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0(목) 화상채팅 아이들이 잠든 후 아내는 밤 10시부터 11시까지 화상채팅을 했다. 그 시간 동안 집안의 분위기는 조용했고, 아내는 외부와 소통하는 데 집중했다. 화상채팅은 아내에게 어떤 위안이나 새로운 관계를 제공하는걸로 보였다.
2022-11-12(토) 아내의 낮잠 오후 4시 40분경, 낮잠을 자던 아내가 둘째 아이가 징징거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아내는 낮잠을 방해받았다며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베개로 행거를 여러 번 쳐서 결국 행거가 쓰러졌다. 조용했던 집안에 갑작스런 소란이 일었고, 그 순간의 분노가 공간을 흔들었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조차 아내의 불안정한 감정을 자극하는 듯했다.
2022-11-19(토) 도테라 소개비 아내는 도테라의 아로마향과 영양제로 지금까지 약 130만 원을 사용했고 지인들에게 도테라를 소개하며, 수수료 20%를 받는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나에게 자랑을했다. 그 모습은 마치 새로운 희망을 붙잡은 듯했다. 나는 현실적인 시선으로 말했다. “당신에게 다단계 알려준 사람은 당신과 당신의 지인들까지 뽑아 먹다가 더 빼먹을게 없으면 다른 걸로 돌리고 그곳에서도 뽑아 먹을게 없으면 또 다른 걸로 돌려가며 뽑아먹을거야.”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지나고 보면 이걸 비난으로 받아드렸을것이다. 내 이야기를 이해 못하는 아내를 볼때면 아내가 경계성 지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2022-11-23(수) 아내가 도테라(아로마 디퓨저 브랜드)를 접하게 된 이력 회사 근처에 아내가 좋아할 만한 식당이 있어 점심시간에 아내를 불러 함께 식사했다. 아내는 아로마 판매자 언니를 수영장에서 샤워 중 처음 만났고, 그 후 자신이 다니던 줌바댄스에 초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테라 제품을 지인에게 60만 원에 팔아 20%인 12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또 다시 자랑했다. 그동안 도테라로 인해 우리가 싸웠던 기억을 모르는 사람처럼 아내는 아무렇지 않게 그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내겐 이해되지 않았다.
2022-11-25(금) 줌바댄스 사람들과 술마시러 외출 저녁 7시 30분,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 옷을 차려입은 상태로 아이들을 나에게 맡기고 줌바댄스 모임 사람들과 술 마시러간다며 외출했다. 아내는 고마워 땡큐라며 일방적으로 나갔고 나는 아이들과 놀고 씻겨주고 재웠다. 아내는 자정이 넘은 집에 돌아왔다.
2022-11-26(토) 아내의 절망적인 말들 오후 8시 40분경,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면서 뜻밖의 말이 터져 나왔다. “엄마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 아동학대로 신고당해서 감옥에서 너희들 없이 편하게 쉬고 싶어.” 그 말은 깊은 절망과 고통의 표현이었지만, 아이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족 안에 감춰진 아내의 무거운 마음이 조용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2022-11-29(화) 아내의 화상채팅 밤 9시경, 아내는 노래를 부르며 화상채팅을 시작했다. 집안은 한동안 아내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밤 10시 50분, 화상채팅이 종료되었고 조용함이 다시 찾아왔다. 아내가 노래하는 모습은 평소와 달리 어딘가 자유롭고 해방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2022-12-04(일) 아내의 꿈속에 어느 아침, 아내가 무서워하며 내가 자는 방에왔다. 방금 전 꿈에 속에서 자살한 구하라가 나타났다고 했다. 나는 순간 황당했지만 아내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당신이 아니니까 괜찮아.” 그 말이 아내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길 바랬다.
2022-12-06(화) 둘째의 우울증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첫째는 핸드폰 게임에 빠져 있었고, 둘째와 셋째는 TV(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거의 매일 둘째와 셋째는 서로가 보고 싶은 것을 두고 다투곤 했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미디어에 몰입하는 게 걱정되어 아내에게 TV를 그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는 “둘째가 우울증이 있어서 보여줘야 한다.”고 답했다. 과연 둘째에게 우울증이 있었던 걸까? 내가 보기에 그건 아내가 아이들에게 폭언과 무관심을 보여서 그런게 아닐까? 둘째가 우울증인건 아내 혼자만의 생각인 듯했다.
