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초 커뮤 교사가 느낀 교육 현실.txt

ㅇㅇ2026.03.28
조회15,243



보통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학교에 다녀오면 외출복으로 침대에 눕지 않고
입은 옷은 빨래통에 넣고 실내복으로 환복하는 습관을 배움
곧장 게임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기보단
알림장에서 숙제와 준비물부터 확인하고
그걸 먼저 챙기고 노는 성실함을 가진 애로 키우기까지
부모 둘이서 애한테 들인 공은 진짜 어마무시 함
(계속된 잔소리, 계속된 실패, 반복적인 훈련)

아이 역시 유아기부터 적당한 귀찮음과 좌절을 겪은 후에
훈육을 통해 모범적인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거쳤음
하지만 어느 정도 괜찮은 인간이 되어가는 이 아이는
교육 과정에서 한 가지 난관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첫번째가 바로 학교임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어른은 저런 노력을 가르치지 않음
대충 사는 부모들이 대충 키운 아이를 학교에 집어던져 놓으면
공을 들여서 키워진 아이들은 그 아이들과 함께 뒤섞여서 자라게 됨

우리는 그걸 소셜믹스라 부르고
교실 한 곳에서 공동생활하며 사는 아이들끼리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법을 알라고 가르침

부모님의 공들인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는
조별 과제를 할 때마다 성실하게 해오고
챙길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오지만
같은 조원 중 일부는 아무 생각없이 숙제를 안해와서
팀에 패널티를 주고
수업 시간에 떠들어 수업 분위기를 산만하게 함

성실하게 자란 아이는 그 아이 때문에
방과 후에 남아서 추가 학습을 하거나
청소 시간에 함께 맡은 역할을 안하고 도망간 애 대신
교실 미화를 혼자 도맡는 등의 억울한 경험을 함

아이는 혼란을 겪음
저렇게 살아도 되는건지
자신은 열심히 했는데 왜 불성실한 일부 때문에 본인이 영향을 받아야하는지
교사는 더는 무례하고 안하무인인 악동들을 막을 만한 권리가 없이 무력하고
성실하고 무던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던 아이들은
대충 사는 악동들이 원하는대로 굴러가는 교실 분위기에 부조리를 느낌

반면에 대충 사는 부모 밑에서 자라난 아이는
학교에 와보니 전부 본인처럼 살지 않는다는 걸 점차 알게 됨
교실에서 우악스럽게 굴면서 분위기 망치고 있다는 건
선생님한테 매일 경고를 받고 있으니 알고있지만
당장은 수업에 열중하기보단 재밌게 장난치고 싶고
숙제는 귀찮으니 안하고 혼나는걸로 시간 때우기가 더 쉬우니 그렇게 함
조별과제 역시 내가 남한테 피해준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보는 본능이 먼저기 때문에 안함

부모가 입고 먹고 자는 본능 처리 방법만 알려줬지
숙제의 중요성이나 바른 습관의 중요성을 가르쳐주는 롤모델이 아니여서 그 아이의 도덕관도 그 수준에서 머무름
온순한 애들이 본인보다 힘이 세서 때리고 욕하지 않는 이상
자기 편한대로 살고 보는게 왜 문제인지 모름

그렇게 본인의 인생이 벌써 틀어져가고 있단 걸 모르다가
해가 지날수록 점차 본인의 가정환경이 평범하진 않다는걸 알게 됨
항상 난장판인 본인 집과 다르게 항상 깨끗한 친구의 방을 보거나
본인이 생각없이 학교 다닐 동안에 매번 상장을 받고 학업성취도도 높은 아이들은 선생님의 칭찬을 독차지하니 박탈감이 안 들 수가 없음


그래서 생각없이 살다가 비로소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된 아이들한테는
학교는 자기객관화의 수단이자 좋은 사회화 기관이 됨
이대로 살면 안되겠단걸 깨닫는 순간부터
가정의 적극적 양육을 받지 못해도
학교에서 모범적인 친구의 행동과 사회성을 모방하면서
평범 수준까지는 갱생하거나 좋은 습관을 가질 기회를 얻게 됨
물론 깨닫지 못하면 그대로 생각없이 살다가
생각없는 어른으로 자라남


