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길게 느껴지는 게 좋은 걸까

ㅇㅇ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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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부모님이랑 다시 합쳐 산 지 좀 됐어요
집에 사람이 있는데도 이상하게 주말만 되면 하루가 길어요

평일엔 회사 일 때문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라요
회의하고 결재하고 사람 만나다 보면 어느새 금요일이거든요

근데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면
이 하루를 뭘 하면서 보내나 그 생각부터 들어요

예전엔 안 그랬어요
주말이면 야구장도 가고 가까운 데 여행도 다니고
탄천 걷다가 한우집 찾아가서 혼자라도 잘 먹고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그게 다 시들해졌어요
야구장 가려고 표를 예매하다가도
옆자리에 혼자 앉아 있을 내 모습이 그려지면 그냥 창을 닫아요

친구들한테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도
다들 가정 있고 애 키우느라 주말이 바쁜 거 아니까
괜히 방해하는 거 같아서 폰을 내려놔요

부모님이랑 한집에 살면 안 외로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아침에 식사 같이하고 나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요
거실에서 마주쳐도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날씨 얘기 몇 마디 하다 끝나요

그래서 주말이면 탄천 산책로를 괜히 두 바퀴 세 바퀴 돌아요
걷다 보면 그래도 시간이 좀 가니까

주말이 짧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 보면 부럽기도 해요
근데 또 한편으론 그렇게까지 바쁜 게 꼭 좋은 건가 싶기도 하고

젊을 땐 시간 없는 게 불행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은 것도 사람을 가라앉게 하더라고요

나이 들면서 주말 보내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하나 봐요
비슷한 처지인 분들은 혼자만의 주말을 뭘로 채우시는지
괜히 한번 물어보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