2022-12-13(화) 힘든 아내 아이들을 재우던 밤, 아내가 잠투정을하는 아이들에게 “엄마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 속에 아내의 깊은 피로가 묻어났다. 세자녀를 키우는것은 남들보다 아내에게도 더크게 다가왔을것이다. 결혼 전부터 힘들어하는 현재까지도 아내는 4명을 낳겠다고 주변사람들과 나에게 여러번 말했다. 그리고 항상 오늘 처럼 그에 따른 책임은 나와 아이들에게 짜증과 화로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2-12-14(수) 죽은자까지 살려낸다는 원장의 마사지 아내가 중동에 있는 유명 마사지 원장에게 마사지를 받는다며 이야기했다. 죽은 자까지 살려낸다는 말이 따라붙은, 그야말로 과장된 명성의 인물. 아내는 그 마사지를 받느라 어린이집 하원이 늦었다고 말했다. 아이들보다 자신의 몸을 먼저 챙기는 아내의 모습에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됐다. 그 손길이 육체적 피로를 덜어냈을지는 몰라도 과연 아내의 마음의 무게까지 덜어냈을까?
2022-12-16(금) 사고 오후3시7분 근무 중에 아내가 합기도에 결제를 하러 갔다가 계단에서 굴렀다고 합기도 관장에게 전화가 왔다. 깜짝 놀랐지만, 관장의 설명을 들으니 큰 부상은 아닌 듯해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날 아내는 하원을 못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처가로 향했고 나는 퇴근 후 둘째와 셋째를 하원시키고, 편의점 도시락을 사가지고 집으로가서 데워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었다. 아내에게는 꽤 고된 하루였을 것이다.
2022-12-17(토) 애들 데리고 본가에 가라고한다. 저녁 8시경, 아내가 처가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리는 반깁스를 하고 있었고, 목발을 짚은 채 조심조심 걸었다. 아내에게 들으니 합기도 결제를 하고 핸드폰 보면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마지막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리를 접질지른 것이였고 응급차를 불러 병원에갔을때 병원에서는 이런걸로 응급실까지 오냐는듯 아내를 처다봤다고 했다. 몸이 불편해서였을까, 마음이 힘들어서였을까. 그 말에는 어쩌면 진심이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그 말은 달리 들렸다. 우리 가정의 문제를 왜 처가에까지 떠넘기려 하는 걸까. 그 말은 마치 모든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듯했다.
2022-12-18(일) 아내의 쌍욕 일요일, 평온해야 할 집 안에서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셋째가 밖에서 놀겠다고 혼자서 집 밖으로 나갔다. 아이가 네 살밖에 되지 않았기에,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씨발새끼, 욕이 절로 나오네"라며 격하게 화를 냈다. 단순한 분노 이상의 감정이었다. 아이의 안전에 놀라고,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좌절, 그리고 요즘 아내가 느끼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폭발한 듯했다. 하지만 네 살 아이에게까지 쏟아지는 욕설은 나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감정의 언어가 가정 안에서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는 게, 나를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2022-12-19(월)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 오늘은 아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반복하는 말이 있다. "너희들 때문에 얼굴이 떨리고 숨이 안 쉬어지고, 금방 죽을 것 같아." 그 말은 단순한 짜증이나 푸념을 넘어서, 아이들에게 감정의 짐을 고스란히 지우는 말이다. 아직 어려서 엄마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 어떤 불안을 쌓고 있을지 걱정된다. 아이들은 엄마를 아끼기에 더 상처받을 것이고, 자신의 존재가 엄마를 아프게 한다는 오해를 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됐다.
말은 무기처럼 사람을 찌르기도 하고, 때론 마음을 품어주는 이불이 되기도 한다. 요즘 아내의 말은 아이들에게 이불보다는 창처럼 다가오는 듯하다. 부모가 버티는 중심이어야 할 말의 무게가, 아이들 마음에 너무 무겁게 내려앉고 있다.
2022-12-20(화)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 오늘은 아내가 아이들에게 감정의 무게를 더 짙게 얹고 있다. 울고 있는 둘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우는 소리 들으면 엄마가 죽어. 엄마 외갓집에 가면 좋아? 살기 싫고 재미도 없어." 울음조차 마음껏 흘릴 수 없는 아이에게, 엄마는 지금 감정을 억누르는 방법이 아닌, 감정을 탓하는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다. 울음은 약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표현인데, 그 소리가 엄마를 죽게 한다는 말은 아직 마음이 여린 아이에게 씻기 어려운 죄책감을 심어준다.
