 친구로 여겼을텐데 그런 말은 한마디도 안 하고 원래 하던 일상얘기 계속하다가 한달 후에 다른 일상얘기하면서 자기 엄마 얘기하길래 그때부터 정 떨어졌고 걔가 하는 모든 행동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기 시작함.
뭐 정이 떨어진건 저것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허구한날 심심해 놀아줘 배고파 우울해 이러는데 저거 들을때마다 소모되는 느낌이라 나중에는 저 단어만 봐도 노이로제 걸릴것 같아서 1년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예전이랑 다르게 성의없게 대답했더니 본인도 그걸 눈치챘었나봄. 스트레스 받아서 저런 말 할때마다 나도 모르게 꼽주고 짜증냈더니 나한테 저런 말 하는 빈도는 줄긴 했는데 그렇다고 이때까지 몇년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사라진건 아니고 계속 쌓여있었음.
안 그래도 콩가루 집안이라 친척끼리 소송도 하고 있고 늦둥이에 외동이라 아빠도 나이가 많아서 은퇴해서 내가 가장인데 아빠가 요즘 계속 아파서 심란했거든. 그래도 난 힘들다는 소리 안 하고 나 혼자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용돈받고 생활비 걱정없이 살면서 허구한날 카톡 단톡방에 우울해 심심해 놀아줘 배고파 사줘 힝 거리는 걔를 볼때마다 나중에 우리 아빠가 죽어도 비슷하게 굴거라고 생각하니까 정신이 아득해지더라... 이때까지는 친구라서 참았는데 언제부턴가 친구가 아니라 스트레스 유발원이 됐음. 계속 소모되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인 일로 힘들어서 혼자 있고 싶은데 쟤가 계속 허구한날 심심해 심심해 이래서 공황발작까지 몇 번 왔었고, 제작년부터 별일 아닌걸로 아빠한테 짜증내고 쓸데없이 신경질적으로 굴게 되서 나도 내가 왜 이러나 싶었음.
그러다가 걔가 계속 자기한테 왜 꼽주냐고 화냈고 내가 꼽준건 맞으니까 사과하고 몇주 동안 생각해봤음. 솔직히 얘는 처음 봤을때부터 지금까지 행동이 거의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 변할거라고 생각함. 그리고 난 이제 얘한테 정이 떨어질대로 떨어졌고 너무 지쳤음.
좋았던 추억도 많지만 지금은 심심해 배고파 놀아줘 우울하다 << 이런 단어를 쓰는걸 볼때마다 소모되는 기분이고 같이 있는게 너무 지침. 예전에는 자주 같이 산책도 갔는데 어느순간부터 거의 안 가게 된 이유가 얘가 우울해서 산책가고 싶다고 하는걸 보는것만으로도 힘들었음.
아무리 사람을 좋아해도 지나치게 타인에게 의존적인건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데 얘는 그걸 인지 못 하는 느낌이다. 인지하더라도 친구니까 괜찮다고 생각한것 같은데 정말 힘들었음. 더 이상 친구로 지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쪽에서 말을 아예 안 하면서 대화가 단절된 이후부터 이때까지 겪었던 모든 증상이 다 사라짐.
난 나름대로 꾸준히 연락하는 친구는 나름 있는 편임. 대놓고 절교하지 않는 이상은 계속 친구라고 생각해서 한참 전에 연락이 끊어졌어도 우연히 연락이 닿아서 잘 지내는 친구도 많은 편이다. 근데 얘는 예전에 아무리 잘 지냈고 싸우고 연락이 끊어진게 아니라 진학이나 이사때문에 어쩔수 없이 연락이 끊어졌는데도 상대방을 이유없이 험담하고 안 좋게 말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난 이것도 좀 불편했다. 그리고 이 습관이 의존을 키운게 아닌가 싶음.
특히 우울증이 한참 심했을 때 걔가 A라는 얘기 잘 들어주는 친구한테 밤낮 가리지 않고 전화 걸어서 우는 바람에 A는 걔한테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친구들 모임에서 빠졌고, 한동안 시달리는 바람에 우울증에 식이장애에 몇 년 넘게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면서 아직도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음. 그리고 걔는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부담주는걸 인지 못 하는건지 아예 모르고 이유없이 손절당했다고 생각했나 봄. 저번에 우연히 A얘기가 나왔는데 A? 그런 새끼 알게 뭔데? << 이러길래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가끔 예전에는 내가 그랬었지~ 라면서 웃고 넘기던데 양심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미안하게 느껴야하지 않나 싶음.
내가 이런 생각하는거 알면 걔는 니가 고민상담 하지 말래서 최근에는 안 했는데 뭐라는거냐고 할 거임. 다른 연락 끊긴 애들한테 한 것처럼 욕할 수도 있고. 근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친구간에도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절이 있는데 걔는 그런게 없어. 아무리 부담을 주고 의존적으로 행동해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해놓고도 "친구면 이래도 돼."라는 생각이 근간에 깔려있는것 같다. 그렇다고 걔가 나쁜건 아님. 안정형인 친구는 연락을 자주 안 해서 괜찮은지 무난하게 받아주는 느낌인데 나랑은 성향이 너무 안 맞아. 난 내가 힘든 얘기를 잘 안 하기도 하고 아무리 친구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거든. 특히 남의 부모가 갑자기 죽었을때나 힘든 일이 있다고 할때는. 근데 걔는 우울증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남의 말을 유심히 안 듣는다.
예전에 친구였던 사람의 지인에게 주차 문제로 오해를 사서 억울하게 맞았던 적이 있었음. 내차도 아니었는데 180 넘는 남자한테 팔꿈치로 머리를 맞는 바람에 병원에도 갔었고, 그 친구는 끝까지 술에 취해서 그런거고 지인은 아무 잘못도 없다며 옹호해서 손절함.
그 친구랑은 이제 완전히 손절했다고 했는데도 1시간후에 다른 얘기하다가 내가 다른 친구랑 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기를 했는데 아까 말했던 그 친구랑 갔냐, 친구 많네~ 이런식으로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난 나도 모르게 꼽줄것 같아서 되도록이면 걔 얘기 안 들으려고 하지만 어쩌다 얘기를 들어야할 상황이면 귀 기울여서 들어줬는데 얘는 내가 얘기할때 호응만 하고 한귀로 흘렸나봄. 대체 얼마나 흘려들었으면 뇌진탕 오게 한 사람 감싼 인간이랑 같이 여행갔냐는 소리를 하냐고. 이 일 외에도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일어났는데 그럴때마다 점점 정이 떨어져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사실 내가 걔를 손절한건지 계속 꼽줘서 열받은 걔가 내가 계속 말 안 하니까 나를 손절한건지는 모르겠는데 결과가 좋으면 좋은거지 싶고, 몇년만에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적이 없었음. 너무 행복하다... 해방된것 같고 드디어 인생의 짐 하나가 사라진 느낌임. 걔는 안정적인 친구가 있으니까 나름대로 잘 살거라고 생각함. 걔한테서 벗어나느라 친구모임에서 나온건 아쉽지만 정말 마음이 편하다. 나도 나 나름대로 잘 살아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