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커들의 선택

하다하다 손녀랑 딸을 비교하네요

ㅇㅇ2026.05.08
조회8,620
어릴적부터 옆집 누구는 공부를 잘하던데, 친구 아들 누구는 알바해서 집에 생활비를 갖다주던데, 회사 동료 딸 누구는 예뻐서 소속사 명함 받아 왔다던데...엄마의 끝없는 비교 속에서 컸네요. 그때는 그런 게 나쁘다는 분위기도 별로 없었고 어느 집이나 그런 줄 알았고...그냥 나 잘되라고 하시는 말씀이겠지 하고 때로는 자극을 받아 공부를 더 하거나 살을 빼보기도 하며 살았어요

그래도 어디 가서 말하면 공부 좀 했나보다 싶은 대학을 갔지만 "옆집 누구는 서울대를 갔다던데..." 과외로 등록금 충당하고 생활비까지 드려도 "친척 누구는 전액장학이라 등록금 낼필요도 없다던데..." 괜찮은 기회로 석사졸인 오빠랑 비슷한 초봉을 받고 첫직장에 취업했는데도 "친구딸 누구는 졸업도 전에 삼성에 들어갔던데 너는 이제야..."

결혼하는 순간까지도 친구 딸들은 다 의사 검사 판사 사위던데... 호텔 예식장 하던데...신혼여행을 한달씩 가던데 투덜투덜... 그래도 체면은 있는지 남편 앞에선 안그러시는데다 밖에서는 우리딸 공부잘해 좋은 대학 나와 좋은데 취업하더니 시집도 일찍간다고 자랑하고 다니셔서 그러려니 했네요. 오빠한테도 똑같이 비교를 늘어놓으셔서 아들딸 차별이 아니니 괜찮다고 행복회로 돌린 것도 있고요ㅋ

그럼에도 아이를 낳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걱정은 혹시 내 딸도 나처럼 다른 애들이랑 비교하시면 어떡하지? 남의 손녀는 예쁘고 똑똑하던데 어쩌구 저쩌구 하시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나는 그렇게 살았어도 내 딸한테 그러는 건 못 참는다, 그러면 친정엄마라도 정말 다신 안본다 맘먹었었는데 참 무의미한 걱정이었네요

글쎄 손녀랑 저를 비교하더라고요ㅋ 너는 어릴때 까다로웠는데 얘는 어쩜 이리 순하냐, 너는 몇살까지 글자도 못뗐었는데 얘는 어쩜 이리 똑똑하냐, 어떻게 너처럼 머리 나쁜 애한테서 이렇게 똑부러지고 예쁜 애가 나왔니, O서방 닮고 너는 안닮았나보다, 얘는 가리는 거 없이 밥도 잘 먹네 너는 아직도 오이를 안먹는데 등등...

그냥 첫손녀가 예뻐서 그러시겠거니...남편과 친정부모님 사이도 좋고, 풀타임 시터를 쓸 형편도 안되니 어쩔수없다며 흐린눈 하고 있던 마음이 점점 무너져서 오늘 폭발했어요. 집에서 점심 대접했는데 아빠가 약속있다고 일찍 가시자마자 시작되는 비교....하나하나 비교하다가 기어이 너는 코가 넙데데한데 어떻게 OO이는 이렇게 코가 오똑하고 예쁠까? 하는 친정엄마를 안방으로 끌고가 그러지 말라고 얘기했어요.

엄마한테 남이랑 비교당하는거 지긋지긋하다고, 어릴때는 나 잘되라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참았는데 더는 못참겠고 애도 이제 들으면 이해하고 어느정도 말도 하는 나이인데 애 앞에서 나 무시하는 것도 못들어주겠다고... 족히 10분을 사정하시피 얘기했는데 그동안 묵묵히 듣다 하시는 말이 거봐라, 너는 꼭 이렇게 예민하다. OO이는 차분한 O서방을 닮아서 얌전한데...

화도 안나고...오히려 어디론가 끝없이 가라앉는 듯한 무력감? 그대로 엄마 가방 챙겨 현관밖으로 끌고나갔어요. 알아요, 어버이날에 씻을 수 없는 불효를 저질렀다는 거... 문 닫아버리고 같은동 사는 친구에게 시간되면 잠시만 와서 애 좀 봐달라고 부탁하곤 친구오자마자 사정 설명도 못하고 안방 바닥에 주저앉아 1시간을 울었네요. 그러고서야 정신이 들어 친구에게 올때 집앞에 누구없더냐 물으니 아무도 없었다고...

제가 잘하면 언젠가는 비교당하지 않게 될 거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나봐요. 내일 전화하든 찾아뵙든 사과는 드려야겠죠, 그런데 자꾸만 속이 시원하네요. 불효짓 하고 속이 시원하다니ㅋ 오빠가 부모님 모시고 저녁산다던 자리에도 애 핑계대고 안나갔어요. 웃긴건 엄마가 거기가서는 오빠보고 OO이(저)네 가서 손녀 보니 너무 예쁘던데 너는 대체 언제 결혼할거냐고 그러셨다네요ㅋ

최악의 어버이날이었고 너무 무력해지네요...다들 이렇게 살아요? 그럴싸한 대학 나와 돈도 잘 벌었고 일찍 결혼해 애도 낳았고 뭘 더 해야 엄마 마음에 드는 건가요? 그냥 친정엄마 없다고 생각하고 사는 게 맞는건가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