둘째는 슬픔을 표현했을 뿐인데,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는 이 말이 아이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길까. 가엾은 둘째는 그 울음을 다시 삼켰다. 감정은 서로 보듬을 때 치유되지만,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이 집안의 공기엔 요즘 자꾸 무거운 말들이 쌓여간다.
2022-12-21(수) 첫째 생일 파티와 아내의 화상채팅 오늘은 첫째의 생일 전날. 퇴근 후 집에 들어서니 19:20경, 첫째는 감기로인해 아파 이미 잠들어 있었고 아내는 종이를 접고 있었다. 아내가 말하길, 첫째가 종이접기 40장을 안 접으면 내일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해서 대신 접어주고 있다고 했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왜 대신해주냐고 했지만 아내는 종이접기가 치매 예방에 좋다말하고 잠시 후 종이접기가 지겨운지 둘째에게 넘겼다.
잠든 첫째를 깨워서 생일 파티를 하겠다는 아내의 말에 아파서 자는애 나두고 우리끼리 하자고 했지만 아내는 첫째를 깨우려 했지만 결국 첫째는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했고, 케이크 앞에서 둘째와 셋째는 케이크를 먹고 싶어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내는 “주인공이 잔다”며 불을 꺼버리고 잠자리에 들려 했다.
아내에게 잠든 첫째는 아이들의 하루를 멈추는 존재가 되었고, 다른 아이들은 그저 조용히 따라야 했다. 아이들의 기대는 조명처럼 꺼졌고, 아이들이 잠들고 곧이어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아내는 늘 하던 그 화상채팅을 했다. 첫째가 먼저 잠드는 날이면 늘 그러했다. 시간은 아직 이른데도 불은 꺼지고, 남은 아이들의 존재는 덩그러니 묻혀버린다.
2022-12-22(목) 첫째 생일 오늘은 첫째의 생일. 오후 1시30분경 아내에게 회식으로 늦게 들어간다는 말을 전하려 했지만 통화는 못했다. 오후3시경 다시 전화를 걸었고, 아내는 자다 깬 목소리로 받았다. 전화 너머로는 익숙하지 않은 다른 사람의 인기척이 들렸다. 누군가와 같이 자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짧은 통화 끝에 회식 때문에 늦는다고 전했고, 통화를 마쳤다. 회식을 끝마치고 집에가서 아이들과 잠깐 놀다가 잠을 잤다.
2022-12-23(금)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과 아로마 디퓨저 오늘 아내는 둘째에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 "너희들이 싸우면 엄마는 빨리 하늘나라 가. 아는 엄마는 그래서 자살했어. 사는 게 재미있니, 너희는... 살고 싶지 않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날 밤, 아이들이 잠든 후 조심스레 말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말은 아이들에게 하면 안 돼. 아이들이 불안해져." 하지만 아내는 대답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12월 2일에 가습기랑 아로마 디퓨저, 언니네 집에서 가져온 거야." 나는 이미 11월 18일, 세탁실에서 그 디퓨저를 본 적이 있었기에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말은 칼보다 깊게 아이들의 마음을 찌른다.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2022-12-24(토) 아내의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을 재우고 오랜만에 아내와 누워서 대화를 나눴다. 문득 흘러나온 아내의 어린 시절 이야기. “초등학교 6학년 때쯤, 숨이 안 쉬어지는 느낌이 자주 있었어. 지금 생각하면 아마 공황 발작이었을지도 몰라.” 당시 친정어머니는 교회를 그만 다니게 하고, 천도제나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성불사, 용화사, 나를 살려주신 스님들… 감사드려.” 그런 말이 나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내는 “불상들이나 사찰에 가면 무섭다”고 했다. 반면, 교회의 십자가나 예수님의 모습은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말. “엄마가 그러는데, 나는 결혼하면 안 되는 팔자래.” 그리고 "이건 김서방에게 말하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 말이 오래 가슴에 남았다. 지금 아내가 겪는 불안과 감정의 기복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의 어린 시절은 이미 평범하지 않았고, 마음 깊숙한 곳엔 오래된 그림자가 있었다. 결혼 후 어느 날 처가에서 저녁을 함께 하던 중, 장인어른께서 아내가 어렸을 때 병원비로 많은 돈을 썼다는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 말을 들은 장모님의 표정은 미묘했다. 마치 이 사실을 사위가 알면 안 된다는 듯, 일부러 감추려는 듯한 눈빛과 얼굴이었다. 과연 아내의 어릴적에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 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2022-12-28(수) 아내의 자해 퇴근 후 아내가 말했다. 아내가 둘째에게, 울고 짜증내는 소리가 듣기 싫다며 부엌칼을 둘째에게 주면서 “이걸로 엄마 죽으라고 찔러”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리고 “둘째 우는 소리가 너무 싫어서, 아이들 보는 앞에서 합기도 띠로 내 목을 졸라 자살하려 했다”고. 그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속으로는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리고 아내는 무심한 듯 “무선 청소기 사야겠다”고 말했다.
