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커들의 선택

100일도 안지난 아기랑 친정옴

2026.05.27
조회4,368
제목에서 보셨듯이 태어난지 100일도 안지난 아기랑 친정 왔습니다.
남편이랑 이혼하자 지르고 와있는데 나중에라도 마음 약해질까봐 제가 쓴 글, 달아주시는 댓글들 보며 혹시라도 정신못차릴 나중의 제가 정신차리기 위해 글 씁니다.

조건을 먼저 쓰자면

저- 30중반 고졸. 성인되고 바로 부모님 가게 도우며 현재 동생부부 (남동생)와 2호점 운영 중. 가게 운영에는 욕심이 없고 프리랜서로 그림작업 하며 빈 시간에 가게 일 하며 살고있음. 동생부부는 딩크라 애초에 임신하면 가게에서 손 뗄 생각해옴.

남편- 30초 고졸. 집안 사정으로 대학을 못나왔다 함. 이혼가정이지만 아버님이 열심히 키우셨고 어머님은 결혼 후부터 자주 얼굴보고 연락함. 가게 납품기사였는데 어린나이에도 성실하게 하는 모습보고 아빠가 소개시켜줌.


아빠 소개로 둘이 연락을 주고받다 좋은 감정이 생겨 2년 연애 후 결혼 했습니다.
연애 때 부터 나는 가게를 이어받을 생각이 없다. 부모님이 힘들어하시고 알바생을 쓰는데에도 한계가 있으니 가족들이 하는거고 남동생이 지금 잘 하고있다. 그러니 이상한 욕심 내지말고 가게가 욕심난다면 헤어질 생각도 있다 했습니다. 부모님이 힘들게 하신 가게 결혼 했다는 이유로 쉽게 넘기기 싫다고요. 정 받고싶다면 직원부터 천천히 올라오라고도 했습니다. 남편도 당연히 욕심 안낸다. 오가며 힘들게 일하시는걸 봤는데 어떻게 본인이 하겠냐면서요.

결혼 후에는 어머님이 집 공동명의, 생활비는 제 월급, 적금은 아들 월급을 본인이 관리, 아기가 태어나면 본인이 용돈 200씩 받으며 주 5일 봐주겠다 하며 당당히 말씀하시는거에 남편이 잘라냈습니다. 아버님 혼자 힘들게 키울 땐 연락도 없더니 결혼하고 친정 잘 살아보이니까 눈이 돌았냐며 연락을 끊었다가 아기 태어나고 간간히 연락합니다.

아버님은 정말 착하세요. 너네가 상의하고 잘 살아라 하시고 가끔 제가 좋아하는 과일이나 음식을 싸들고오기도 하십니다. 너무 잘 챙겨주시니 저도 아버님을 잘 챙기게 되고 단 둘이 영화도 보러 다닙니다.

설명이 길었는데 지금까지의 환경은 이렇습니다.

일이 터진건 저번주였어요.

아기는 지금 모유와 분유를 섞여 먹입니다.
아기가 태어난 후 외벌이로 힘들테니 모든 육아와 집안일은 제가 하고있습니다. 제가 먼저 제안했고 불만 없습니다.
이 부분은 남편도 고맙다며 제가 못한 정리를 해주거나 마사지를 해준다거나 잘 챙겨줬어요.

타지에 사는 친구가 오랜만에 놀러왔다기에 연휴기도 하고 놀러갔다 오랬습니다. 새벽 늦게까지 안들어오는게 걱정은 됐지만 드문드문 연락도 되고 오랜만에 노는건데 신경쓰이게 하고싶지 않았습니다.

5시가 넘어서야 들어왔고 잔뜩 취해 조심성없이 들어오는 소리에 아기도 저도 잠이 깼어요. 분유 먹이고 잠든지 2시간도 안됐을때라 살짝 예민해져있었고 아기를 달래고 있는데 우는 소리를 듣고는 아빠 왔다고 일어났냐며 양말도 다 안벗은 상태로 아기 이불을 다 밟고 들어와 그대로 아기를 번쩍 들어올려 목이 뒤로 꺾여 제가 뭐라했어요. 그거로 기분이 나빴는지 밀듯이 저에게 아기를 안겨주고는 빤히 쳐다보다 중얼거리며 제 다리를 툭툭 찼습니다.

술 취해서 조금의 폭력성을 보이는걸 저는 너무 싫어합니다.
누가 그걸 좋아하겠나요. 일단 아기 달래는게 먼저니 달래면서 빨리 들어가라고 방에서 밀어내고 문을 잠궜어요. 문을 한 번 쎄게 쾅 치더니 조용하더라고요. 다시 아기를 재우고 방에서 나오니 화장실 변기에 머리 처박고 자고 있는거 보고 일단 참았습니다.

저녁이 다 되서야 일어나서는 밥 좀 달라길래 김치찌개에 밥을 해줬어요. 그마저도 숙취 때문에 다 못먹었고요. 그 뒤로 또 자러 들어갔는데 새벽 수유 때 아기가 얼마 먹지도 못한 분유를 토해내고 열이 많이 올라 남편을 깨웠습니다. 병원에 가봐야겠다고요. 자기 힘들다며 내일 가자는거에 저는 분유통만 싱크대에 넣어놓고 혼자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다른덴 문제가 없고 갑자기 열이 오른거였어요. 동이 트고 집에 돌아오니 제가 병원에 다녀온 그 새벽에 밥은 먹었더라고요. 아마 이 모습에 좀 정이 떨어진거같네요.

