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 13년 다니다 잘렸는데.. 물경력이라며 연봉 후려치는 시장 맞나요?

ㅇㅇ2026.05.20
조회119

안녕하세요. 올해 마흔네 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조 중소기업에서 13년 동안 뼈를 묻을 각오로 일했던 평범한 가장입니다.


회사 사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권고사직으로 백수가 된 지 어느덧 6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13년간 한 직장에서 회계, 자금, 인사, 총무까지 경영지원 전반을 도맡아 하며 원맨 팀처럼 헌신했는데,

막상 2026년 구직 시장에 던져지고 나니 매일 밤 자존감이 바닥을 치다 못해 내핵을 뚫고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전 직장은 아주 전통적인 방식의 회사였습니다.

요즘 흔히 쓰는 ERP 회계 프로그램이나 협업 툴은 거의 쓰지 않았고, 오직 엑셀과 수기 장부로만 마감을 했습니다.

세무 업무도 영수증과 기초 자료만 정리해서 외부 세무사 사무실에 넘겨주는 형태였죠.


회사를 다닐 땐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이직 시장에서 제 이력서는 그저 아무 전문성 없는 40대 중반의 물경력일 뿐이었습니다.


이력서를 20군데 넘게 넣었지만 서류 통과조차 감지덕지였고,

면접에서 마주한 면접관들의 시선은 잔인할 정도로 차가웠습니다.


"13년이나 하셨는데 최신 회계 프로그램은 다룰 줄 아는 게 없으세요?"

"세무 조율도 직접 안 해보셨으면, 사실상 단순 전표 입력이랑 자료 전달만 하신 거 아닌가요?"


나이 마흔넷에 30대 면접관들에게 제 청춘의 노력을 통째로 후려치기 당하는데,

면접장을 나오면서 담배 한 대 피우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제 능력이 정말 신입 사원만도 못한 수준인가 싶어 지독한 무기력증이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성실함을 좋게 봐준 두 군데 회사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긴 했습니다.


하지만 조건을 보니 한숨만 나왔습니다.

전 직장 연봉보다 무려 40%나 깎인 금액을 제시한 데다,

회사 후기를 보니 "상습적인 야근에 군대식 문화"라는 악평이 가득한 블랙 기업들이었습니다.


40대 중반에 그런 지옥 같은 곳에 들어가서 몸 상해가며 버틸 자신이 없어 결국 입사를 거절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최소한의 생존 조건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쉬는 기간이 6개월을 넘어가자 주변의 시선이 매서워집니다.

아내는 은근히 눈치를 주며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냐, 물경력인 거 인정하고 연봉 반 토막이 나도

어디든 들어가서 경력을 세탁해야지 왜 자존심만 세우고 있냐"며 타박합니다.


친구들도 "요즘 시대에 프로그램도 못 다루는 40대 중반은 시장에서 최하위 등급이다.

눈높이 안 낮추면 평생 백수로 산다"고 팩트 폭행을 날립니다.


13년 동안 한 직장을 지켜온 성실함을 무가치하게 평가하며

연봉을 깎아내리는 시장이 너무 가혹한 걸까요?

아니면 자신의 도태를 인정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자존심에 갇혀 있는

제가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걸까요?




출처 : https://inssider.kr/posts/011001/6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