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잘하는데 일머리 없을 수도 있어?

ㅇㅇ2026.03.19
조회6,482
예전부터 공부는 좀 했음. 반에서 2~3등 했었고 수능도 딱 그렇게 봤음. 그리고 예상한 대학의 예상한 학과에 들어가 예상한 연도에 졸업했음. 컴퓨터, 한국사 등 자격증도 많이 따놓고 토익 점수도 마찬가지임. 살면서 공부가 힘든 적은 없었음. 하기는 싫었지만 막상 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았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게 재밌기도 했음.

그렇게 4년제 인서울 칼졸업하고 바로 회사 들어가 인턴부터 시작했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함.

나는 내가 서류 파일 제목 붙이는 거 하나를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입사한 이후에야 알았음.

서식이 있고 그 서식 안에 뭐 '1분기 보조금' 이런 식으로 적은 후 잘라내서 테이프로 표지에 붙이는 간단한 작업임. 진짜 초등 저학년도 하는 작업인데 그걸 꼼꼼하게 못해서 테이프에 기포 생기고, 다시 붙이려고 떼내면 표지 표면까지 같이 찢어져서 대환장함. 자로 밀어보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하면 자에 힘이 균등하게 안 들어가서 어디는 깔끔하고 어디는 기포가 생김. 결과적으로 그리 보기 싫은 모습이 됨.

이걸로도 모자라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싹 다 리스트업해도 하나씩 빼먹는 게 생김. 갑자기 들어오는 일이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리스트 업 해놓은 게 무의미해짐.

심지어 리스트 업 하면서도 꼭 해야 할 일을 빠뜨리기도 함. 오늘은 A, B, C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메모장에 적어놓는데 사실 내가 진짜 해야 할 일은 D까지 있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님. 그래서 매번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또 뭐 빠뜨린 거 없나? 몇 번을 되짚어봐도 없음. 근데 나중되면 아 맞다 그거 했어야 됐는데; 이런 식임.

그리고 뭘 자꾸 깜빡함. 예를 들면 이번 주 금요일에 미팅이 있는데 생각없이 다른 일을 잡아버린다거나, 목요일이 공휴일인데 목요일로 예약을 잡을 생각을 함. 그리고 오늘 3시에 뭘 해야 되는데 뭔 자신감인지 알람도 안 맞춰놓고 깜빡한 적도 많음. 난 내가 그 일을 깜빡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음;

놀랍게도 이게 다 하루만에 일어난 일이고 난 근무한지 1년 반이나 됨.

이쯤되면 지능 문제인가 싶은데 학교 생활은 문제없이 했고,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내용도 대체로 잘 이해하는 편이었음. 적어도 내 지능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한 적은 없었음.

그런데 회사에선 대체 왜 이럴까 나도 이해할 수가 없음. 회사만 가면 뇌에서 뇌척수액 대신 참이슬이 흐르는 것 같음 진심으로;

안 혼나는 날이 없음...

댓글 31

ㅇㅇ오래 전

Best그런 사람 종종 봄 공부머리랑 일머리는 다른거임

ㅇㅇ오래 전

ADHD일수도 있어 일단 병원부터 가보자

ㅇㅇ오래 전

공부는 사실 노력하면 되는건데 일머리는 노력에다가 센스╋눈치가 필요해서 좀 다른 것 같음. 이번에 우리회사 신입도 공부는 잘하는데 일을 너무 못하고 게을러서 한소리했더니 다음 날 장문에 카톡이 옴 ㅋㅋㅋㅋㅋ. 이러이러해서 불편하고 불쾌하다, 다음부터는 조심해주시고 양해부탁드린다 이러던뎈ㅋㅋㅋㅋㅋ? 근데 나 진짜 별 말 안함...매장업무라서 청소 좀 더 꼼꼼하게 해주시고 로봇청소기 물은 아침마다 갈아야한단 말 밖에 안했음 ㅋㅋㅋㅋㅋ

에고오래 전

일머리는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센스도 있어야 하고 배우려는 자세도 있어야 하고. 공부머리는 그냥 주어진걸 잘 익히면 되는거라 완전히 다른 분야