반면 성실한 규범 속에서 자라던 아이들은 유혹을 겪음
인생을 대충 사는 애들의 비행이나 과격한 행동에
교실 분위기가 맞춰지고 또래들도 꼼짝을 못하니
그 나이의 얄팍한 시선에서는
그걸 대담함으로 착각해서 동경하거나 겁을 먹게 되어있음


일부 아이들은 답답하게 정도를 지키는
자기 성격을 비관하거나 엄격한 부모를 원망하기도 함
결국에 이들 중 일부는 어른이 되면 성실함이 얼마나 큰 재산이 되었을지 모르는 채 어린시절 친구를 잘못 만나서 탈선하거나
그들끼리의 인내심으로 뭉쳐 지내면서 문제아의 폭정을 견딤


현세대는 이런 교육 과정에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음
더 참고 인내하고 바르게 살려는 쪽이 더 큰 고통을 겪어야하기 때문임
교육의 방향성이 대충 살고 대충 생각하는 쪽에 맞춰져 있음

자기 좋은 본능대로 안하무인으로 살던 인간들은
반대 성향 인간들을 보고 반성이나 깨달음을 얻고 발전 자극을 얻을 수 있음
하지만 이미 성실하게 자기 몫을 다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이들과의 교류는 긍정적인 영향이 없는 스트레스일 뿐임
오히려 그들의 영향으로 나쁜 짓을 함께 안 저지르면 다행임


모범적인 시민을 양성해야하는 공공 교육 기관이
미래의 모범적인 시민이 될 새싹들은 너프시키고
본능이 앞서는 인간들을 자체 교화하라는 미션까지 주는거임
실제로 그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라면서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마시멜로를 먼저 처먹기만 하면서 산 애들과
마시멜로를 미루고 나중에 먹던 애들의 상태는 점점 벌어짐
이들은 비슷한 직업을 가지지 않을 확률이 높고
비슷한 사회에 종속되지 않을 확률이 높음


무던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적절하고 성실한 처세를 익힌 애들끼리만 두었다면
얘네끼리는 시너지를 내면서 더 크게 올라갈 확률이 높고
소셜믹스가 끊어진 채로 대충 키운 애들끼리 모아놓으면
사회의 구렁텅이를 만들고 막장 슬럼가를 형성함


이미 많은 선진국이 이런 이유로 공립학교 보내길 꺼려함
한국은 여전히 학부모들이 질 나쁜 애들은 따로 관리하라며 분리교육을 요청함
예전 같으면 특권 의식을 지닌 부모들의 유난이라며 까일 문제지만
요즘 교육의 실효성을 생각한다면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

학부모는 막대한 자본을 들여 애를 무던하고 올바르고 성실하게 키워야하는 투자자 입장인데
내가 애지중지 간신히 기른 아이를 대충 내던져진 덤핑매물 사이에 섞어두기 싫다는 건 당연한 요구 아닌가...?
(최악의 부모는 본인 아이가 폭탄매물이란 사실도 모르면서 진상을 부리는 부모라지만...)

우리 사회는 이미 조직에서도 회사에서도
이런 폭탄들을 자기 사회에 섞기 싫어서 선별과정을 거쳐서 집어내고 탈락시키고 있음
그렇다면 그걸 학교에서 먼저 훈련하고 교육시켜서 현실을 알려주는게 맞는거 아닌가?
양육이 비싸진 사회에서 학부모의 요구는 타당할지 모름
그리고 솔직히 그게 교사도 편함

잘 자라나는 애들은 걔네끼리만 둬도 안정감 있게 학급이 굴러가고
감정과 본능만 남아 멍청하게 구는 애들은 걔네끼리 모아두면
알아서 서로를 벌주고 상처주며 살거라
교사는 큰 문제만 안 생기면 그들을 방관하면 그만임
어차피 대충 사는 학부모들은 큰 소동만 아니면
애 학업성취도가 엉망인건 불만도 없을거고...

