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유치원 교사 어떻게 보셨나요?

ㅇㅇ2026.04.09
조회139
어린이집에서 16년간 보육 교사로 근무했었어요. 어제 친구가 제 생각 난다며 이수지가 보육교사의 하루 패러디한 영상을 보내줬는데 처음엔 웃으며 보다가 마지막에 저도 모르게 울었습니다. 현재는 이직을 해서 어린이집 퇴사한지 1년이 넘었는데도 흔히 말하는 ptsd가 심하게 오더라구요.

패러디 영상이다보니 말투나 상황이 과장되었다 생각하시겠지만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당하는 부당한 대우와 영상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상상이상입니다.

옛날부터 제가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 얘기하면 친구들도 안믿을 정도로 이상한 부모들이 많았어요. 15년동안 있었던 일들 얘기하면 며칠 밤도 샐 수 있을 것 같은데 담임 선생님 휴가간 날이었는데 아이가 담임 선생님이 자기 꼬집었다고 했다면서 상처 났으니 보상해달라고 출근도 안했던 선생님 잡아끌고 경찰서 가자던 부모도 봤고 선생님이 밖에서 짧은 치마 입었다고 원장한테 컴플레인을 걸질 않나 애 옷에 물감 묻었다고 선생님 들들 볶아서 옷값 받아낸 부모도 있었고 이보다 크리티컬한 일들도 많은데 여기 적으면 누가 알아볼까봐 자세히는 못쓰겠네요.

부모들이 힘들게해도 원장이라도 선생님들 편에 서주면 그나마 위로가 될텐데 씨씨티비 핸드폰에 연결해서 교사들 일거수일투족 관찰하고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는다고 문두드리고 잠깐 멍때기리만 해도 밖에서 전화 오고.. 자기 생일, 스승의 날, 휴가 다녀오면 암묵적으로 원장한테 선물해야하고.. 원장도 원장 나름이겠지만 정말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아는 사람들이 더 괴롭히더라구요. 육체적으로 소진되는건 너무 당연하고 상담 받으러 다니는 선생님들도 여럿 봤습니다. 저도 한동안 상담 받으러 다녔었는데 그당시 의사선생님이 제가 꼭 어디 감금되있는 사람처럼 위축되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때 제가 원장한테 상담받고 있다고 하니 엄마들이 교사가 정신과 상담 받는다고 하면 싫어하니까 절대 티내지 말라고 하대요..

이런 얘기하면 누가 하라고 협박했냐 그러겠죠. 물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죠. 그래서 저도 결국 퇴사했고 마음 약한 선생님들은 진작에 많이들 떠났어요.

보육교사 진입 장벽 낮은거 맞죠. 대학 안나와도 교육원 몇개월 다니면 자격증 주니까요. 그런데 모두가 그렇게 자격증 받는거 아니고 4년제 대학 학위 받고 대학원까지 다니시는 선생님들도 많아요. 보육교사라고 하면 다들 전문대 나왔겠거니 하니까 저도 소개할 때 자꾸 대학원도 나왔다고 굳이 사족을 붙이는데 설령 교육원 나와서 자격증을 땄다해도 진입 장벽이 낮으이 계속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게 맞는걸까요?

회사에서는 경력이 쌓이면 연봉도 올라가는데 보육교사는 호봉 높아지면 이직도 안됩니다. 경력 쌓이고 전문성이 올라갈수록 반기는게 아니라 월급 더 줘야하니 꺼려하죠.
그래서 보통 호봉 높은 상태에서 그만두면 민간 어린이집에서 최저임금으로 계약하고 근무하는 것 밖에 별 방법이 없죠.

한 사람의 인생에서 영유아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 시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교사에 대한 처우나 세상의 인식은 왜이리 각박한걸까요.

교사들 월급 올려줘야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선생님들은 기대도 안합니다. 다들 말만 그렇게하지 여기서 더 올라봐야 뭐 얼마나 더 받겠어요. 아마 돈보고 보육교사 하는 선생님들은 없을거에요. 저도 아이들이 좋아서 시작했고 경력이 쌓이다보니 더 갈데는 없고 그렇게 버텼으니까요.

월급 더 올려줘라 이런 말보다 그냥 선생님도 한 명의 인간이다 생각하고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만 좀 해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이 부모들한테 굽신거리는 것 만큼은 아니더라도 무리한 요구하지 않고, 어린이집 이용 규칙 잘 지키고 그냥 우리가 평소 친구 대하듯 지인 대하듯 그렇게만 해주셔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제 버릇 중에 하나가 자꾸 상대방이 그냥 하는 말도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고 자기 방어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린이집 근무할 때 늘 그랬거든요. 부모님들과 소통할 때 혹시나 말투,표정 실수할까 몇 번 연습하고 다듬어서 말하고 상대방 표정 살피고 자꾸 사과할 일이 많다보니 자꾸 내가 뭔가 잘못한 기분이 들고.. 그러다보니 책 잡히지않으려고 과하게 방어하고..
모든 직장인이 때로는 갑질도 당하고 부당한 대우도 겪을거고 그게 다 월급 값이다 생각은 하는데 돌이켜보면 15년 동안 아이들과 좋았던 기억보다 부모나 원장한테 매일 굽신거리고 눈치보고 그랬던 시간들이 정말 서럽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아마도 그래서 패러디 영상보다 눈물이 난거겠죠.

앞으로도 이 바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건 제가 부모가 되면 그러지 않게 조심해야겠죠.

그냥 너무 감정이입되서 주저리 주저리 써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