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0(일) 아내의 외출 오전 9시 20분경, 오늘도 아내는 외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곁에 있는 상황이었고, 최근 들어 아내의 잦은 외출이 반복되어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은 나가지 말고 애들하고 같이 있어 주면 안 될까?” 그러자 아내는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아가리를 찢어 버린다.” 그리고는 “나처럼 너도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고 덧붙였다. 아이들 앞에서 그런 말을 듣는 순간, 참담한 마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내가 아이들을 나에게 맡기고 외출하는 모습이 싫어, 아내가 외출하기 전 먼저 집을 나섰다. 그래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진정될 것 같았다.
2022-04-23(토) 둘째의 화장 몇년 전 둘째가 만 세 살쯤 되었을 때였다. 엄마 화장품을 몰래 꺼내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던 모습을 본 나는 아이에게 “화장은 더 커서 하자.”라고 부드럽게 타이르곤 했었다. 그러던 오늘, TV 광고 속 ‘미미 화장 가방’이 택배로 도착했다. 둘째는 박스를 열자마자 좋아 어쩔 줄 몰라 했고, 기뻐하는 아이를 나무랄 수 없어 지켜만 보았다. 하지만 마음속에선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에게 화장을 허용하는 게 과연 괜찮은 일일까?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물었다. “둘째가 벌써부터 화장하는 게 난 좀 걱정돼.” 그러자 아내는 “저게 뭐가 문제인데?”라고 하며 오히려 나를 몰아세웠다. 나는 아내에게 “당신은 저 나이 때 화장했어?”라고 물었다. “그래. 나도 그 나이 때 엄마 화장품 썼어.” 아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 말에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싸움으로 번질 게 뻔했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를 ‘하지 마’가 아니었다. 절제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욕구를 조절할 줄 아는 힘을 키워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는 자신의 색깔만 아이들에게 심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내 목소리는 늘 배제되었다. 나의 걱정, 나의 바람은 항상 뒤로 밀렸다. 그날도 그렇게, 내 마음만 조용히 접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TV 광고 속 ‘미미 화장 가방’을 보고 둘째가 엄마에게 사 달라고 하자 아내가 그 이야기를 친정에 전했고, 아내의 요청으로 둘째도 옆에서 거들었다는 것이었다. 이후 둘째가 안쓰러워서인지 친정에서 그것을 택배로 보내준 것이었다.
2022-06-14(화) 합기도 중복 결제 회사에서 일하던 중, 아내에게서 카톡이왔다. 첫째가 다니는 합기도장의 QR코드와 “결제 좀 해줘.”라고 했다. 얼마 후 급한일 들을 마치고 시간이 생겨 아내의 카톡을 확인하고 결제를 마쳤다. 그리고 아내에게 “결제했어”라고 알렸더니, 뜻밖의 말이 돌아왔다. “내가 먼저 결제했어.”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미 결제했었다면, 그걸 나에게 미리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먼저 결제했으면 알려줬어야지. 난 몰랐잖아.” 그러자 아내는 “당신이 결제해서 내가 또 합기도장에 가서 환불받아야 하잖아. 번거롭게 됐네.”
아내 기준에선 또 다시 내가 잘못한 사람이되었다. 결제 후에 말 한마디면 충분했을 일인데, 결국엔 내가 아내를 귀찮게 만든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날따라 마음이 괜히 허탈했다. 그리고 억울했던 건 책임의 방향이었다.
2022-06-16(목) 첫째의 수영 올해 3월,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교 후에는 근처 방과후학교에 들렀다가 합기도장을 마치고 나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나와 비슷했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7시 30분쯤, 우리는 거의 동시에 현관문을 열었다. 아내가 첫째를 힘들어해 일부러 내가 집에 오는 시간과 맞춘 것 같았다.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첫째도 (나처럼) 수영을 가르치고 싶어. 수영장 등록해 줘.”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지금 합기도 다니잖아. 합기도와 수영 둘 중 하나만 선택해.” 당시 첫째는 하교 이후부터 집에 오지 못하고 여기저기 시설에 맡겨졌고,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놀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한가지에 집중하라는 의도였다.
