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니?

ㅇㅇ2026.04.20
조회162
안녕, 잘 살고 있니?나는 너무 잘 살고 있어
이번에 5년 넘게 사귄 남자친구랑 결혼도 하고 행복한 신혼생활 하고 있다.
너네는 가끔 생각나, 그냥 문득 어떻게 살고 있나 싶은 생각?
몸도 마음도 어렸던 그때가 아직도 생각이 나벌써 15년이 지났네
나 여기에 다 털고 진짜 신랑이랑 평생 행복하고 싶어서 그래서 남겨.
솔직히 너네가 볼까 싶긴한데 뭐,,, 상관없어. 이 글이 닿기를 바라는 건 아니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긴게 나는 너무 궁금했어. 왜 그랬을까?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면서 원인을 나한테서 찾고는 했거든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정말 빨리 들어서 금방 헤어나올수 있었던 거 아닐까 싶네
야 기억나? 너네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나 괴롭혔잖아, 그렇게 어릴 때는 대체 뭘 안다고 괴롭혔니?
초등학교 2학년 때는 갑자기 화해하자고, 맛있는 거 먹고 파티하자면서 학교 뒷산으로 불러놓고 나 둘러싸서 밀치고 때리고, 그때 그 기분은 아직도 안 잊혀진다? 너네랑 잘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서 갔는데 기대한 내가 너무 창피하고 쪽팔렸거든..
그러고 나서 얼마 안돼서 이번에는 진짜 과자파티 하자고 불러서 그때는 또 진짜로 놀았잖아. 그걸 또 간 내가 진짜 멍청하긴 했는데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너네는? 
비웃고 조롱하고 내 행동 하나하나 주시하면서 놀리고 괴롭히고 참,,,생각해보니까 그와중에 내 옆에 있어주던 그 애들이 너무 고맙네 또,,,
너네 내가 시험 백점 맞았을때 컨닝했다고 한거 기억나? 6학년때였지ㅋㅋㅋㅋ 아진짜 다시생각해도 어이없네..
근데 진짜 최악이었던게 뭔 줄 알아? 그 시골 촌구석에서 학교라고는 하나밖에 없고 중학교 마저 너네랑 같이 다녀야 한다는 거였어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서 정말 힘들었는데 ㅎ,,,
솔직히 이정도는 그때 당시에만 힘들었지, 다른 친구들이랑 잘 놀고 그랬어. 너네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나 봐. 든든한 언니도 있었고 친구들도 있었고,,, 선생님들도 있었고..
근데 이게 중학교는 또 다르더라
나도 머리가 크니까 힘은 없어도 너네가 하는 짓이 웃겼어.
드라마에 많이 나오잖아 일진놀이 그거, 열심히 따라하는 게 웃기더라고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30명 정도되는 또래 안에서 누굴 괴롭히고 누굴 따르고 하는게 진짜 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너네끼리 번갈아가면서 왕따시키는거 보기 좋았는데 왜 하다 말았니? 재밌었는데
ㅇㅎ야 나는 너가 그렇게 생각나
우리 학교에 전학 왔던 애랑 너랑 사귀었던가?, 걔가 내 뒷자리였는데 나 부른다고 내 어깨 톡톡 건드렸을 때 너가 했던 말이 나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나
브라끈 만져주니까 흥분되냐고 그랬잖아 너가
지금 생각하면서 쓰는데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뛸 수가 없다.
너네가 한 짓 기억은 하니? 물건 훔쳐가고, 책이랑 노트 찢어가고, 욕하고. 아 그 엠피쓰리 20만원이었는데 아직도 열받네
야 덕분에 내가 그 촌구석에서 벗어난다고 공부해서 고등학교 잘 갔다, 고맙다
내가 고등학교 가서 그렇게는 안 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너네는 모르겠지
한껏 소심했던 성격 감추면서 가면쓰고 살았던 나를 너넨 신경도 안 썼을거야
신경썼으면 내 친구들한테는 안 그랬겠지
내가 고등학교 다른 지역으로 가고 후회했던 게 뭔지 알아?내 친구들한테 술, 담배 권하고 괴롭힌 거 그거 나 때문인 거 같아서 그게 그렇게 미안했다
정작 너네는 있지도 않는 죄책감이 나한테 있네, 진짜 고마워.
너네 덕에 나는 멘탈은 진짜 세.
소심하고 약해빠진 성격 악착같이 바꿔서 지금은 오히려 싸가지 없어진거 같기도 해
친구도 잘 사귀고, 연애도 잘 하고, 해외도 다녀오고, 결혼도 하고
곧 조카 태어나서 너무 행복하게 지내... 아 혹시 내가 고맙다고 한다고 설마 진짜 너네 덕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멍청하게 크진 않았지?,,, 그래도 내 고향은 좋아해,,, 지역 망신은 시키지 말자
내가 진짜 걱정되는 게, ㅈㅎ야 너 유아교육과 갔잖아... 혹시 교사 하고있니?조카 생각하니까 너한테 교육받을 그 애기들이 얼마나 불쌍하고 걱정되는지... 밤에 잠이 안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서 너는 다른 일 찾아봤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그래도 이렇게 쓰니까 좀 마음이 가라앉는다
잘 살고 있니?
이 글 마무리하면서 정말 진심으로 말할게
제발 잘 살지마
나 무교라 솔직히 기도할 곳은 없고
그냥 간절히 바랄게
제발 인생 망해서 고통 속에서 살길 간절히 바랄게
제발 행복하지마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