사랑해야 할 아이에게, 보호해야 할 아이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던 사실에 깊은 절망이 밀려왔다. 이런 현실 앞에 나는 무력했다. 어떻게 이 상처를 치유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숨겨진 어둠이 이렇게 깊고 크다는 걸 절감하며 내 마음은 무겁게 짓눌렸다. 이날의 기억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내 마음 한편에 아픈 상처로 남았고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말하는 아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것일까?
2022-12-30(금) 아내가 둘째에게 둘째가 계속 울면서 짜증내고,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아내는 차갑게 말했다. “안 가면 엄마랑 같이 옥상에 가?” 그 말은 너무 무거웠다. 옥상에 올라가 둘이 같이 떨어져 죽자는 뜻이었다. 아내가 아이들 중 한 명이라도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 불안이 점점 극단적인 생각으로 번져갔다. 아내가 아이들을 시설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만큼 삶의 무게가 버거워졌다는 걸, 그 말 속에 담긴 절망을 읽을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아픔이, 어느새 우리 집 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22년 가족의 무게
2022-11-10(목) 화상채팅
아이들이 잠든 후 아내는 밤 10시부터 11시까지 화상채팅을 했다. 그 시간 동안 집안의 분위기는 조용했고, 아내는 외부와 소통하는 데 집중했다. 화상채팅은 아내에게 어떤 위안이나 새로운 관계를 제공하는걸로 보였다.
2022-11-12(토) 아내의 낮잠
오후 4시 40분경, 낮잠을 자던 아내가 둘째 아이가 징징거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아내는 낮잠을 방해받았다며 화를 내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베개로 행거를 여러 번 쳐서 결국 행거가 쓰러졌다. 조용했던 집안에 갑작스런 소란이 일었고, 그 순간의 분노가 공간을 흔들었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조차 아내의 불안정한 감정을 자극하는 듯했다.
2022-11-19(토) 도테라 소개비
아내는 도테라의 아로마향과 영양제로 지금까지 약 130만 원을 사용했고 지인들에게 도테라를 소개하며, 수수료 20%를 받는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나에게 자랑을했다. 그 모습은 마치 새로운 희망을 붙잡은 듯했다. 나는 현실적인 시선으로 말했다. “당신에게 다단계 알려준 사람은 당신과 당신의 지인들까지 뽑아 먹다가 더 빼먹을게 없으면 다른 걸로 돌리고 그곳에서도 뽑아 먹을게 없으면 또 다른 걸로 돌려가며 뽑아먹을거야.” 하지만 아내는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지나고 보면 이걸 비난으로 받아드렸을것이다. 내 이야기를 이해 못하는 아내를 볼때면 아내가 경계성 지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2022-11-23(수) 아내가 도테라(아로마 디퓨저 브랜드)를 접하게 된 이력
회사 근처에 아내가 좋아할 만한 식당이 있어 점심시간에 아내를 불러 함께 식사했다. 아내는 아로마 판매자 언니를 수영장에서 샤워 중 처음 만났고, 그 후 자신이 다니던 줌바댄스에 초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테라 제품을 지인에게 60만 원에 팔아 20%인 12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또 다시 자랑했다. 그동안 도테라로 인해 우리가 싸웠던 기억을 모르는 사람처럼 아내는 아무렇지 않게 그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내겐 이해되지 않았다.
