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커들의 선택

아이돌팠는데 콘서트 갔다가 우울증 도졌음

ㅇㅇ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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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쓸모없다, 나는 의미없다, 마지못해 숨쉬며 살아가는 잉여인간이라는 이런 우울증이 걸려있어.그래서 이걸 극복하고자 그동안 이거저거 수없는 취미생활을 만들었어. 다만 오래 가지 못하고고, 다시 집에 틀어박혀 있기만을 반복했지.
그러다가 우울증 극복수단으로 아이돌 판 적이 있었어. 한동안은 좋았어. 퇴근 후에 영상보면서 가까이서 보이는 모습이 친구같고, 그냥 멍때리던 시간을 영상보면서 빠르게 지나칠 수 있었고, 같은 팬들이 떠는 주접 보면서 웃기도 하고 그러면서 삶에 활력을 얻었어.그러다 그 아이돌이 콘서트 열렸고, 나는 큰 마음 먹고 예매에 도전하여 간신히 가장자리 좌석 예매 성공했지.
콘서트에서 아이돌은 참 잘했어. 열심히 노래하고, 춤도 추고, 멘트도 센스 있었고.나도 마지막까지 콘서트는 잘 즐겼어. 비록 한참 가장자리 좌석이여서 멤버들이 손가락만하게 보여도, 옆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는  응원봉이나 굿즈도 없어도, 일단 내가 그 콘서트 현장에서 사실만으로 좋았어.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에 사진 찍을때였어.콘서트 마지막에 멤버들이 관중들 배경으로 사진찍잖아. 그런데 이걸 보는 순간 가라앉았던 우울한 감정이 확 도지더라.나는 여기서도 의미없는 들러리라는 생각때문에 말이야. 아무리 아이돌들이 팬들이 소중하고 사랑한다고 말해도, 가장자리 좌석에 앉은 나는 그들이 찍는 고화질 사진 속의 프레임안에 들어가지도 못할테고, 간신히 들어간다고 해도 수많은 반짝이는 응원봉 사이에서 점도 하나 남기지 못할 거고, 나는 이 아이돌을 자신의 기록을 남기기 위한 배경일 뿐인가, 아니 그런 배경화면으로도 들어가지 못하는가, 내 스스로 빛날 수 없는 건가 이러저런 생각이 들면서 급격히 우울해지는 거야. 이 감정은 점점 바닥을 뚫고 들어가면서 콘서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왜 왔을까 현타가 오더라. 그래서 그 아이돌은 손 놓게 되었어. 
손 놓는 건 어렵지 않더라. 딱히 온라인 친목도모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팬클럽 가입하거나 굿즈 산 적도 아닌 기껏해야 영상보는 라이트 팬이였거든. 콘서트는 용기내서 예매한 거고.
어떤 사람은 연예인 좋아하면서 우울증 극복을 했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