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사람에게

ㅇㅇ2026.04.07
조회338
널 자연스레 날려보내고 나니
비로소 알겠다.

나는 끝내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었고
너는 그저 스쳐 가길 바랐던 사람이었다.
머물지 않기를,
깊어지지 않기를,
가볍게 지나가기를 바랐던 너와
그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고 싶었던 나.

처음에도, 그 다음에도
너에게 나는 바람이었고
나에게 너는 계절이었다.
스치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머물며 색을 바꾸고
시간을 남기고
결국 나를 다른 사람이 되게 하는 계절.

진심의 차이, 감정의 간격을
어리석게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아니, 어쩌면 깨닫고도
끝내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처음의 떨림을 사랑이라 믿고 싶었고
그 시작만큼은 진심이었다고
내 안에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너의 마음이 멀어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처음의 너를 붙잡고 있었고
지나가 버린 순간을 현재로 착각한 채
혼자서만 계절을 이어가고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그게 네 진심이었다.
돌려 말하지도, 꾸미지도 않은
가볍게 던진 듯한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 담긴 거리와 온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달라져 있었다.

내가 가벼운 것이 아니라
너는 가벼운 사랑의 추종자였다.
머무름보다 스침을,
깊어짐보다 편함을,
약속보다 순간을 택했던 사람.
나는 사랑을 쌓아가려 했고
너는 사랑을 흘려보내려 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시간을 지나면서도
서로 다른 곳에 서 있었고
같은 말을 하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를 품고 있었다.

이제야 안다.
사랑은 함께였지만
끝은 혼자라는 것을.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할
남은 시간이 꽤 길다.
쉽게 지워지지 않을 기억과
문득문득 되살아날 장면들,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계절 속에서
나만 멈춰 서 있는 순간들도
아직은 많이 남아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너를 떠올려도 흔들리지 않는 날이 오겠지.
스쳐 간 바람으로,
지나간 계절로
조용히 놓아줄 수 있는 날이.

그때까지는
이 아픔마저도
내가 사랑했다는 증거로
조용히 안고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