그 대화 이후 더 이상 수영 이야기는 없었고 그러던 오늘 6시 30분경 퇴근 길에 누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 전에 올케가 전화했었어. 첫째가 수영을 다니고 싶어하는데 넌 설득이 안 된다고… 나한테 좀 도와달라고 하더라. 넌 돈이 아까워서 애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걸 안 시키냐.”라고 하셔서 나는 첫째가 등교 후에 집에 오는 시간과 수영은 아내가 좋아서 첫째도 다니고 싶어하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누님은 “그래, 너희들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며 통화를 끊었다.
처음 누님이 첫째의 수영 때문에 나에게 말했을 때, 마음 한켠이 서늘했다. 아내는 늘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을 통해 나를 설득하려 했다. 처음엔 직접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타인들을 통해 마치 내가 무언가를 못 하게 막는 사람이나 돈 아까워서 안하는 사람처럼 만들곤 했다. 그걸 이제는 평소 연락을 주고받지 않던 시누이까지 전화를 걸어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며칠 뒤, 아내는 나에게 자기 돈으로 수영을 결제했다고 강조 하면서 짜증을 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수영은 오래가지 않았다. 첫째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몇 번 다니고는 그만두었다. 나는 이러한 상황보다도 모든 과정 속에서 내 의견을 무시하고 아이에게 무엇이 좋을지를 함께 고민해보기보다는 결정을 이미 내려놓고 주변을 움직여 가며 맞춰 나가는 아내의 방식이 아쉬웠다.
2022-07-01(금) 뜨거운 물로만 설거지 7월 한여름, 습하고 더운 날씨 속에서, 부엌에서 김이 올라왔다. 설거지를 하던 아내는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설거지를 했다. 따뜻한 물도 아닌, 손을 대면 데일 정도의 온도였다. 몇 개월 전부터 손목이 아프다고 했던게 기억이 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손목이 좀 나아졌어?” 아내는 짧고 날카롭게 대답했다. “손목이 아파서 그런다 왜?” 그 말에 더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한마디 더 했다가 또 다툼으로 번질까 싶어 입을 다물었다.
2022-07-08(금) 공황발작 새벽 2시경, 갑작스럽게 잠에서 깼다. 숨이 막히는 듯했고 죽을거 같은 공포가 몰려왔다. 나중에 알게됐지만 그날 처음, 나는 공황발작이라는 걸 겪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죽을거같은 공포감. 몸이 보내는 경고 같았다.
그동안 애써 눌러왔던 감정,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어디로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결국은 이런 식으로 터져 나온 듯했다. 그 날이후부터 나의 하루는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았다. 평온했던 일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종종 찾아온 공황발작은 어느새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를 공포로 늘 가슴 한구석에 품고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2022-07-14(목) 코로나19 자가격리 중 우리 가족 모두 동시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 중이던 날. 다행히 아이들과 아내는 증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고열과 두통, 호흡곤란 그리고 무기력감으로 거의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간신히 밥을 먹고 화장실 갈때만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그런 나를 보며 아내는 말했다. “누워 있으니 좋냐?” 나는 숨을 몰아쉬며 겨우 대답했다. “좋아서 누워 있겠냐, 아파서 그러지…” 하지만 말끝을 채 맺기도 전에 숨이 차 올라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순간, 이 사람이 지금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내는 아마 아이들을 혼자 돌보는 것이 버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픈 것도 서러운데 그런이야기를 아내로부터 듣으니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
몇시간 후 아내는 서울사랑상품권에 관해 질문을 여러 번 해 몇번은 답을 해줬다. 이미 과거에도 여러번 물어봐서 인터넷을 검색해 정리한 글을 보내줬었고 그 글을 확인하라고 하자, 아내는 “목을 조르고 싶네, 정말.” 이라고 말했다. 몸이 아파 말하는 것도 버거웠지만, 그 말들은 마음까지 눌러앉게 했다. 병보다 더 서늘한 건, 사람의 말 한 마디일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낀 날이었다.
2022-07-26(화) 선풍기로의 위협 퇴근 후 저녁 8시 30분경. 첫째가 “선풍기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길래, 나는 거실에 있던 선풍기를 다른방으로 옮기려 했다. 하루종일 더웠던 날이었지만, 첫째가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둘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풍기를 옮기려는 내 행동에 갑자기 아내가 소리를 질렀다. “나는 더운데 왜 치우냐”는 말투와 함께,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선풍기를 들어 나를 두 번쯤 내려치려는 동작을 했다. 다행히 실제로 맞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손에 들린 선풍기는 그냥 가전제품이 아니라, 위협의 도구가 되어 있었다.