ㅇㅇ오래 전

사회화가 안되어서 그런거임. 여자들이 기계치가 많은거 왜 인지 암? 머리가 나빠서? 아냐. 머리 좋아. 안 해봐서 그래. 독립심 있고 해본 여자들은 잘해. 새로운 기계 사도 설명서도 없이 만져보면 그냥 쓰고. 차도 고치고. 컴퓨터도 고치고 다 잘 한다고. 근데 안해보니까 형광등도 못가는 여자들이 나오는 거임. 남이 다 해줬으니까. 남자들이 머리가 나빠서 요리 못함? 안 해보니까 손도 못대는 거야. 라면 밖에 못 끓이고. 해본 애들은 잘 해. 여러가지 경험을 다 해봐야 하는데. 밥 먹으며 음악 틀어 놓고 채팅하며 게임하고 그런것도 해봐야 하는데. 안 해본거임. 그냥 공부만 한거지. 완벽한 분위기에서 하나만 집중하게. 그러니까 멀티태스킹이 안되고 경험도 없고. 사회에 나오니 적응을 못 하는 거지. 시간이 답인데 오래 걸릴거다. 살아온게 있으니. 그래도 신입때 보다는 좋아졌쟎아? 좋아질거야. 결국.

사랑의형태오래 전

"세이노의 가르침"(PDF화일도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음) 이 책도 한 번 보세요. 일머리 얘기 나옴.

ㅇㅇ오래 전

데이터 자장 능력과 일머리가 다름. 데이터, 그간의 수십년 학교 공부는 데이터뿐임. 그걸로는 테이프 하나 붙일 때 필요한 소근육 훈련이 안 됨. 이런 것조차 섬세한 감각과 기술이 필요한 거고 그건 그런 걸 많이 해봐야 길러짐. 만날 테이프 붙이는 연습하라고? 아니 집안일을 해야 한다. 청소 설거지 단순노동 같지만 청소 설거지 능숙하게 하고 노하우 같은 머리도 그냥 생기는 머리가 아니다. 공부만 해서 생긴 머리... 참.... 인간이 퇴화하는 중이다...

ㅇㅇ오래 전

업무가 어떤 업무야? 뭐 하나 할라고 하는데 전화받고 말걸고 메신저 오고 그러면 정신 사나워서 깜빡하기도 하더라구.. 혼자서는 집중 잘하지만 회사는 단체생활이다보니 그럴수있음 ㅜㅜ 업종을 바꿔서 조용히 혼자하는일을 해보는게 어떤지..?

ㅇㅇ오래 전

네 공부머리가 일머리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많습니다. 일잘러인데.. 팁은 몇가지 알려드리자면.. 제일 중요한 거는 일정관리입니다. 그 주에 끝내야 하는 거 일정별로 관리하고.. 매일 퇴근 전에 내일은 a업무 b업무 이런 식으로 관리하고, 아침 출근하면 오늘 챙겨야 하는 일은 포스트잇에 써서 모니터에 붙여 두세요. 일정 펑크내는 일만 없어도 중간은 갑니다. 그리고 손재주 없는 부분은 자꾸 하면 늘긴 늡니다. 집에서도 연습해 보세요. 그리고 장기적인 업무능력을 키우고 싶으시면.. 이 일을 왜 하는지? 전체 회사업무 중 어떤 단계(의미)에 있는 일인지.. 이 업무를 내가 잘 해 낼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되는지에서도 고민해 보시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큰 맥락에서 접근하면 세부업무에 대한 능력도 증가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마지막팁은.. 상급자나 동급자한테 물어볼때 그냥 이거 어떻게 하는 거에요? 하지 마시고 매뉴얼 등을 참고해서 이렇게 해 봤는데 잘 되지 않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까요? 물어보시고 답 주시면 어디 써 놓으세요. 반복되지 않게.. 첫직장에서 혹독하게 배워두면 평생 편해져요. 지금의 고민들이 님을 성장하게 할 꺼에요. 화이팅입니다!

ㅇㅇ오래 전

공부를 ㅈㄴ못했는데 일머리가 ㅈㄴ좋아서 어딜가도 인정받지만 좋은곳엔 못 갑니다. 반대도 당연히 있겠죠 뭐...

22오래 전

스펙 좋다고 일도 잘하는건 아니더라고요~공부만 잘하는 사람은 쓸데없이 자존심도 쎄고 인간관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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