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기묘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해 (2)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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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머니 돌아가시고 49제를 지난 후 내가 꾼 꿈이 너무도 이상해서 한번 써볼까해.
평소에도 꿈이 너무 잘 들어맞는 편이라 종종 지인들의 태몽을 대신 꿔주거나 길몽보다는 흉몽을 자주 맞추는 편이라 이번에 할머니 돌아가시고 꾼 꿈도 역시나 흉몽이었던것 같아.
친할머니 돌아가시고 사실 친할머니와는 그렇게 깊은 교감을 나눈 사이는 아니었던지라 간단하게 장례식에서 예만 갖추고 일찍 나와서 곧장 일하러 갔어. 꽤 장수 하셔서 오랜 시간 함께한 시간은 많았는데 그렇다고 가슴 절절한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더라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애석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마음이 무겁거나 슬픔에 못이길 정도는 아니었던지라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잠에 들었는데 꿈에 할머니가 사시던 옛날 집에 혼자 방문하게 되었어.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마산 땅콩 카라멜이랑 맛동산 과자랑.. 뭐 기타 등등 간식거리를 커다란 봉지에 사 담아서 할머니 집 대문을 들어서는데 (할머니 집은 초록색 대문이었고 초록색 대문을 들어서면 꽤 넓은 마당과 마당 한 켠에 본채, 그리고 그 옆에 외양간과 같이 딸려있는 작은 집 한 채, 그리고 아랫 채가 있는 전형적인 한옥 스타일의 집이었거든.)
 "할머니!~저 왔어요!~" 하며 들어섰는데 인기척이 없더라고. 고요하고 서늘할 정도로 조용한 집 대문을 들어서면서 할머니 집 마당 한복판에 있는 아궁이를 지나게 되었는데 아궁이 불을 지피는 곳에 뭔가가 있더라고.순간 뭔가 싶어 그 아궁이 밑 잿더미를 바라보았는데 거기에 사람의 잘린 발이 있더라고. 딱 발목 위까지 잘려있는 발. 피가 철철 흐르는 것도 아니고 색이 바랜 회색빛 잿더미와 같은 색으로 말이야.그걸 보고 놀라긴 했는데 왜인지 기겁할 정도로 놀라지는 않았어. 그냥 "어? 뭐지?? 내가 잘못본건가? 뭐지?" 하면서 아궁이를 지나쳐 부엌으로 가보았거든 아마도 정말 놀랐는데.. 일부러 태연한 척 했던 것 같아.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았어.
부엌은 정말 옛날식 가마솥이 있는 부엌인데 그곳에 할머니가 계시더라고.할머니는 가마솥에 뭘 하시는 듯 뒷모습만 보이도록 서 계셨어. 할머니, 할머니 몇 번을 애타게 불러도 뒤를 한번 돌아보지 않으시더라고.
"할머니~ 저 왔어요!! 할머니 좋아하는 거 잔뜩 사왔는데" 하고 할머니를 불러도 할머니는 뒷모습만 보이며 뭐라뭐라 낮게 중얼중얼중얼 거리셨어.근데 할머니의 뒷모습이 이상하게도 물에 홀딱 젖은 사람처럼 행색이 너무 누추한거야..게다가 할머니만 컬러가 없는 느낌이랄까? 흑백사진이나 영상처럼 뭔가 색이 없었어.
할머니의 옷도 뭔가 젖어서 추욱 처진듯해 보였고, 전반적으로 굉장히 느낌이 안좋더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할머니의 뒷모습을 머리에서 부터 천천히 훑어보게 되었어.은 비녀로 쪽진 하얀 백발 머리... 빛바랜 상의, 항상 입으셨던 고무줄 치마.. 그런데 할머니의 발이 보이지 않더라고.
순간, 아! 아까 그 아궁이에 있던 발이 할머니의 발인건가... 하고 흠칫 놀랐지만 놀란 티를 안냈어. 왜인지 모르게 뭔가 아는 티를 내면 안될 것 같아서 실제로도 심장이 뛰는게 느껴질 정도로 정말 놀랐지만 놀란 내색하지 않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할머니한테 말을 걸었어.
