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매복

누렁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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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매복

이해리

이상하지
늦게 귀가한 와이셔츠를 받아 걸면
한 마리 축 처진 톰슨가젤이 생각난다
축 처진 것을 걸고도 빳빳한 옷걸이는
톰슨가젤을 단숨에 사냥한 치이타일까
고요하고 하얀 달의 숨소리
이상도 하지
술 냄새를 풍기는 와이셔츠를 바라보면 왜
세렝게티 초원의 바람소리가 들리는 거지
점점 밀림이 되어가는 도시
넥타이를 풀어헤친 사막과 창 밖으로 몸 던지는 빌딩의
추락음이 들리는 거지
발톱을 세운 의자들이 의자를 할퀴고
몰카를 매단 자동차들이 어두운 구석에 숨어
누군가를 노리는 눈알을 빛내고 있는 거지
아무 일 없다는 듯 고요해서 더 팽팽히 긴장되는
섬유올 속 촘촘한 불안의 숨구멍
턱 언저리에 푸른 노을을 묻힌 채
혼곤한 잠 속에 빠져드는
시달린 숫사자가 보이는 거지
참 이상도 하지
늦게 귀가한 와이셔츠를 받아 걸면


은밀한 매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