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학교에 다녀오면 외출복으로 침대에 눕지 않고
입은 옷은 빨래통에 넣고 실내복으로 환복하는 습관을 배움
곧장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기보단
알림장에서 숙제와 준비물부터 확인하고
그걸 먼저 챙기고 노는 성실함을 가진 애로 키우기까지
부모 둘이서 애한테 들인 공은 진짜 어마무시 함
(계속된 잔소리, 계속된 실패, 반복적인 훈련)
아이 역시 유아기부터 적당한 귀찮음과 좌절을 겪은 후에
훈육을 통해 모범적인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쳤음
하지만 어느 정도 괜찮은 인간이 되어가는 이 아이는
교육 과정에서 한 가지 난관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학교임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어른은 저런 노력을 가르치지 않음
대충 사는 부모들이 대충 키운 아이를 학교에 집어던져 놓으면
공을 들여서 키워진 아이들은 그 아이들과 함께 뒤섞여서 자라게 됨
우리는 그걸 소셜믹스라 부르고
교실 한 곳에서 공동생활하며 사는 아이들끼리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법을 알라고 가르침
부모님의 공들인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는
조별 과제를 할 때마다 성실하게 해오고
챙길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오지만
같은 조원 중 일부는 아무 생각없이 숙제를 안해와서
팀에 패널티를 주고
수업 시간에 떠들어 수업 분위기를 산만하게 함
성실하게 자란 아이는 그 아이 때문에
방과 후에 남아서 추가 학습을 하거나
청소 시간에 함께 맡은 역할을 안하고 도망간 애 대신
교실 미화를 혼자 도맡는 등의 억울한 경험을 함
아이는 혼란을 겪음
저렇게 살아도 되는건지
자신은 열심히 했는데 왜 불성실한 일부 때문에 본인이 영향을 받아야하는지
교사는 더는 무례하고 안하무인인 악동들을 막을 만한 권리가 없이 무력하고
성실하고 무던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던 아이들은
대충 사는 악동들이 원하는대로 굴러가는 교실 분위기에 부조리를 느낌
반면에 대충 사는 부모 밑에서 자라난 아이는
학교에 와보니 전부 본인처럼 살지 않는다는 걸 점차 알게 됨
교실에서 우악스럽게 굴면서 분위기 망치고 있다는 건
선생님한테 매일 경고를 받고 있으니 알고있지만
당장은 수업에 열중하기보단 재밌게 장난치고 싶고
숙제는 귀찮으니 안하고 혼나는걸로 시간 때우기가 더 쉬우니 그렇게 함
조별과제 역시 내가 남한테 피해준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보는 본능이 먼저기 때문에 안함
부모가 입고 먹고 자는 본능 처리 방법만 알려줬지
숙제의 중요성이나 바른 습관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는 롤모델이 아니여서 그 아이의 도덕관도 그 수준에서 머무름
온순한 애들이 본인보다 힘이 세서 때리고 욕하지 않는 이상
자기 편한대로 살고 보는게 왜 문제인지 모름
그렇게 본인의 인생이 벌써 틀어져가고 있단 걸 모르다가
해가 지날수록 점차 본인의 가정환경이 평범하진 않다는걸 알게 됨
항상 난장판인 본인 집과 다르게 항상 깨끗한 친구의 방을 보거나
본인이 생각없이 학교 다닐 동안에 매번 상장을 받고 학업성취도도 높은 아이들은 선생님의 칭찬을 독차지하니 박탈감이 안 들 수가 없음
그래서 생각없이 살다가 비로소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된 아이들한테는
학교는 자기객관화의 수단이자 좋은 사회화 기관이 됨
이대로 살면 안되겠단걸 깨닫는 순간부터
가정의 적극적 양육을 받지 못해도
학교에서 모범적인 친구의 행동과 사회성을 모방하면서
평범 수준까지는 갱생하거나 좋은 습관을 가질 기회를 얻게 됨
물론 깨닫지 못하면 그대로 생각없이 살다가
