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고스트 마스터-여름캠프장의 유령 (상)

윤빛거진2004.03.20
조회2,544

<아, 이다지도 시간이 가지 않는걸까.......>

슬리퍼를 신은채 사무실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혁준은 하드나 어그적어그적 깨물어먹고 있었다.

강후라도 있다면 같이 오락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죽일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강후가 돌아올 시간이었다.

 아들이 오면 뭘하고 노는 게 재미있을까 하다고 혁준은 야한 비디오를 생각해냈다.

 아들이 있을 땐 거의 보지 못하는 거다.....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친구놈한테 받아놓은 테입이 있었는데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혁준은 기대감에 킥킥거리면서 숨겨놓은 비디오테입을 틀었다. 하드코어였다.
강후가 먹다 남긴 과자를 씹으면서 시간죽이기엔 최고였다.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혁준은 강후인지 알고 놀래서 얼른 일어나 비디오기계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상대가 더 빨랐다.

화면에서는 민망할 정도로 야한 부분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강후가 아니었다.

 그는 아주 건장하게 생긴 남자였다. 30대중반쯤 보였다.

"누구시죠?"

둘다 어색하게 시선이 오갔고 혁준은 비디오를 껐다, 참 민망했다.

"여기가 유령을 없애는 일을 한다는 곳이오?"

"정확하진 않군요. 하지만 유령과 관계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

이죠?"

"난 여름캠프장에서 교관으로 있는 강철우라고 합니다. 글쎄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는데 저희 캠프장에 요즘 계속 유령이 출몰하고 있습니

다.특히 캠프장에 입소한 학생들 사이에 자주 눈에 띄고 있습니다....무척
덥군요. 시원한 물좀 마실 수 있겠습니까?"

혁준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철우에게 주었다.

하지만 혁준은 철우가 자신을 신용하지도 않고 은근히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남자는 자신의 근육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마른 체격에 보다 가까운 혁준이 우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생긴 귀신이라고 하던가요? 혹시 보신 적 있습니까?"

"얼핏 봤습니다. 하지만 분명 누군가 연극을 한 걸 겁니다. 말도 안돼

죠.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당신은 귀신을 본 적이 있

습니까? 귀신하고 붙으면 어떻게 싸웁니까? "

마치 너는 전혀 상대가 안 될 것이다. 나정도면 모르지 하는 투였다.

"본 적이 있습니다. 믿진 못하겠지만.... 그리고 유령도 힘이 없어 보

이는 사람은 알아보는지 알아서 봐주더군요. 그 귀신은 어떻게 생겼습니까?"

"여학생이었어요. 하지만 얼굴은 정확히 기억이 안납니다. 하지만 하얀

소복을 입고 있진 않더군요. 군복차림이었습니다. 저희 캠프장에 나눠주

는 것이죠. 분명 누군가 연극을 하는 걸 겁니다."

"잘 됐군요. 그럼 저도 며칠 그곳에 가서 조사를 해야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들녀석이 있는데 그 녀석도 데려가야할 것 같군요. 요즘은 학

교에 연락을 해서 부모가 필요한 일이 있거나 교육이 있을 땐 어느 정도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혹시 그곳에 초등학생도 있는 캠프가 있습니까?"

"있긴 한데 그건 방학 때 한정적으로 있습니다. "

"그럼 안되겠군요. 제가 아는 사람한테 며칠 애를 부탁해야할 것 같습니

다. 먼저 가 계시면 제가 일을 보고 가겠습니다."

"그러죠. 연락처와 약도를 놓고 가겠습니다."

철우는 명함과 약도를 그려놓고는 갔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찜찜하다고 써있었다.

절대로 혁준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강후는 그가 떠나자마자 곧 도착했다.

혁준이 잠시만 재원아줌마 집에 가있으라고 할 때도 강후는 너무나 흔쾌히 응했다.

 왠지 아들의 그런 모습에 섭섭함이 느껴졌다.
혁준은 재원의 퇴근무렵 아들을 신문사 앞에 데려다 주고 가기로 했다.
셋은 식당에 들어가 우선 저녁식사를 했다.

"한 얼마정도면 될 것 같아?"

"한 이삼일이나 적어도 일주일 안엔 돌아올 거야. 미안해..."

"너 모르는구나. 난 너보다 강후를 더 좋아해. 훨씬 매력적이거든."

강후가 킥킥거렸다.

" 두사람 오늘 나한테 다 상처를 주는군. 정말 마음이 아파. 친구나 아

들이나 다 내가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 같거든."

" 그러면 우리가 또 미안해지지."

"아빠, 힘내. 제발 꾀부리지 말고 일 열심히 하고..."

셋은 이내 웃고 말았다. 강후와 재원은 재원의 차로 출발했고 혁준은 자신의 낡은 차에 올라탔다.

" 오랜만에 혼자가 되니 외롭군....."