2022-11-25(금) 줌바댄스 사람들과 술마시러 외출
저녁 7시 30분,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 옷을 차려입은 상태로 아이들을 나에게 맡기고 줌바댄스 모임 사람들과 술 마시러간다며 외출했다. 아내는 고마워 땡큐라며 일방적으로 나갔고 나는 아이들과 놀고 씻겨주고 재웠다. 아내는 자정이 넘은 집에 돌아왔다.
2022-11-26(토) 아내의 절망적인 말들
오후 8시 40분경, 아내가 아이들을 재우면서 뜻밖의 말이 터져 나왔다. “엄마도 사람답게 살고 싶어. 아동학대로 신고당해서 감옥에서 너희들 없이 편하게 쉬고 싶어.” 그 말은 깊은 절망과 고통의 표현이었지만, 아이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가족 안에 감춰진 아내의 무거운 마음이 조용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2022-11-29(화) 아내의 화상채팅
밤 9시경, 아내는 노래를 부르며 화상채팅을 시작했다. 집안은 한동안 아내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밤 10시 50분, 화상채팅이 종료되었고 조용함이 다시 찾아왔다. 아내가 노래하는 모습은 평소와 달리 어딘가 자유롭고 해방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2022-12-04(일) 아내의 꿈속에
어느 아침, 아내가 무서워하며 내가 자는 방에왔다. 방금 전 꿈에 속에서 자살한 구하라가 나타났다고 했다. 나는 순간 황당했지만 아내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당신이 아니니까 괜찮아.” 그 말이 아내에게 작은 위안이 되었길 바랬다.
2022-12-06(화) 둘째의 우울증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첫째는 핸드폰 게임에 빠져 있었고, 둘째와 셋째는 TV(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거의 매일 둘째와 셋째는 서로가 보고 싶은 것을 두고 다투곤 했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미디어에 몰입하는 게 걱정되어 아내에게 TV를 그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내는 “둘째가 우울증이 있어서 보여줘야 한다.”고 답했다. 과연 둘째에게 우울증이 있었던 걸까? 내가 보기에 그건 아내가 아이들에게 폭언과 무관심을 보여서 그런게 아닐까? 둘째가 우울증인건 아내 혼자만의 생각인 듯했다.
2022-12-13(화) 힘든 아내
아이들을 재우던 밤, 아내가 잠투정을하는 아이들에게 “엄마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 속에 아내의 깊은 피로가 묻어났다. 세자녀를 키우는것은 남들보다 아내에게도 더크게 다가왔을것이다. 결혼 전부터 힘들어하는 현재까지도 아내는 4명을 낳겠다고 주변사람들과 나에게 여러번 말했다. 그리고 항상 오늘 처럼 그에 따른 책임은 나와 아이들에게 짜증과 화로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2-12-14(수) 죽은자까지 살려낸다는 원장의 마사지
아내가 중동에 있는 유명 마사지 원장에게 마사지를 받는다며 이야기했다. 죽은 자까지 살려낸다는 말이 따라붙은, 그야말로 과장된 명성의 인물. 아내는 그 마사지를 받느라 어린이집 하원이 늦었다고 말했다. 아이들보다 자신의 몸을 먼저 챙기는 아내의 모습에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됐다. 그 손길이 육체적 피로를 덜어냈을지는 몰라도 과연 아내의 마음의 무게까지 덜어냈을까?
2022-12-16(금) 사고
오후3시7분 근무 중에 아내가 합기도에 결제를 하러 갔다가 계단에서 굴렀다고 합기도 관장에게 전화가 왔다. 깜짝 놀랐지만, 관장의 설명을 들으니 큰 부상은 아닌 듯해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날 아내는 하원을 못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처가로 향했고 나는 퇴근 후 둘째와 셋째를 하원시키고, 편의점 도시락을 사가지고 집으로가서 데워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었다. 아내에게는 꽤 고된 하루였을 것이다.
2022-12-17(토) 애들 데리고 본가에 가라고한다.
저녁 8시경, 아내가 처가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리는 반깁스를 하고 있었고, 목발을 짚은 채 조심조심 걸었다. 아내에게 들으니 합기도 결제를 하고 핸드폰 보면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마지막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리를 접질지른 것이였고 응급차를 불러 병원에갔을때 병원에서는 이런걸로 응급실까지 오냐는듯 아내를 처다봤다고 했다.
