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한번 써본다

쓰니2026.05.30
조회66
7년 키웠던 고양이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마비같은 증상이 나타나길래 병원 데려갔더니 태어날때부터 심장 콩팥 등등 모든 장기가 안좋았는데 지금 그게 심해진거란다.
지인한테 분양받은 아이기도 하고 부모 고양이도 유전병같은거 없길래 너무 안일했나보다
폐에도 심장이 안좋아서 물이 고여있고 그냥 장기 하나하나가 다 안좋단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라는데 솔직히 안믿긴다
9살짜리 첫째도 한마리 있는데 그 첫째랑 맨날 투닥거리고 캣휠도 잘 타고 우리집에서 제일 활발했던 애가 갑자기 죽음이 가까울정도로 아프다는게 사실 거짓말같다.
오늘 입원해서 이틀동안 폐에 물 빼는 작업한다는데 그렇게 입원시켜 놓고 집에 와서 당연하다는 듯 현관에서 날 반겨줄 그 애를 찾고 식탁에 앉아서 내가 쓰다듬어주길 기다리면서 날 빤히 쳐다보는 둘째를 자연스럽게 찾다가 방금 입원시키고 온 걸 깨달았다
너무 말랐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까지 아픈줄은 몰랐다
이럴줄 알았으면 건강검진도 돈 핑계 대지 말고 꼬박꼬박 해줄걸 후회하게 된다
사진도, 동영상도 더 많이 찍어둘걸 벌써부터 후회가 밀려온다
지금도 이런데 나중에 이 아이를 안락사 시켜야 하는 날이 오면 그때는 내가 견딜수 있을까
이미 내 삶에서 너무 큰 부분을 자연스럽게 차지하고 있는 아이인데 갑자기 사라지니까 공허감이 너무 크다
오히려 9살 첫째 혼자 있으면 외로울까봐 외롭지 말라고 데려온 아이였는데 먼저 떠나보내게 하니까 줬다 뺏는것마냥 첫째한테도 죄책감 든다
쓰다듬어주거나 안아주면 5초만에 좋아서 그릉댔고 씻고 나오면 쓰다듬어달라고 보챘고 귀가했을때 가장 먼저 반겨주는 아이였다
심장약 먹으면 더 살 수는 있다는데 심장이 좋아지는 대신 다른 장기가 더 안좋아져서 고통만 키울수도 있단다
근데 약은 더 살려면 무조건적으로 써야 한단다.
오히려 내 욕심으로 애한테 고통만 안겨주는건 아닐까, 원래 태생부터 그렇게 태어난 애가 날 만나서 그렇게 잘 지낸거라고 하는 의사 말 듣고 오열했다.
그렇게 조그맣고 가벼운 애가 혼자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내 곁에 머물러줬다는게 고맙고 미안하다
근데 내 이기심이지만 벌써 보내고 싶지는 않다
집고양이 평균 수명이 15년 20년이라는데 이제 겨우 반절 살았다. 자연사면 몰라 병사로 보내주기가 너무 미안하다
마지막까지 고통속에서 보내줘야 할 수도 있다는게 너무 미안하다
의사는 내 탓 아니라는데 솔직히 모르겠다 어릴때 더 케어해줄걸 좀 더 예뻐해주고 챙겨줄걸 후회가 너무 크게 밀려온다
입원해서 누워있는거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더 보고싶지 않은데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두고싶다
나중에 이 아이 사체를 가지고 화장하러 갈 엄두도 안난다. 누우니까 오히려 내 발치에서, 항상 자던곳에 누워있을것 같다
아직 제대로 이별할 준비도 안됐는데 이 아이는 나한테서 이별한 준비를 이미 거의 끝마친것같아 더 눈물이 난다
집에 데려와서 케어할때 이 아이가 나 없는 사이에 죽어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계속 든다
지금, 혹은 나중에라도 이 이별을 감당할수 있을거라고 생각 자체가 안든다.
원래 이별이 이렇게 갑작스러운거였나 난 준비 안됐는데 너무 성급하다고 더 기다려 달라고 하고싶은데 그게 이 아이한테는 너무 큰 고통일까봐, 부담일까봐 그러지도 못하겠다
보통 이럴때는 이별 준비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모르겠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먼 일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들이닥치니 내가 감당을 못하겠다
이럴땐 어떻게 행동해야 맞는걸까 나중에 선택의 순간이 오면 내가 결정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는다
그냥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데 할데가 없어서 여기에다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