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커들의 선택

이것도 시집살이가 될 수 있나요

못된심보며느리2026.04.03
조회1,664

여기가 대나무숲이라며... 친구 얘기 듣고 글을 써봐.


결혼할 때 시댁 5분거리에 어머님 명의로 된 작은 아파트 살면 된다 해서 너무 감사하게 살았어. 아니 그건 지금도 너무 감사해. 원하는 동네는 아니었지만 결혼하면서 가장 큰 비용인 집문지가 우선은 해결이 되었으니까.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별 터치 없으셔서 정말 행복한 삶이었는데 아기를 낳고 나니 가족 분리가 사라진 기분이야.

아이 백일까지는 하루 두번 오셔서 아이를 안으셨고, 돌 전까지는 매일, 아니면 이틀에 한 번꼴로 오셔서 아이를 보고 가셨어.
반찬과 음식 재료들, 생필품까지 이것저것 가지고 오셨지만 내 마음이 마냥 편하지가 않았어. 온전히 쉬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아이와 자다가도 깨고 평소 나시 하나 걸치고 있다가도 호다닥 옷 입고.

밥은 뭐 먹는지 아이는 뭐 먹이는지 유심히 보시고 한 마디씩 하시는 것도 부담스럽고 아이 먹는 재료 보고 다음엔 그 재료도 사오시고 이거 먹여봐라 저거 먹여봐라 하시는 것도...

돌이 지나니 이제는 오셔서 아이를 데리고 가셨어. 육아휴직 중이라 내가 딱히 할 일이라고는 집안일, 그리고 아이를 돌보는 것 뿐인데. 늘 미리 연락 없이 오셨고, 아이 저녁 챙겨달라 하셔서 후다닥 아이 저녁 챙겨서 보냈어. 그러고는 괜히 허전하고 눈물이 나더라고.

차라리 어린이집을 보내자 싶어 어린이집을 보내니 오늘은 어린이집 가는 길목에 서성이시다 같이 하원을 시켰어. 놀이터에서 놀고 있을테니 저녁 챙겨 가져다달라 하시더라고.


사실 쎄하긴 했어. 아이 낳은 날도 남편만 올 수 있다고 병원에서 고지해서 얘기했는데 기어코 오셔서 간호사 선생님께 한 소리 듣고, 병원에서 조리원 들어가는 날에는 아기 데리고 문 밖을 나서자마자 어머님이 안아가셨어. 그 뒤로 가족 행사 등등 어머님과 함께 할 때에는 아이를 안아줄 수가 없어.


음식이나 장도 그만봐달라 해도 일방통행이시고, 미리 연락달라 몇시 오실거냐 해도 정확히 말씀 안해주시고 그걸 물어보는 걸 이상하다는 듯이 반응하셔.


친정 식구한테 고민하다 얘기했더니 언니는 오히려 부럽다고 하더라고.. 보통 아이 보면서 산후 우울증 오는데 아이 봐주면 너 시간 가지라고. 근데 나는 아이 출산하고 나서부터 마음 편한 적이 없거든.. 그리고 언제 오실지 모르니 사실 갑자기 뜬 애매한 두 세시간동안 뭘 해야 하는지 멍하다 정신 차리면 아이가 와있더라고.

엄마아빠는 아무리 그래도 어르신들한테 잘 해드려라, 나중에 후회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 받고 자랄 수 있는 건 아이 복이다 말씀하셔. 엄마아빠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라며.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 엄마가 한시간 넘는 거리를 자주 와서 하소연 받아주시고 기분 전환시켜주고 가셨어.


어머님은 예전에 할아버님께 아주 독한 시집살이를 받으셨대. 밥도 반찬도 해다드리고 술주정도 받아드리고. 그래서 절대 그런 건 없을거다 하셨는데, 나는 원치 않는 이런 관심과 사랑이 부담스럽고 뭐 하나 맘 편히 못하는게 시집살이로 느껴져.
내가 이상한걸까.


남편한테는 지나가듯 말은 해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해. 나도 굉장히 가정적인 성격이고 우리엄마아빠와는 매일 통화도 하니 그의 부모도 편할거라 생각하는걸까.

내 성격이 거절도 잘 못하고 아쉬운 소리도 못해 속으로 썩히는 편인데 자꾸 우울하고 힘든 날이 많아지네..

내가 정말 복에 겨운 소리를 하는건가.



(방금 어머님 손에 아이 밥 들려보내고 정리 안된 감정으로 쓰다보니 반말에 가독성도 영 엉망이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