몸이 불편해서였을까, 마음이 힘들어서였을까. 그 말에는 어쩌면 진심이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그 말은 달리 들렸다. 우리 가정의 문제를 왜 처가에까지 떠넘기려 하는 걸까. 그 말은 마치 모든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듯했다.
2022-12-18(일) 아내의 쌍욕
일요일, 평온해야 할 집 안에서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셋째가 밖에서 놀겠다고 혼자서 집 밖으로 나갔다. 아이가 네 살밖에 되지 않았기에,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씨발새끼, 욕이 절로 나오네"라며 격하게 화를 냈다. 단순한 분노 이상의 감정이었다. 아이의 안전에 놀라고,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좌절, 그리고 요즘 아내가 느끼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폭발한 듯했다. 하지만 네 살 아이에게까지 쏟아지는 욕설은 나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감정의 언어가 가정 안에서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는 게, 나를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다.
2022-12-19(월)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
오늘은 아내가 아이들에게 자주 반복하는 말이 있다. "너희들 때문에 얼굴이 떨리고 숨이 안 쉬어지고, 금방 죽을 것 같아." 그 말은 단순한 짜증이나 푸념을 넘어서, 아이들에게 감정의 짐을 고스란히 지우는 말이다. 아직 어려서 엄마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 어떤 불안을 쌓고 있을지 걱정된다. 아이들은 엄마를 아끼기에 더 상처받을 것이고, 자신의 존재가 엄마를 아프게 한다는 오해를 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됐다.
말은 무기처럼 사람을 찌르기도 하고, 때론 마음을 품어주는 이불이 되기도 한다. 요즘 아내의 말은 아이들에게 이불보다는 창처럼 다가오는 듯하다. 부모가 버티는 중심이어야 할 말의 무게가, 아이들 마음에 너무 무겁게 내려앉고 있다.
2022-12-20(화)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
오늘은 아내가 아이들에게 감정의 무게를 더 짙게 얹고 있다. 울고 있는 둘째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 우는 소리 들으면 엄마가 죽어. 엄마 외갓집에 가면 좋아? 살기 싫고 재미도 없어."
울음조차 마음껏 흘릴 수 없는 아이에게, 엄마는 지금 감정을 억누르는 방법이 아닌, 감정을 탓하는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다. 울음은 약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표현인데, 그 소리가 엄마를 죽게 한다는 말은 아직 마음이 여린 아이에게 씻기 어려운 죄책감을 심어준다.
둘째는 슬픔을 표현했을 뿐인데,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는 이 말이 아이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길까. 가엾은 둘째는 그 울음을 다시 삼켰다. 감정은 서로 보듬을 때 치유되지만, 지금은 반대로 가고 있는 듯하다. 이 집안의 공기엔 요즘 자꾸 무거운 말들이 쌓여간다.
2022-12-21(수) 첫째 생일 파티와 아내의 화상채팅
오늘은 첫째의 생일 전날. 퇴근 후 집에 들어서니 19:20경, 첫째는 감기로인해 아파 이미 잠들어 있었고 아내는 종이를 접고 있었다. 아내가 말하길, 첫째가 종이접기 40장을 안 접으면 내일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해서 대신 접어주고 있다고 했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왜 대신해주냐고 했지만 아내는 종이접기가 치매 예방에 좋다말하고 잠시 후 종이접기가 지겨운지 둘째에게 넘겼다.
잠든 첫째를 깨워서 생일 파티를 하겠다는 아내의 말에 아파서 자는애 나두고 우리끼리 하자고 했지만 아내는 첫째를 깨우려 했지만 결국 첫째는 잠에 취해 일어나지 못했고, 케이크 앞에서 둘째와 셋째는 케이크를 먹고 싶어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내는 “주인공이 잔다”며 불을 꺼버리고 잠자리에 들려 했다.
아내에게 잠든 첫째는 아이들의 하루를 멈추는 존재가 되었고, 다른 아이들은 그저 조용히 따라야 했다. 아이들의 기대는 조명처럼 꺼졌고, 아이들이 잠들고 곧이어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아내는 늘 하던 그 화상채팅을 했다. 첫째가 먼저 잠드는 날이면 늘 그러했다. 시간은 아직 이른데도 불은 꺼지고, 남은 아이들의 존재는 덩그러니 묻혀버린다.
