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커들의 선택

울엄마 피셜 트로트 대장 박지현 > 임영웅

ㅇㅇ2026.04.28
조회6,057


다른 엄마들도 다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우리 엄마 팬심 연대기가 조금 극성맞은 것 같아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됨..ㅋㅋㅋ


우리 엄마의 덕질 역사:
1부 — 트로트라는 BGM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트로트 집에서 들으면서 자랐음.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
엄마가 트로트를 좋아했고, 엄마가 집에 있었고, 엄마가 리모컨을 가지고 있었음.

중학교 때 이어폰 끼기 시작한 게 순전히 트로트 피하려고였음. 진심.

그때는 그래도 그냥 배경음악 수준이었어서 그래도 버틸 만했음. 식사 시간에 트로트, 청소할 때 트로트, 명절에 친척들 오면 트로트. 여행갈 때도 트로트..

 

이 트로트 테이프 국룰 아니냐고ㅋㅋㅋㅋ



ㅇㅋ 그래도 이 정도는 어릴 때부터 훈련이 돼서 그냥 흘려들을 수 있었음.

근데 어느 순간부터 농도가 짙어지기 시작했음.


2부 — 임영웅 입덕, 그리고 하나은행 사건

미스터트롯이 방영되던 해였음. 엄마가 TV 앞에 쿠션 갖다 놓고 본방 챙겨보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저녁에 선언했음.

“임영웅이 노래도 넘 잘하구~ 눈도 크구 키도 크구 잘생겼다 참^^”

이후로 엄마 폰 배경화면이 바뀌었음. 카카오톡 프사가 바뀌었음. 온 알고리즘이 임영웅으로 도배됐음. 엄마 폰 빌렸다가 유튜브 켰는데 추천 영상 전부 임영웅이어서 그냥 돌려드렸음.

이때까지는 덕질 하는거지 머~ 싶어서
그냥 연예인 좋아하는 아줌마 수준이라고 생각했음.

그게 틀렸다는 걸 하나은행 사건으로 알게 됨.

어느 날 엄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함.

"나 은행 바꿨어."

???? 갑자기? 왜?

“임영웅이가 하나은행 모델이잖어.”

ㅇㅇ. 국민은행 쓴지 30년. 통장도 적금도 체크카드도 전부 국민은행이었던 사람이. 임영웅 광고 봤다는 이유로. 그 주 안에. 계좌를 새로 팠음. 이미 갈아탈거 다 갈아탔고 얼마 안남은 적금도 깨지면 다 하나로 옮기신단다ㅎㅎ

나는 그때 뭔가 엄마의 새로운 면을 목격한 기분이었음.
팬심이 이런 거구나. 20년 거래 은행을 바꾸게 만드는 거구나.
임영웅이라는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어이 없게도 우리 엄마만 그런게 아니었네^^



이거 말고도 물도 쿠팡 무라벨 먹다가 갑자기 삼다수를 박스채로 주문하지 않나, 생전 먹지도 않던 피자 먹자고 청년피자 시키질 않나..ㅋㅋㅋㅋ

아빠 차도 쌍용으로 바꾸자고 얘기 꺼냈다가 바로 컷당함ㅋㅋㅋㅋㅋㅋ

3부 — 박지현 시대 선언

임영웅 시대가 절정을 지나던 어느 시점, 작년 쯤이었나?
엄마 대화에서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음.

박지현.

미스트롯2 준우승자. 엄마 말로는 "목소리 결이 다르다"고. 임영웅과는 또 다른 무언가라고. 이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아… 임영웅 좀 잠잠해지나 싶더니… 싶었음ㅋㅋㅋㅋ

물론, 임영웅은 여전히 좋아하는데, 요즘은 대화 세 마디 중 두 마디는 박지현이 나옴.

박지현 노래 들어봤어? 들어봐, 진짜야. 아직 안 들어봤지

이 대화를 내가볼 땐 아마 한 열 번쯤은 한 것 같음.


거 트로트 가수들 어차피 다 트로트 방송에만 다니면서 그러는거 아닌가 했는데

 

엥 최근에 나혼산도 나왔네..?


구해줘 홈즈도 나오고 라디오스타도 나오고
생각보다 메이저한 방송들을 많이 하는거 보고
원래는 진~~짜 먼 나라 사람 같았는데 여기서부터 거리감이 약간 허물어짐ㅋㅋㅋ

하긴 울 엄마가 덕질할 정도면 요즘 주가 좋은 사람이긴 하겠다ㅋㅋ


4부 — 피캄 실종팩 사재기 사건

어느 평범한 저녁. 택배 하나가 도착함.

표정이 뭔가 있었음. 뭔가 해냈다는 얼굴.

"박지현이 피캄 광고 찍었거든."

박스를 꺼내기 시작하는데.

하나.

둘.

셋. 넷…

 

“좋은건 나눠 써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
???? 대환장.. 무슨 50장을 한번에 쟁이냐고…

엄마는 그 자리에서 박지현 피부 사진을 핸드폰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해줬음. 이게 박지현 실종팩이라고, 잔주름에 모공까지 실종된다고, 박지현도 실제 쓴다고…..
하도 들어서 뭐에 좋은지 다 외울 지경임ㅋㅋㅋㅋ

일단 나는 조용히 세 가지를 생각했음.