컴퓨터 게임 하고 있는 모습보고 다녀왔다 하니 헤드셋만 벗고 눈은 화면에 고정된 채 잘 다녀왔냐 묻는거에 대충 대답만 하고 설거제를 하려고 봤더니 김치찌개에 제육볶음 먹고 남은걸 그대로 싱크대에 버려 아기 젖병에 기름때와 꼭지 부분에는 빨갛게 물들어있는 모습에 한 소리를 했어요. 병원까지는 안바랬지만 아기 젖병이라도 빼놓고 하던가 저건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요.

그러고 한숨을 푹 쉬더니 이 판만 하고 얘기 좀 하자대요. 그래서 알겠다 하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분위기 잡고 나오면서 하는 말이 본인이 불쌍하대요.
그 이유가 친구들은 사회에서 자리 다 잡고 직급 받으면서 살고있는데 자기는 새파랗게 어린 처남한테 밀려 직원부터 해야한다고요. 그래서 무슨 소리냐 예전에 끝난 얘기 아니냐 했더니 본인은 아니래요. 멀쩡히 있는 가게를 윗사람인 누나도 아니고 동생이 갖는게 이치에 맞지도 않고 그걸 또 받아가는 동생도 예의 없고 그거에 아무런 반응도 없는 어른들도 다 어이가 없대요.

술 마시다가 무슨 소리를 들은걸까 했는데 다 어머님한테서 나온 얘기인걸 계속 대화하다가 알게됐습니다. 그렇게 미워하던 어머님 얘기를 너가 언제부터 그렇게 잘 들었냐 하니 버릇없게 어른한테 무슨 말버릇이냐길래 너는 그럼 바른소리했냐며 따지니 남편 핸드폰이 제 어깨로 날아와 부딪히고 그 때부터 남편을 욕을 퍼부었어요. 가만히 듣고있다가 이래서 아무것도 없고 열등감 그득한 사람은 만나는게 아니었다고 그렇게 너가 버릇없고 어이없어하는 친정에서 주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으면서 염치없이 바라는건 더럽게 많다 했어요. 그랬더니 목조르며 벽에 밀치고 뺨때리고 소리 지르고 욕을 하더라고요.

제가 성질 긁은건 인정합니다. 혼자 담배피러 나갔길래 아기짐만 간단하게 꾸려 택시를 부르고 바로 나갔어요. 나가는길에 화단쪽에서 그놈이 소리 지르며 저를 불렀지만 다 무시하고 택시 타고 친정에 왔습니다. 엄마가 쉬시는 날이라 다행스럽게 바로 아기만 잠깐 맡기고 바로 병원에서 진단서 끊었습니다.

진단서 끊고 집에 오니 아빠도 계셨어요. 놀랍게도 눈물은 나지 않았고 연휴동안 있었던 일을 다 말씀드렸습니다.
엄마는 당장 변호사 알아보자 하셨고 아빠는 그래도 아기가 있는데 성격대로 하지말고 참아보자 하는 말씀에 그럼 나는 내 가정도 아빠도 없는 셈 치겠다고 내가 이렇게 맞고 왔는데 친아빠라는 사람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이상 나는 이 집에 못 있겠다 했습니다.

이 얘기가 끝난 후 엄마가 소리를 지르며 아직 그 생각 못고쳐먹었냐고 얘도 고모꼴 만들거냐 하는데 제가 태어나기 전 고모가 계셨었나봐요. 엄마가 고모를 정말 좋아하셨다는데 가정폭력으로 아기랑 같이 도망나온 고모를 아빠랑 할아버지가 여자가 참아라 아기생각 해라 하며 돌려보냈고 얼마 안있어서 스스로 등졌다 하셨어요. 이번일로 고모가 계셨다는것도 처음들었고 아빠에게도 많이 실망스라웠습니다.

여튼 오늘 아버님께도 연락이 왔어요. 본인 아들 본인이 잘못키웠다며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못하겠냐 하셔서 있던 얘기를 다 해드리고 언젠가는 아기한테도 이 폭력이 갈텐데 저는 싫다. 그리고 살면서 과연 이번에만 맞겠냐고 저는 돌어가기 싫으니 남편보고 집에 짐 빼라고 전해달라 했어요. 끝까지 아버님은 미안하다 사과하셨고요. 어머님은 제가 전화를 안받으니 문자로 욕을 하시며 아기라도 놓고 나가라며 계속 문자중이세요. 저희 아기 아들이거든요. 그래서 더 그런거 같아요.

남편은 카톡으로 욕했다가 사과했다가 혼자 난리고 어머님은 문자로 계속 욕하시고 음성도 남기고 계세요. 당연 증거로 쓰려고 다 모으는 중이고 따오 대응은 안하고있습니다. 아기때문에 설치해 둔 캠은 코드를 뽑으면 저장된 메모리 조차 못보기에 택시안에서 지금까지의 욕설과 폭행장면 다 저장해뒀고 제가 한 말은 조용히 말해서 그런지 들리지도 않네요. 이걸 다행이라 해야하나..ㅎ

아기는 다행스럽게도 큰 문제는 안보이네요. 혹시나 큰 소리에 많이 놀랄까 했는데 괜찮네요.

지금까지 살면서 혼자도 상관없이 잘 살았는데 아기 하나 있다고 크게 달라질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근차근 이혼 진행할거고 아기랑 잘 살아봐야죠.

끝맺음이 확실해지면 다시 들리거나 예전처럼 눈팅하며 잘 지내겠습니다.

여러분의 가정에는 문제 없이 좋은 날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