생각없는 어른으로 자라남
반면 성실한 규범 속에서 자라던 아이들은 유혹을 겪음
인생을 대충 사는 애들의 비행이나 과격한 행동에
교실 분위기가 맞춰지고 또래들도 꼼짝을 못하니
그 나이의 얄팍한 시선에서는
그걸 대담함으로 착각해서 동경하거나 겁을 먹게 되어있음
일부 아이들은 답답하게 정도를 지키는
자기 성격을 비관하거나 엄격한 부모를 원망하기도 함
결국에 이들 중 일부는 어른이 되면 성실함이 얼마나 큰 재산이 되었을지 모르는 채 어린시절 친구를 잘못 만나서 탈선하거나
그들끼리의 인내심으로 뭉쳐 지내면서 문제아의 폭정을 견딤
현세대는 이런 교육 과정에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음
더 참고 인내하고 바르게 살려는 쪽이 더 큰 고통을 겪어야하기 때문임
교육의 방향성이 대충 살고 대충 생각하는 쪽에 맞춰져 있음
자기 좋은 본능대로 안하무인으로 살던 인간들은
반대 성향 인간들을 보고 반성이나 깨달음을 얻고 발전 자극을 얻을 수 있음
하지만 이미 성실하게 자기 몫을 다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이들과의 교류는 긍정적인 영향이 없는 스트레스일 뿐임
오히려 그들의 영향으로 나쁜 짓을 함께 안 저지르면 다행임
모범적인 시민을 양성해야하는 공공 교육 기관이
미래의 모범적인 시민이 될 새싹들은 너프시키고
본능이 앞서는 인간들을 자체 교화하라는 미션까지 주는거임
실제로 그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라면서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마시멜로를 먼저 처먹기만 하면서 산 애들과
마시멜로를 미루고 나중에 먹던 애들의 상태는 점점 벌어짐
이들은 비슷한 직업을 가지지 않을 확률이 높고
비슷한 사회에 종속되지 않을 확률이 높음
무던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적절하고 성실한 처세를 익힌 애들끼리만 두었다면
얘네끼리는 시너지를 내면서 더 크게 올라갈 확률이 높고
소셜믹스가 끊어진 채로 대충 키운 애들끼리 모아놓으면
사회의 구렁텅이를 만들고 막장 슬럼가를 형성함
이미 많은 선진국이 이런 이유로 공립학교 보내길 꺼려함
한국은 여전히 학부모들이 질 나쁜 애들은 따로 관리하라며 분리교육을 요청함
예전 같으면 특권 의식을 지닌 부모들의 유난이라며 까일 문제지만
요즘 교육의 실효성을 생각한다면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
학부모는 막대한 자본을 들여 애를 무던하고 올바르고 성실하게 키워야하는 투자자 입장인데
내가 애지중지 간신히 기른 아이를 대충 내던져진 덤핑매물 사이에 섞어두기 싫다는 건 당연한 요구 아닌가...?
(최악의 부모는 본인 아이가 폭탄매물이란 사실도 모르면서 진상을 부리는 부모라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조직에서도 회사에서도
이런 폭탄들을 자기 사회에 섞기 싫어서 선별과정을 거쳐서 집어내고 탈락시키고 있음
그렇다면 그걸 학교에서 먼저 훈련하고 교육시켜서 현실을 알려주는게 맞는거 아닌가?
양육이 비싸진 사회에서 학부모의 요구는 타당할지 모름
그리고 솔직히 그게 교사도 편함
잘 자라나는 애들은 걔네끼리만 둬도 안정감 있게 학급이 굴러가고
감정과 본능만 남아 멍청하게 구는 애들은 걔네끼리 모아두면
알아서 서로를 벌주고 상처주며 살거라
교사는 큰 문제만 안 생기면 그들을 방관하면 그만임
어차피 대충 사는 학부모들은 큰 소동만 아니면
애 학업성취도가 엉망인건 불만도 없을거고...
어쨌든 공교육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게 없어진 작금에
분리교육만이 남은 아이들의 행복도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음
소셜믹스 같은 건 최선을 다해서 자라고 있는 인간들만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교육 방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