첫째, 임영웅 때 차 사자고 했던거 비하면 이정도로 뭐….
둘째, 마스크팩 50개를 언제 다 쓰는가.
셋째, 나도 쓰면 되는건가. (오히려 좋아)

정답은 셋 다 예스였음.

그날 저녁부터 엄마가 팩을 하나씩 들고 내 방에 왔음.

"같이 해."

근데 뭔가 이상함.
다시 보니까 이래야 진짜 박지현실종팩이라고 패키지에 박지현 사진 붙여옴;

 

이대로 동네 엄마들도 하나씩 선물할거라함..

 

나가보니까 이러고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정성스러운 주접이야 엄마…ㅋㅋㅋ

이날부터 자꾸 같이 팩 하자해서 어쩌다보니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같이 하게 됨.
그참에 엄마가 팩 붙이고 박지현 방송 나오는거나 무대 하는 그런거 틀어놓으면, 나도 그냥 옆에서 같이 봤음.
걍 붙이고 돌아다니거나 내 할거 해도 되긴 하는데 엄마가 이렇게까지 하니까 머가 좋은건가 하고 같이 앉아서 봐봄.
사실 아직도 박지현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ㅋㅋㅋㅋ
새벽까지 쳐박혀서 폰만 봤었는데 오랜만에 엄마랑 도란도란 얘기히나까 그게 좋드라


근데 둘 다 원래 피부 관리라곤 딱히 안하는데 그러고 있으니까 좀 웃기긴 했음ㅋㅋㅋ

결과적으로 보면 얼굴 상당히 쫀쫀해지면서 호강하고 있는데
뭐 엄마 돈으로 관리하는거니까 사줄 때 열심히 받아 써야지 ㅎ

아 맞다 얼마 안쓰고 다 쳐박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잔주름 없어진거 같지 않냐면서 맘에 든다고 빨리 다 쓰고 더 사고 싶대ㅋㅋㅋㅋ
(근데 딸이 더 사줬으면 좋겠다~ 노래를 부르고 다니심…… 허허)


5부 - 음료는 무조건 카페봄봄으로..

팩이 어느 정도 루틴이 됐을 무렵, 엄마가 주말 아침에 갑자기 말함.

"엄마랑 카페 가자."

웬일이야? 요 앞에 컴포즈 다녀올까?? 했는데
갈데가 있다고 함..

뭔가 싸했지만 일단 걸어갔음.

예… 역시나 박지현이 모델 하고 있는 카페 봄봄 이었구요

도착해서 엄마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박지현 포스터 수색이었음. 메뉴판 옆, 벽, 카운터 뒤. 없었음. 되게 아쉬운 표정을 짓더라구ㅋㅋㅋㅋ

분명, 막 걸려있는거 보고 왔다고 해서 보니까 염창역점 사장님이 해놓으신걸 보신 듯ㅋㅋㅋㅋ

 

 

후기 보니까 이렇게 해놨다는데 엄마 눈이 안돌아갈 리가 없지…


암튼 우리가 간 지점에는 포스터나 그런건 없었지만 음료는 맛있었음.

그래도 봄봄이 좋다드라.


포스터 같은건 없어도 그담부터 엄마 봄봄 갈까? 하면 되게 좋아했음.
말은 안 했지만 표정으로 다 보였음.

 

이런 표정ㅋㅋㅋㅋㅋ



이렇게 한참을 또 지내다보니까 어느샌가 트로트가 불편하지 않아지는 시기가 왔음.

엄마가 틀어놔도 이어폰 안 낌. 주말 저녁에 실종팩 하면서 박지현 공연 영상 같이 보는 게 그냥 루틴이 됨. 카페봄봄 메뉴도 외움. 난 음료도 음룐데 크로플이 맛있더라.


엄마 팬심에 끌려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일상이 된 거고, 그러다 보니 엄마랑 주말에 할 게 생겼고, 피부도 좋아졌고, 같이 걷는 것도 늘었고 시간을 보내는 비중 자체가 늘었음.

임영웅이 하나은행을 선택한 날, 박지현이 피캄을 선택한 날, 그 선택들이 쌓여서 엄마랑 더 가까워진 기분임. 뭔가 이상하고 웃기지만 결론적으로 되게 좋은 기분…ㅋㅋ

엄마가 박지현 뽕이 얼마나 더 갈지는 모르겠는데 또 은행 홀랑 바꾸거나 하지는 않았으면ㅎㅎ…

 

이번 겨울에도 일케 아이스 커피 사겠다고 손 꼭 붙잡고 10분 거리 봄봄 다녀옴ㅎ


혹시 엄마들 이렇게 다들 덕질의 한을 품고 사시는거니 ㅋㅋㅋㅋ

만약 그렇다면 덕질 한번쯤은 같이 해드려봐 되게 좋아하실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