감정을 못 이겨 나에게까지 물리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내가 내게 휘두른 건 선풍기가 아니라, 신뢰를 깰 수 있는 행동이었다.
2022-08-05(금) 주방 의자. 위험의 시작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는 주방 한쪽에 의자 하나를 놓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이 의자, 원래 있던 자리에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애들이 밟고 올라가다 다칠 수 있어.” 하지만 아내는 무릎이 아파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주방 일할 때 서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그래.” 이해는 갔지만, 걱정은 컸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그 의자를 밟고 상부장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거기엔 유리 그릇, 약, 칼같은 위험한 물건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장난감 꺼내듯 그 높은 곳을 탐색했고, 나는 그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내가 원한 건 단순히 의자의 위치가 아니라,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 환경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 의자 하나로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관심과 배려, 그리고 책임감의 균열이 숨어 있었다.
2022-09-01(목) 동전이 무겁다며 나에게 불평함 아내가 나에게 현금을 건넬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현금은 동전이 잔뜩 섞여 있었고, 아내는 “동전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다”며 불평을 늘어놓으며 약 5천 원 정도 되는 동전을 주었고, 며칠 뒤에는 가계에서 계산하는데 동전이 없다고 다시 불평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 한켠이 씁쓸했다. 자잘한 동전 무게 하나에도 짜증이 나고, 동전 없다고 투덜거리는 모습이 마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동전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그렇게 힘들면 현금을 정리하거나 카드 쓰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삼켰다. 작은 일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스트레스와 피로가 서로에게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2022-09-11(일) 쓸대없는 오지랖 그날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아내가 공유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자전거 바구니 위에 핸드폰을 올려두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거기 핸드폰 올려두면 자전거 타면서 충격 때문에 망가질 수도 있어.”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계속 핸드폰을 바구니에 올려뒀다. 내 말에 수긍이 되지 않는 눈치였다.
그날 둘째가 좋아하는 말랑이 장난감을 두 개 샀다. 한 개는 이미 뜯어서 가지고 놀고 있었고, 아내가 남은 하나도 뜯어 둘째에게 줬다. 나는 “사용 중인 게 있는데 왜 뜯어 줘?”라고 물었더니 아내는 “별것도 아닌 걸로 왜 화내냐”며 오히려 짜증을 냈다. 그 이후로 아이들이 여러 개를 뜯거나 거칠게 물건들을 만져서 망가뜨릴 때마다 훈육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생각과 아내와의 입장 차이가 서서히 쌓여가는 순간이었다.
2022-09-14(수) 다단계 도테라와 아로마 테라피 아내가 아로마 디퓨저라는 가습기에 에센셜 오일을 넣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걱정스러웠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있었고 가습기에 오일 같은 걸 넣으면 호흡기에 나쁘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치약 냄새가 너무 싫다고 아내에게 이거 처분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하지만 아내는 단호했다. “비염에 좋고, ADHD 치료에도 도움이 되고 숙면에도 효과적이야.” “아이들 비염이 심하면 신경질 나고 잠도 못 자는데, 어제부터 아로마 테라피를 하니까 잘 자고 있다.”며 내가 예민하게 군다고 반박했다. 그 후로 퇴근하고 집에오면 온 집안은 치약 냄새 같은 에센셜 오일 향으로 가득 찼다. 내가 그 냄새를 싫어 하는걸 알면서도 아내는 잠자기 전에 자신과 아이들 몸 구석구석에 에센셜 오일을 바르기 시작했고 디퓨저에 에센셜 오일을 넣고 사용을했다.
나는 그런 행동이 점점 싫어졌다. 그날 저녁, 더이상 그 냄새를 맡기 싫어 집을 나왔다. 그리고 9월 16일까지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했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아내의 새로운 취미가 가족 사이에 깊은 균열을 가져온 순간이었다.