그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캠프장은 충청북도 서산면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까지 긴 시간을 혼자서 가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는 길에 혁준은 빨간색 자동차에 아주 매력적이 여자가 타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혼자였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 옆엔 젊은 남자의 유령이 있었다. 강후는 잠시 망설였다.

그 여잘 쫓아가야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유령을 보는 건 이젠 그닥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의외로 사람들에겐 자신이 생각도 못할 만큼 유령이 붙어 다니고 있다.

심한 경우는 빙의로서 표현되기도 한다.

 가장 힘든 것이 그것을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는 거였다.
그래도 밤이라 차는 밀리지 않았다.

 서산면에 도착했을 땐 그래도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교관실을 찾았을 때 철우는 피곤한듯 자고 있었다.

그리고는 혁준을 보자 잠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단잠을 깨운 것이 불만인 듯 했다.

"죄송합니다. 자고 있는 걸 깨워서...."

"아닙니다. 이곳에 내려오느라 더 힘드셨을 겁니다."

하지만 지극히 형식적이다.

"우선 유령은 어디서 나타납니까?"

"특정한 곳은 아닙니다. 어디서든 나타나죠. 혹시 귀신을 부르는 방법이

라도 있습니까?

"그런 방법이 있긴 하겠지만 전 사실 그건 할 줄 모릅니다. 대부분은 귀

신이 절 찾아왔죠."

"그럼 이번엔 고생좀 하겠군요. 아직 당신을 찾아오지 않았으니 당신이

찾아야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겠군요.

"오늘은 피곤하실테니 주무시고 내일부터 일 시작하시죠. 저희 교관

들이 지내는 숙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주무시겠습니까? "

"네, 그러죠."

철우를 따라 간곳은 내무반의 느낌이 강했다.

 군대시절이 생각났다. 혁준은 취사병이었다.

 하지만 아내를 만난 뒤에는 요리같은 건 손에도 대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요리를 해야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물론 자장면 같은 것을 시켜먹을 때도 많지만 말이다.
교관 5명이 자고 있다. 코고는 소리로 방안이 떠나갈듯하다.

혁준은 병원침대를 연상시키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코고는 소리 때문에 그리고 낯선 환경 때문인지 쉽게 잠들수가 없었다.
하지만 혁준은 늦잠을 잤다. 억지로 일어난 것도 철우가 깨워서였다.

그것도 9시가 넘어서였다. 철우는 한심하다는듯 혁준을 쳐다봤다.

 이곳은 유난히 하루가 일찍 시작되는 곳이다.

그들은 이미 식사도 마치고 아침 훈련도 간단히 끝낸 상태인 것 같았다.

정말이지 이곳은 적응하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다시 군대에 온 것 같다.

"내일부턴 시간좀 지켜주십시오. 학생들도 보는 눈이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혁준은 겸연쩍어 대답했다.

혁준은 오늘 자유스럽게 이곳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우선 귀신과 조우를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아침은 고기가 들어간 무국이었다. 혁준은 시장했던 터라 그래도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혁준은 훈련생들의 모습을 보곤 끔찍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들은 장애물 훈련과 각개전투 훈련을 받고 있었다.

여학생들의 모습도 있었다. 이곳을 나가면 분명 터미네이터가 될 것이다.

그 정도로 힘든 훈련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혁준은 이제 자신은 늙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억만금을 받아도 저 힘든 훈련은 못받을 것 같다.

 아, 더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업무는 업무인지라 혁준은 눈에 불을 켜고 유령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거의 포기하고 있을 때였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내무반 근처에 군복을 입은 여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분명 사람은 아니었다.

혁준은 여학생 유령을 안심시키려는듯 손을 들어 보였다.

하지만 여학생 유령은 몹시 놀란듯 사라져버렸다.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인데 이래서야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훈련을 받는 도중이었던 것 같다.

 혁준이 지나가는데 갑자기 철우가 불러 세웠다.

"이리 오십시오. 이 친구들한테 사람을 제압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습

니다. 힘이 아니라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죠. 저랑 한 번

겨뤄보시겠습니까?"

혁준은 기분이 상했다. 이 친군 자신의 우월성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이 친구를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럼 이곳 생활이 엄청 힘들게 될 것이다.

 차라리 이 친구의 기대를 채워주는 게 나을 것이다.

"전 상대가 안될 것 같은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적당히 할테니..."

혁준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상대가 되어야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는 온힘을 다해 혁준을 제압했다.

그는 혁준의 상대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보통사람에 비해 힘이 좋았다.

 혁준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는 혁준을 풀어주며 미안한듯이 말했지만 표정에는 우월성이 보였다.

"적당히 한다고 했는데....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학생들을 향해 철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불쌍한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기각 죽은듯 했다.

혁준은 아주 큰 나무 아래에서 앉아있었다.

나무 의자가 보기좋게 자릴잡고 있었다.

 한 2시간이 지나서였을까.....그 유령 여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망설이다 혁준에게 다가왔다.

"제가 보이세요?"