 "할머니, 나 왔다니까.. 뭐하고 있어요? 응?"하면서 아주 나즈막하게 중얼거리던 말이 들릴 정도로 가까이 옆에 가서 섰거든.애써 놀란 마음을 감추고 멀쩡한 척 하느라 옆을 돌아보지도 않았어. 때문에 할머니 얼굴을 못봤고.
"내 무나물이 먹고 싶다.. 무나물이 먹고 싶다.." 라고 중얼중얼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시더라고.
무나물이면 나도 잘 만드는 반찬 중 하나라서 내가 "아, 그럼 내가 해줄게. 내 그거 만들 줄 안다." 하며 만들려고 하다가 잠에서 후다닥 깨버렸어.
어영부영 그렇게 끝으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굉장히 찜찜한데 누구한테도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더라고. 왜냐면 할머니 돌아가신지 이제 막 49제 되어갈 때였거든. 아버지는 막내 아들이라 할머니에 대한 애정이 깊으셨는지 한동안 많이 슬퍼하셨는데 이 얘기를 할 수가 없었고, 뭔가 마음은 계속 찝찝하고...
그래서 못 참고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얘길했어. "엄마, 내 꿈에 좀 할머니가 안 좋게 나오더라. (어쩌고 저쩌고)"꿈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엄마의 표정이 사색이 되면서 엄마 입에선 탄식이 흘러나오더라고.
순간 나도 뭔가 이상해서 왜 그러냐 물으니.."느그(너희) 고모도 딱 그런 꿈을 꿨다고 전화 왔었다. 내 꿈에도 (시)어머님이 행색이 너무 누추하게 그렇게 나와서는 돈을 쥐어주더라."하시는거 아니겠어..
같은 날 할머니의 꿈을 고모도, 나도, 우리 엄마도 모두 꾼거야. 그것도 내용도 비슷하게....할머니의 행색도 너무도 일치했고..(평소에는 굉장히 단아하게 머리 빗고 비녀를 꽂고 용모를 단장하시던 분인데.. 꿈에는 행색이 정말 추레하게 나오셨음..)
그래서 내가 할머니가 했던 말도 엄마에게 물어봤어."엄마 , 할머니가 무나물이 먹고 싶다고 하시던데...왜 이런 말씀 하신걸까..싶은데"
"너그 (너희)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무나물이다." 
나는 솔직히 무나물을 좋아하시는지 어쩐지도 몰랐는데... 무나물이 드시고 싶다고..그렇게 나한테 얘길 하셨다는게 너무 소름 돋더라고.
그리고 큰 엄마가 오랜 기간 할머니를 모신 탓에 고생을 많이 하신지라 할머니의 장례 치르자 마자 제사도 안 하겠다고 했다네? 무나물이 원래 제사에 올라가는 나물이기도 하잖아.. 할머니가 무나물을 좋아하셔서도 있지만 큰 며느리가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거에 섭섭해 하셔서 또 그런 말을 하신 건가 싶기도 했어.
어쨌든고모도, 나도, 엄마도 셋 다 이런 꿈을 꾼 이상 그냥 있기는 뭐해서 고모들과 엄마는 의논 끝에 장례는 이미 끝났지만 따로 태우는 수의를 하나 더 사서 태워드리자고 했다고 하더라고.그래서 수의를 사러 간 엄마는 또 한번 놀랐다고 해.
꿈에서 시어머니가 주신 돈이 딱 2만 얼마였는데.. 태우는 옷 (수의) 값이 딱 꿈에서 받은 그 값이었다고 하더라고.본인 좋은 곳으로 보내 달라는 할머니의 마음이 전달 된 건가 싶기도 하고..그날 그렇게 꾼 꿈이, 그것도 세 사람이 같은 날 같은 꿈을 꾼 게...난 너무 신기했어. (사실 이것 말고도 또 신기하고 놀랄만한 일들은 많았지만..)
수의를 태우고 나서는 할머니 꿈을 그 누구도 다시는 꾸지 않게 되었지만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는 할머니의 뒷모습만 기억에 남게 되었어.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용기내서 봤으면 좋았을라나.. ㅎㅎ아무튼 두번째 기묘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