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사의 양심고백

ㅇㅇ2026.04.29
조회14
우리 애는 올해로 14년됐다

사실 정확한 나이는 잘몰라
우리집 왔을때가 14년 전이라 그렇게 생각하는것뿐

근데 진짜 효자인게
여지껏 크게 아픈적 한번도 없었고
지 발톱에 눈 긁혀서 병원갔었는데
긁힘이 깊으면 수술한뻔 했지만 다행히 그정도가 아니라서
약물치료 해본게 다고
수술이라고는 땅콩수술 뿐이었고

돈없는 주인 만나서 이때껏 겅간검진도 한번도 못해주고
그냥 털이 장모라서 때되면 미용시켜주고
간식은 떨어지지않게 챙겨준게 다일뿐
(진짜 순해서 무마취하는데 주인없어도 될 정도)

진짜 잘해준건 없고 기본이라는것도 제대로 못 해줬는데
아프지않게 14년을 지내준 내 새끼

지가 아프면 내가 힘들어질 걸 아는건가
혹시 아픈데도 말못하고 있는건 아닌가
아무리 물어도 대답없는 내 새끼

14년 전 호적메이트가 가족들 동의없이 대뜸 데꼬와서
정작 지는 나 몰라라 집나가버리고

엄마는 털난 짐승 싫다고 구박은 아니지만 살갑진않았고
결국 내 새끼가 되려고 그랬나
초딩때 길고양이였던 우리 초롱이..

내 방 옷장위에 새끼낳고 나갔다가 다시 온지 얼마 안돼
차 사고로 가버린 우리 초롱이가 아직도 생각이 나서
초롱이 대신 온 내새끼인가 했다

집에서 하도 타박받는게 보기싫어서
형편없이 걍 데리고 나와 살게됐고

내가 100벌때도
140벌때도
350벌다가 다시 180벌게 됐을때도
나는 얘를 놓지않았다
100에도 우리는 행복했으니까

가난한 집 아이들은 철이 빨리든다
내가 그랬다
가난하고 볼품없는 주인에게 와서
니가 그럴까봐 속상했다
동물답지않게 철이란게 들어버려서
아파도 티 안내는 법을 깨우친건지 싶어
가끔은 마음이 폭삭 내려앉을때가 있다
그럴때마다 넌 이쁘게 울며 내 배위를 꼼지락댔지

내 베개의 반은 니 차지고
엉덩이로 날 숨막히게 만들어도
니 엉덩이로 내 얼굴을 뭉게지않으면
나도 이제 잠이 안들어 새끼야

가끔 스트레스 받거나 불안해하는 날은
그렇게 수염으로 내 얼굴을 괴롭히는데
귀찮고 간지러워 짜증나다가도
가끔 어른처럼 날 안아주는 니가 고마워서
나도 꾹 참게된다

자다가 니 반대편으로 얼굴을 돌리면
귀신같이 따라와서 내 얼굴옆에서 잠드는 내새끼

그 말이 맞다
인간이주는 사랑은 동물의 사랑엔 비교도안된다는거
너희의 세상엔 주인이 전부인데
주인따위가 그 깊은 사랑을 알리가 있나

그렇게 못난 주인이라도 니가 나좀 바줘
14년간 나는 니 덕에 집순이가 되었고
2박3일 여행도 큰 맘 먹고 딱 한번,
1박2일도 세번쯤 됐던가
연애하던 친구들이 서운하다 타박줄 만큼
내 여행지는 니가있는 우리 집이었어

14년 전 보다 월급도 모은 돈도 훨씬 많아졌지만
너를 두고 몇박씩 여행을 갈 엄두가 안난다
덕분에 나는 나이 서른아홉에 아직도
해외여행을 못해봤다

집순이가 된 지금은 사실
해외여행보다 니 엉덩이가 더 좋다
진짜다

그리고 은연중에 나는 다짐을 한다
훗날.. 절대 오지않길 바라는 그 날이 온다면
나는 니가 없는 다른 세상에서 너를 기릴거라고

내가 한때 우울함에 무너져있을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늘 했던말이있다
우리 새끼 죽으면 나도 죽을거라고
그 새끼 때문에 못죽고있다고

형편이 훨씬 나아진 지금도
나는 마음한켠에 그 마음이 있다

그만큼 너는 나의 전부다
니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