"네. 실은 학생때문에 이곳에 왔어요.가끔 이곳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놀

래켰다고 하더군요."

"모습을 보이려던 건 아니었어요. 이상하게 어떤 분노가 심해질 때 내

모습이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 같아요."

"어떤 분노죠?"

"전 여기 와서 남자친구를 사귀었어요. 난 진심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거짓이었던 거에요. 그런데 전 이곳을 못벗어나요. 이곳은 다른 곳보다

기가 센 곳이죠. 그는 지금 대학 졸업반이고 이곳에 다시 왔어요. 그리

고 다른 여학생한테 수작을 걸고 있어요. 전 그 사람을 용서할 수가 없

고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고 있어요.그런데 그를 보게 되면 분

노가 아주 커져요. 그러면 그때 모습이 보이나 봐요. "

"그는 당신을 못알아봤나요?"

"차마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전 이곳에서 자살을 했어요. 그가 날

이용했다는 걸 알고는 그런 짓을 저질렀죠."

"어리석은 짓을 했군요. 그런 인간 때문에 죽는다는 건 말도 안돼요."

"지금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 어리석었죠. 하지만 후회한들 무

슨 소용이 있겠어요. 이미 늦었는데요. "

"그 친굴 그대로 놔둘 순 없겠군요.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해

도 적어도 다신 그런 짓을 못하게 말 그대로 사람을 만들어야겠어요.

그 남학생이 누군지 말해주겠어요? "

"그는 가장 책임감있고 성실한 학생으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어요.

학생들 중의 대표죠. 성적도 가장 좋고 교관들도 그를 믿고 있어요."

"뜻밖이군요. 조금 머리가 아플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 친구랑 같이

생활을 해봐야겠군요. 그러면서 풀어나가야할 것 같아요. 오랜만에 군대

시절로 돌아갔다 생각하고 저도 체력이나 정신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죠."

철우에게 학생들과 같이 지내겠다고 했을 때 그는 오히려 흔쾌히 허락했다.

그것도 특별히 대표학생과 같이 있고 싶다고 했을 때 그는 잘생각했다고 했다.

 정말 믿음직한 학생이라는 거였다.
그날 밤에 혁준은 대표인 민상과 같은 내무반에 들었다.

 학생은 10명 정도가 있었다. 군대시절 내무반 모습과 정말 흡사했다.
여학생유령이 말한대로 혁준도 속을 정도로 민상은 침착하고 성실해보였다.

 그리고 미남이었다. 여학생들이 반할만했다. 이젠 저 가면을 벗겨내야한다.

"같이 지내게 되서 반갑습니다. 신기하게도 유령과 관계된 일을 하신다

면서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죠.교관님들마다 칭찬이 자자하던데 이곳은 처음

인가요?"

"예전에 한 번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곧 군대를 가야하는데 그전에 저

자신을 위해서 이곳에 들어온 겁니다. 정신강화를 하려고요.

"그렇군요. 생긴것도 미남인 걸 보니 여자들한테 아주 인기가 많겠군

요. 여자친군 있습니까?

"아니요. 여자한테 아직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군대도 가야하고 그 다

음엔 취업도 해야하고요."

"그렇군요. 정말 저 젊었을 때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가면을 벗겨주지.....그렇게 성실한 얼굴을 타고 난 건 정말 자넬 위해선 큰 복이군> 하고 혁준은 생각했다.
그때 이곳에서 곰팽이라고 불리는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있는 대학생 대원이 뭔가 웃기는 소릴 한 것 같다. 저런 사람은 어디에나 꼭 한 명은 있는 모양이다.

"귀신 얘기좀 해주세요? 정말 귀신이 있습니까?"

"여자귀신은 어때요? 진짜 사람이랑 뭐가 다르죠?"

여기저기서 질문이 터져나왔다.

 혁준은 적당히 가감해서 드라마틱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건 즐거운 일임엔 틀림없었다.
내일부턴 좀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 친구완 좀 머리싸움을 해야할 것 같다. 갑자기 강후와 재원의 얼굴이 생각났다.

가족이 있다는 건 친구가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때 한편 재원은 강후를 침대에 재우고 옆에 누워있었다.

 이 아이를 보면 언제나 가슴이 찡하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아버지조차 성실함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들 부자에게는 무언가 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보통 부자사이들보다 말이다. 갑자기 아이가 재원에게 안겨온다.

 마치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원은 아이를 안아주었다. 이 아이에겐 수심이 있다.

한쪽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있는 수심보다 왠지 더 난해한 수심같다.

혁준과 이 아이를 보면 가끔씩 불안해질 때가 있다.

2년 전처럼 갑자기 이 부자가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건 아닐까하는 그런 불안 말이다.

 말도 안되는 불안이라는 걸 알면서도 재원은 한 번 들기 시작한 잡념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했다.

 

☞ 클릭, 고스트 마스터-여름캠프장의 유령 (하)

 

 

 

잼있게 읽어주세요

 

☞ 클릭, '윤빛거진'의 소설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