2022년 쌓여간 균열
2022-04-10(일) 아내의 외출
오전 9시 20분경, 오늘도 아내는 외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곁에 있는 상황이었고, 최근 들어 아내의 잦은 외출이 반복되어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은 나가지 말고 애들하고 같이 있어 주면 안 될까?” 그러자 아내는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아가리를 찢어 버린다.” 그리고는 “나처럼 너도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고 덧붙였다.
아이들 앞에서 그런 말을 듣는 순간, 참담한 마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내가 아이들을 나에게 맡기고 외출하는 모습이 싫어, 아내가 외출하기 전 먼저 집을 나섰다. 그래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진정될 것 같았다.
2022-04-23(토) 둘째의 화장
몇년 전 둘째가 만 세 살쯤 되었을 때였다. 엄마 화장품을 몰래 꺼내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하던 모습을 본 나는 아이에게 “화장은 더 커서 하자.”라고 부드럽게 타이르곤 했었다.
그러던 오늘, TV 광고 속 ‘미미 화장 가방’이 택배로 도착했다. 둘째는 박스를 열자마자 좋아 어쩔 줄 몰라 했고, 기뻐하는 아이를 나무랄 수 없어 지켜만 보았다. 하지만 마음속에선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에게 화장을 허용하는 게 과연 괜찮은 일일까?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물었다. “둘째가 벌써부터 화장하는 게 난 좀 걱정돼.” 그러자 아내는 “저게 뭐가 문제인데?”라고 하며 오히려 나를 몰아세웠다. 나는 아내에게 “당신은 저 나이 때 화장했어?”라고 물었다. “그래. 나도 그 나이 때 엄마 화장품 썼어.” 아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 말에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싸움으로 번질 게 뻔했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히 무언가를 ‘하지 마’가 아니었다. 절제할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욕구를 조절할 줄 아는 힘을 키워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내는 자신의 색깔만 아이들에게 심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내 목소리는 늘 배제되었다. 나의 걱정, 나의 바람은 항상 뒤로 밀렸다. 그날도 그렇게, 내 마음만 조용히 접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TV 광고 속 ‘미미 화장 가방’을 보고 둘째가 엄마에게 사 달라고 하자 아내가 그 이야기를 친정에 전했고, 아내의 요청으로 둘째도 옆에서 거들었다는 것이었다. 이후 둘째가 안쓰러워서인지 친정에서 그것을 택배로 보내준 것이었다.
2022-06-14(화) 합기도 중복 결제
회사에서 일하던 중, 아내에게서 카톡이왔다. 첫째가 다니는 합기도장의 QR코드와 “결제 좀 해줘.”라고 했다. 얼마 후 급한일 들을 마치고 시간이 생겨 아내의 카톡을 확인하고 결제를 마쳤다. 그리고 아내에게 “결제했어”라고 알렸더니, 뜻밖의 말이 돌아왔다. “내가 먼저 결제했어.”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미 결제했었다면, 그걸 나에게 미리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먼저 결제했으면 알려줬어야지. 난 몰랐잖아.” 그러자 아내는 “당신이 결제해서 내가 또 합기도장에 가서 환불받아야 하잖아. 번거롭게 됐네.”
아내 기준에선 또 다시 내가 잘못한 사람이되었다. 결제 후에 말 한마디면 충분했을 일인데, 결국엔 내가 아내를 귀찮게 만든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날따라 마음이 괜히 허탈했다. 그리고 억울했던 건 책임의 방향이었다.
2022-06-16(목) 첫째의 수영
올해 3월,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교 후에는 근처 방과후학교에 들렀다가 합기도장을 마치고 나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나와 비슷했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 7시 30분쯤, 우리는 거의 동시에 현관문을 열었다. 아내가 첫째를 힘들어해 일부러 내가 집에 오는 시간과 맞춘 것 같았다.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첫째도 (나처럼) 수영을 가르치고 싶어. 수영장 등록해 줘.”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지금 합기도 다니잖아. 합기도와 수영 둘 중 하나만 선택해.” 당시 첫째는 하교 이후부터 집에 오지 못하고 여기저기 시설에 맡겨졌고,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과 놀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한가지에 집중하라는 의도였다.
