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EP.4 판남과의 뜨거워지는 사랑

ㅇㅇ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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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 판남과의 뜨거워지는 사랑



진짜 별거 아닌데 요즘 계속 이 생각이 든다.
나 같은 사람 또 있나.

학교 가면 말 거의 안 하고, 그냥 앉아 있다가 집 오고.
집 오면 바로 방 들어가서 문 닫고, 컴퓨터 켜고.
그게 하루 끝이다.

이게 편하긴 한데
가끔은 좀 이상한 거 같기도 하다.

친구랑 노는 건 귀찮은데
아예 없는 건 또 싫고.

뭔지 알지.

여기까지 쓰고 한참 멍하게 있었다.
이걸 왜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누가 본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래도 그냥 올렸다.

등록 버튼 누르는 순간, 괜히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처음엔 아무 반응 없었다.
조회수만 조금씩 올라갔다.

창 껐다가 다시 들어오고,
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그러다가 댓글이 달렸다.

나도 그래요 집이 제일 편함

그거 하나 보고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네.

조금 더 있다가 하나 더.

요즘 다 그렇지 않나

작게 웃음이 나왔다.
맞는 말 같아서.

근데 그 다음 댓글이 눈에 걸렸다.

나도 비슷한데 계속 이러면 더 혼자 되는 느낌이라 좀 무섭긴 함

손이 멈췄다.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서 답글을 달았다.

맞아요 근데 고치기도 귀찮음

엔터를 누르고 나니까 괜히 더 신경 쓰였다.

조금 있다가 답이 왔다.

귀찮아서 계속 미루다가 나중에 더 힘들어짐

보통 이런 말 들으면 짜증났을 텐데,
이건 그냥 조용하게 박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또 썼다.

그럼 어떡함

보내놓고 나서, 화면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답이 바로 오진 않았다.
그래서 더 기다리게 됐다.

한참 뒤에야 올라온 답.

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누군가랑 말이라도 해야 덜한 느낌

그 문장 읽고 한동안 아무것도 못 했다.

누군가랑 말.

나는 지금까지 계속 말하고 있었는데,
이건 뭔가 좀 다른 말 같았다.

그래서 썼다.

지금 말하고 있잖아요

엔터를 누르고 나니까 괜히 웃음이 났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답이 왔다.

그러네 ㅋㅋ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학교 얘기 조금,
집 얘기 조금,
그냥 별거 아닌 것들.

다른 댓글은 거의 눈에 안 들어왔다.
그 사람 답만 기다리게 됐다.

새 댓글이 달려도
그 사람이 아니면 그냥 넘겼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썼다.

댓글 말고 따로 얘기할래?

손이 멈췄다.

잠깐 화면만 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싫지는 않았다.

그래서 짧게 썼다.

어디

답은 바로 왔다.

카톡

몇 초 고민했다.

굳이?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냥 이대로 끊기면 조금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디를 썼다.

보내고 나니까 심장이 좀 빨라졌다.

괜히 방 안이 더 조용해진 느낌이었다.

잠깐 후에 알림이 떴다.

친구 추가됨

이름도 없고, 프사도 기본.
딱 하나 메시지가 왔다.

나 방금 그 글 쓴 사람 맞지

나는 잠깐 웃다가 답했다.

바로 읽혔다.

나도 비슷해서 댓글 단 거였음

그 말이 이상하게 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썼다.

나도 그런 글 처음 써봄

답이 바로 왔다.

의외네

말투 보면 맨날 댓글 싸움 할 거 같았음

그거 보고 웃음이 터졌다.

아까까지 댓글에서 싸우던 내가 떠올랐다.

조금 창피했는데,
이상하게 숨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썼다.

맞긴 함

답이 왔다.

역시

짧은 대화였는데
괜히 기분이 가벼워졌다.

그날은 이상하게 계속 카톡을 보게 됐다.

몇 초마다 한 번씩.

읽음 표시가 뜨는 것도 신경 쓰이고,
답장이 조금만 늦어도 괜히 화면을 더 보게 됐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문 밖에서 엄마가 밥 먹으라고 했는데
그때는 처음으로 바로 대답했다.

조금 있다 먹을게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게
나도 좀 이상했다.

다시 화면을 봤다.

카톡이 하나 와 있었다.

너 내일 학교 감?

나는 잠깐 멈췄다가 썼다.

아마

답이 왔다.

나도

그 두 글자 보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근데

그날 밤은

처음으로

판을 안 켜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