어쨌든 공교육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게 없어진 작금에
분리교육만이 남은 아이들의 행복도에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음
소셜믹스 같은 건 최선을 다해서 자라고 있는 인간들만
큰 손해를 보게 되는 교육 방침임

댓글 18

싸이렌헤드3일 전

Best나도 교사지만 넌 교사하면 안되겠어 교사라면 말이다 그누구라도 가르칠수 있어야한다가 전제되어야한다. 그리고 멀쩡한 내들도 사회에 나가면 어차피 만나기 싫어도 섞여 살아가야해 그것또한 사회화의 일부라는 거지 현세의 국가와 인류가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발전해 온거야 정신차리고 애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더 나은 미래를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게 더 좋겠다. 40대 후반 교사가

싸이렌헤드3일 전

Best공교육의 존재이유를 모르는듯? 교육철학 공부좀 더하고오니라

저기요1일 전

어차피 섞여사는 세상이기에 교권약화가 문제인거지 소셜믹스가 문제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교권도 공권력이고 원칙에따라 퇴학도 가능하게끔 강화시켜야 어린애들도 법대로 사는걸 배우지.

ㅇㅇ1일 전

솔직히 한 반에 2~3명씩 정도 따로 빼서 모으면 나머지 반이 다 잘 굴러갈거임.. 뭔가 패널티가 있어야 되긴 함. 지옥훈련반 같은거 개설해서 문제아들 그 반으로 추방해서 고생좀 시키고 (걔네한테 도움되는 방향으로)잘 하면 복귀 시키고 하면 좋을거같음ㅋㅋㅋㅋ

ㅇㅇ

삭제된 댓글입니다.

쓰니2일 전

님 의견이 나치하고 뭐가 다르나요…모든걸 구분하면 구분된 학생들은 말씀 처럼 더 바른 학생으로 자랄까요? 선생님 본인도 저 상황처럼 던져진 상황에서 선생님까지 하시는 중인데 여러 사람을 경험하면서 사회로 나가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게 의견입니다 어떤 방식에서 나눈다 해도 결국 새로운 시도와 사람을 보면서 크는건 다들 동일할테니깐요.

ㅇㅇ2일 전

구구절절 맞는 말이네.

어휴2일 전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게 어짜피 사회 나가면 다 섞이게 되어 있음. 아무리 공부 잘해서 의사가 되어도 평생 공부 잘한 환자만 가려 받을 수 있을 거 같음? 대형 병원 아니면 간호조무사 많이 쓰는데 개네들? 고등학교 간신히 나와 학원 다녀 취업하는 애들 천지임. 더구나 민주사회에선 가장 문제인 게 투표권이 공부 잘하나 못하나 하나 씩임. 옛날처럼 계급 나눠서 사회생활도 따로 하고 정치적 권력도 윗 계급이 더 많이 가져가지 않는다면 결국 사회는 소셜믹스를 지향할 수 밖에 없음. 소셜 믹스 교육리 우리니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선진국들에서도 기본인데 교육정책 하는 사람들이 쓰니보다 무식해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님.

ㅇㅇ2일 전

내 아이들이 성실하고 바르게 자라게끔 교육하는 부모로서 깊이 공감합니다 교권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성실하고 평범한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는다는걸 벌써부터 느끼고 있었죠..

ㅇㅇ3일 전

현실은 대충 키운애들이 멘탈 강하고 회복탄력성 좋아서 더 잘사는 세상ㅋㅋㅋㅋ

욕하지마3일 전

이런 애들 때문에 전국민이 개고생

ㅇㅇ3일 전

내면의 컴플렉스가 녹아있는듯한 글. 정상적으로 잘 자란 교사는 여초커뮤 안하지 ㅋ 강남 학원가 5세고시 7세고시 부모들 만족할만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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