2022-12-22(목) 첫째 생일
오늘은 첫째의 생일. 오후 1시30분경 아내에게 회식으로 늦게 들어간다는 말을 전하려 했지만 통화는 못했다. 오후3시경 다시 전화를 걸었고, 아내는 자다 깬 목소리로 받았다. 전화 너머로는 익숙하지 않은 다른 사람의 인기척이 들렸다. 누군가와 같이 자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짧은 통화 끝에 회식 때문에 늦는다고 전했고, 통화를 마쳤다. 회식을 끝마치고 집에가서 아이들과 잠깐 놀다가 잠을 잤다.
2022-12-23(금)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과 아로마 디퓨저
오늘 아내는 둘째에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 "너희들이 싸우면 엄마는 빨리 하늘나라 가. 아는 엄마는 그래서 자살했어. 사는 게 재미있니, 너희는... 살고 싶지 않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날 밤, 아이들이 잠든 후 조심스레 말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말은 아이들에게 하면 안 돼. 아이들이 불안해져." 하지만 아내는 대답 대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12월 2일에 가습기랑 아로마 디퓨저, 언니네 집에서 가져온 거야." 나는 이미 11월 18일, 세탁실에서 그 디퓨저를 본 적이 있었기에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말은 칼보다 깊게 아이들의 마음을 찌른다.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2022-12-24(토) 아내의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을 재우고 오랜만에 아내와 누워서 대화를 나눴다. 문득 흘러나온 아내의 어린 시절 이야기. “초등학교 6학년 때쯤, 숨이 안 쉬어지는 느낌이 자주 있었어. 지금 생각하면 아마 공황 발작이었을지도 몰라.” 당시 친정어머니는 교회를 그만 다니게 하고, 천도제나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성불사, 용화사, 나를 살려주신 스님들… 감사드려.” 그런 말이 나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내는 “불상들이나 사찰에 가면 무섭다”고 했다. 반면, 교회의 십자가나 예수님의 모습은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말. “엄마가 그러는데, 나는 결혼하면 안 되는 팔자래.” 그리고 "이건 김서방에게 말하면 안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 말이 오래 가슴에 남았다. 지금 아내가 겪는 불안과 감정의 기복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의 어린 시절은 이미 평범하지 않았고, 마음 깊숙한 곳엔 오래된 그림자가 있었다.
결혼 후 어느 날 처가에서 저녁을 함께 하던 중, 장인어른께서 아내가 어렸을 때 병원비로 많은 돈을 썼다는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 말을 들은 장모님의 표정은 미묘했다. 마치 이 사실을 사위가 알면 안 된다는 듯, 일부러 감추려는 듯한 눈빛과 얼굴이었다. 과연 아내의 어릴적에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이 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2022-12-28(수) 아내의 자해
퇴근 후 아내가 말했다. 아내가 둘째에게, 울고 짜증내는 소리가 듣기 싫다며 부엌칼을 둘째에게 주면서 “이걸로 엄마 죽으라고 찔러”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리고 “둘째 우는 소리가 너무 싫어서, 아이들 보는 앞에서 합기도 띠로 내 목을 졸라 자살하려 했다”고. 그 말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속으로는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리고 아내는 무심한 듯 “무선 청소기 사야겠다”고 말했다.
사랑해야 할 아이에게, 보호해야 할 아이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던 사실에 깊은 절망이 밀려왔다. 이런 현실 앞에 나는 무력했다. 어떻게 이 상처를 치유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숨겨진 어둠이 이렇게 깊고 크다는 걸 절감하며 내 마음은 무겁게 짓눌렸다. 이날의 기억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내 마음 한편에 아픈 상처로 남았고 이걸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 말하는 아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것일까?
2022-12-30(금) 아내가 둘째에게
둘째가 계속 울면서 짜증내고,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했다. 아내는 차갑게 말했다. “안 가면 엄마랑 같이 옥상에 가?” 그 말은 너무 무거웠다. 옥상에 올라가 둘이 같이 떨어져 죽자는 뜻이었다.
아내가 아이들 중 한 명이라도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 불안이 점점 극단적인 생각으로 번져갔다. 아내가 아이들을 시설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만큼 삶의 무게가 버거워졌다는 걸, 그 말 속에 담긴 절망을 읽을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아픔이, 어느새 우리 집 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