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디스트 프리지아 봄내음 향수

쓰니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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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셋째 주. 겨울은 완전히 떠난 건 아니지만 이제는 굳이 붙잡고 있을 이유도 없다. 쌀쌀한 저녁 공기가 가끔, 아주 가끔 피부결에 말을 건넨다.퇴근길 골목 건너 작은 꽃집.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노란 프리지아 한 다발.딱히 이유는 없지만 오늘 집에 데려가도 괜찮겠다는 생각.현관 선반일까, 식탁 끝일까, 아니면 침대 옆 협탁이 조금 더 어울릴까. 별것 아닌 고민이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머문다.현관 앞에 잠시 꽃을 내려둔채 샤워를 하고 나온뒤. 씻고 나온 몸 위로 익숙한 누디스트 향수를 두 번쯤 가볍게 펌핑한다. 기분이 조금 더 싱그러운 상태로현관 앞에 다가선다.누굴 맞이하는 것도 아닌데 잠깐 자세를 고치게 되는 순간. 감춰진 포장을 풀어해치자 옅은 노란빛이 천천히 공기 중으로 번져간다. 크게 달라진 건 없어보이지만 방안의 온도가 아주 조금 보드라워진다.줄기를 조금 자른뒤 물 채운 꽃병에 세워두면 방 한켠에 나만의 작은 계절이 놓인다. 몸은 아직 겨울의 피로에 머물러 있지만 프리지아는 그런 사정 따위 모르는 얼굴로 그저 환하게 향을 흘린다. 봄은 이렇게 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