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셋째 출산관련

남편202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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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7(일) 셋째 임신 관련 대화
 결혼 전, 아내는 자녀를 네 명 낳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냥 이상적인 이야기로만 여겼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고되고, 1명도 벅찰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결국 첫째와 둘째를 연년생으로 낳았고 그동안 양가 부모님께서 우리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지켜봐 왔다.

2017년 12월 3일, 관계를 가진 날로부터 아내의 셋째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양가 부모님은 출산을 반대했다. 첫째와 둘째를 키우며 겪은 지치고 피로한 일상이, 셋째까지 이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아내가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말해놓고도 실제로는 어린이집, 육아센터, 친정 등에 자주 맡기는 모습이 못내 걸렸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는 시간을 쓰면서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주말이면 늘 짜증을 냈고, 큰소리와 화가 반복되는 날들이 많았다. 나 역시 힘들었지만, 아이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모습들을 반복해서 지켜본 나는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셋째는… 낳지 말자.” 육아에 대한 책임감과 실천 없이 숫자만 채우는 출산이 가족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이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정적인 피로와 현실적인 부담 속에서, 우리 가족이 더는 무너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남편)
 셋째 낳으면 어떻게든 키우겠지. 당신의 그 욕심으로 인해 여러 사람  힘들어지겠지
 자긴 지금 두 명도 힘들어서 쩔쩔매는데 자기 후회 없이 버틸 수 있겠어?
 난 밖에서 돈 벌어야 해 앞으로 돈을 더 벌기 위해 집에 있는 시간도 더 줄어들 거야
 셋째까지 출산하면 경제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더 열악해지겠지. 또한 노후 은퇴 시점도 더 늦어질 테고
 그리고 지금보다 자기 시간이 더 줄어드는 건 물론 첫째 둘째도 힘들어질 테고
 그거 다 감수하고 힘들어도 후회 없이 셋째 키울 자신 있어? 우리 가족에 대한 미래를 잘 생각해 봐
아내)
 나도 그 고민 때문에 잠못잔거 같은데 난 벌써 입덧이 시작되었어
 셋째는 낳을꺼 같아 기형아가 아닌이상
 산부인과 가기전에 더 생각해보겠지만
 나도 지금 머리가 복잡하고 애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 태산인데 힘들어도 내가 감당해야하겠지
 아이들도 어떻게든 아기가 태어나면 또 적응할테고
 일단 내 마음은 그런데 더 생각해봐야지 불안하다.
대화 이후, 아내는 양가 부모과 나의 생각보다 자신의 뜻을 더욱 굳히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고, 결국 2018년 9월 3일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

2018-01-27(토) 병신같은 인간
 물티슈 리필을 안 했다는 이유로 아내는 나에게 화를 냈다. 평소 같으면 짜증으로 그칠 일이었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아내는 내게 대뜸 “병신같은 인간”이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고, 나도 같은 수준으로 되받아치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지만, 싸우고 싶지 않아 억눌렀다.

말을 섞다가는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더 늘어날 게 뻔했다. 나는 말없이 집 밖으로 나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들어왔다. 그 후로 아내와 한동안 말을 섞지 않았다. 이렇게 쌍욕을 들은 채 침묵하는 일이 반복될수록 내 안의 무언가는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2018-02-05(월) 고된 하루 끝에 남은 억울함
 결혼 전 내가 구매했던 집에 세입자가 퇴거했다. 문제는 그 세입자가 진상이었다는 것. 월세를 자주 밀린 건 기본이고, 겨울 내내 외부에있어 수도관과 난방 배관까지 얼어 있는 상태였다. 마지막까지 반말과 쌍욕을 내뱉으며 자신의 분을 못 이겨 망치를 들고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당장이라도 그와 싸우고 싶었지만, 나이도 있고 아이 셋 아빠라는 책임감에 이를 악물고 참았다. 억울하고 치욕스러웠지만 홧김에 움직여 후회하느니 분을 삭이고 넘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밤 9시경, 탈진한 상태로 집에 들어오니 아내와 아이들은 자고 있었다. 그때 아내가 잠결에 말하길

아내) 분유 타달라
남편) 몇 타냐
아내) 모르다
남편) 얼마나 타야 하는지 말해줘야 분유를 타지
아내) 모른다. 그냥 타주면 안 돼?
남편) 타 주려고 하는데 몇을 타냐고?
아내) (짜증을 내면서) 모른다. 그냥 타주면 안 돼?
남편) 타 주려고 하는데 몇을 타냐고?
아내) (화를 내면서) 모른다. 그냥 타주면 안 돼?

같은 말을 짜증 섞어 반복하는 아내의 태도에, 하루 종일 쌓인 분노와 스트레스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베란다 벽을 주먹으로 쳤고 석고보드에 구멍이 생겼다.

며칠 후, 아내는 친정과 지인들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면서 남편이 외출하고와서 화내고 벽을 주먹으로 쳤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말하지 않은 채 자기에게 유리한 말만 골라서 퍼뜨렸다는 사실을 이후 아내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나는 결국 업체를 불러 벽을 수리하고, 도배는 직접 해가며 원상 복구했다. 그 벽은 복구되었지만, 그날 내 감정은 아직도 복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