그 대화 이후 더 이상 수영 이야기는 없었고 그러던 오늘 6시 30분경 퇴근 길에 누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 전에 올케가 전화했었어. 첫째가 수영을 다니고 싶어하는데 넌 설득이 안 된다고… 나한테 좀 도와달라고 하더라. 넌 돈이 아까워서 애가 하고 싶다고 하는 걸 안 시키냐.”라고 하셔서 나는 첫째가 등교 후에 집에 오는 시간과 수영은 아내가 좋아서 첫째도 다니고 싶어하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누님은 “그래, 너희들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며 통화를 끊었다.
처음 누님이 첫째의 수영 때문에 나에게 말했을 때, 마음 한켠이 서늘했다. 아내는 늘 자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을 통해 나를 설득하려 했다. 처음엔 직접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타인들을 통해 마치 내가 무언가를 못 하게 막는 사람이나 돈 아까워서 안하는 사람처럼 만들곤 했다. 그걸 이제는 평소 연락을 주고받지 않던 시누이까지 전화를 걸어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
며칠 뒤, 아내는 나에게 자기 돈으로 수영을 결제했다고 강조 하면서 짜증을 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수영은 오래가지 않았다. 첫째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몇 번 다니고는 그만두었다. 나는 이러한 상황보다도 모든 과정 속에서 내 의견을 무시하고 아이에게 무엇이 좋을지를 함께 고민해보기보다는 결정을 이미 내려놓고 주변을 움직여 가며 맞춰 나가는 아내의 방식이 아쉬웠다.
2022-07-01(금) 뜨거운 물로만 설거지
7월 한여름, 습하고 더운 날씨 속에서, 부엌에서 김이 올라왔다. 설거지를 하던 아내는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설거지를 했다. 따뜻한 물도 아닌, 손을 대면 데일 정도의 온도였다. 몇 개월 전부터 손목이 아프다고 했던게 기억이 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손목이 좀 나아졌어?” 아내는 짧고 날카롭게 대답했다. “손목이 아파서 그런다 왜?” 그 말에 더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한마디 더 했다가 또 다툼으로 번질까 싶어 입을 다물었다.
2022-07-08(금) 공황발작
새벽 2시경, 갑작스럽게 잠에서 깼다. 숨이 막히는 듯했고 죽을거 같은 공포가 몰려왔다. 나중에 알게됐지만 그날 처음, 나는 공황발작이라는 걸 겪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죽을거같은 공포감. 몸이 보내는 경고 같았다.
그동안 애써 눌러왔던 감정,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가 어디로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결국은 이런 식으로 터져 나온 듯했다. 그 날이후부터 나의 하루는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았다. 평온했던 일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종종 찾아온 공황발작은 어느새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를 공포로 늘 가슴 한구석에 품고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2022-07-14(목) 코로나19 자가격리 중
우리 가족 모두 동시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 중이던 날. 다행히 아이들과 아내는 증상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고열과 두통, 호흡곤란 그리고 무기력감으로 거의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 간신히 밥을 먹고 화장실 갈때만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그런 나를 보며 아내는 말했다. “누워 있으니 좋냐?” 나는 숨을 몰아쉬며 겨우 대답했다. “좋아서 누워 있겠냐, 아파서 그러지…” 하지만 말끝을 채 맺기도 전에 숨이 차 올라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순간, 이 사람이 지금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내는 아마 아이들을 혼자 돌보는 것이 버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픈 것도 서러운데 그런이야기를 아내로부터 듣으니 마음에 상처가 되었다.
몇시간 후 아내는 서울사랑상품권에 관해 질문을 여러 번 해 몇번은 답을 해줬다. 이미 과거에도 여러번 물어봐서 인터넷을 검색해 정리한 글을 보내줬었고 그 글을 확인하라고 하자, 아내는 “목을 조르고 싶네, 정말.” 이라고 말했다. 몸이 아파 말하는 것도 버거웠지만, 그 말들은 마음까지 눌러앉게 했다. 병보다 더 서늘한 건, 사람의 말 한 마디일 수 있다는 걸 다시금 느낀 날이었다.
2022-07-26(화) 선풍기로의 위협
퇴근 후 저녁 8시 30분경. 첫째가 “선풍기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길래, 나는 거실에 있던 선풍기를 다른방으로 옮기려 했다. 하루종일 더웠던 날이었지만, 첫째가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둘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풍기를 옮기려는 내 행동에 갑자기 아내가 소리를 질렀다. “나는 더운데 왜 치우냐”는 말투와 함께,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선풍기를 들어 나를 두 번쯤 내려치려는 동작을 했다. 다행히 실제로 맞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손에 들린 선풍기는 그냥 가전제품이 아니라, 위협의 도구가 되어 있었다.
감정을 못 이겨 나에게까지 물리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아내가 내게 휘두른 건 선풍기가 아니라, 신뢰를 깰 수 있는 행동이었다.
2022-08-05(금) 주방 의자. 위험의 시작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는 주방 한쪽에 의자 하나를 놓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이 의자, 원래 있던 자리에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애들이 밟고 올라가다 다칠 수 있어.”
하지만 아내는 무릎이 아파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주방 일할 때 서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그래.” 이해는 갔지만, 걱정은 컸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그 의자를 밟고 상부장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거기엔 유리 그릇, 약, 칼같은 위험한 물건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장난감 꺼내듯 그 높은 곳을 탐색했고, 나는 그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내가 원한 건 단순히 의자의 위치가 아니라,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 환경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 의자 하나로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관심과 배려, 그리고 책임감의 균열이 숨어 있었다.
2022-09-01(목) 동전이 무겁다며 나에게 불평함
아내가 나에게 현금을 건넬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현금은 동전이 잔뜩 섞여 있었고, 아내는 “동전이 너무 무거워서 힘들다”며 불평을 늘어놓으며 약 5천 원 정도 되는 동전을 주었고, 며칠 뒤에는 가계에서 계산하는데 동전이 없다고 다시 불평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 한켠이 씁쓸했다. 자잘한 동전 무게 하나에도 짜증이 나고, 동전 없다고 투덜거리는 모습이 마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동전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저 “그렇게 힘들면 현금을 정리하거나 카드 쓰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삼켰다. 작은 일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스트레스와 피로가 서로에게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2022-09-11(일) 쓸대없는 오지랖
그날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아내가 공유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자전거 바구니 위에 핸드폰을 올려두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거기 핸드폰 올려두면 자전거 타면서 충격 때문에 망가질 수도 있어.”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계속 핸드폰을 바구니에 올려뒀다. 내 말에 수긍이 되지 않는 눈치였다.
그날 둘째가 좋아하는 말랑이 장난감을 두 개 샀다. 한 개는 이미 뜯어서 가지고 놀고 있었고, 아내가 남은 하나도 뜯어 둘째에게 줬다. 나는 “사용 중인 게 있는데 왜 뜯어 줘?”라고 물었더니 아내는 “별것도 아닌 걸로 왜 화내냐”며 오히려 짜증을 냈다. 그 이후로 아이들이 여러 개를 뜯거나 거칠게 물건들을 만져서 망가뜨릴 때마다 훈육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생각과 아내와의 입장 차이가 서서히 쌓여가는 순간이었다.
2022-09-14(수) 다단계 도테라와 아로마 테라피
아내가 아로마 디퓨저라는 가습기에 에센셜 오일을 넣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걱정스러웠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있었고 가습기에 오일 같은 걸 넣으면 호흡기에 나쁘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치약 냄새가 너무 싫다고 아내에게 이거 처분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하지만 아내는 단호했다. “비염에 좋고, ADHD 치료에도 도움이 되고 숙면에도 효과적이야.” “아이들 비염이 심하면 신경질 나고 잠도 못 자는데, 어제부터 아로마 테라피를 하니까 잘 자고 있다.”며 내가 예민하게 군다고 반박했다.
그 후로 퇴근하고 집에오면 온 집안은 치약 냄새 같은 에센셜 오일 향으로 가득 찼다. 내가 그 냄새를 싫어 하는걸 알면서도 아내는 잠자기 전에 자신과 아이들 몸 구석구석에 에센셜 오일을 바르기 시작했고 디퓨저에 에센셜 오일을 넣고 사용을했다.
나는 그런 행동이 점점 싫어졌다. 그날 저녁, 더이상 그 냄새를 맡기 싫어 집을 나왔다. 그리고 9월 16일까지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일을 했고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사건은 아내의 새로운 취미가 가족 사이에 깊은 균열을 가져온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