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낙지, 신통하긴 하더라구요.

낙지예찬2009.02.01
조회363

 

안녕하세요,

자주는 아니어도 지금껏 몇 번을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발동했을 때만 글 남기곤 했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저의 특별한 경험담을 들려드리는, 여태 안하던 짓을 하고 있네요.

쓸데없는 소개는 생략하겠습니다.

 

얼마전 아침식사를 하던 중이었어요.

올해는 엄마가 잘못 보관하셨는지 김치가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익어버렸습니다.

물론 젊은 저는 익은 김치를 오히려 더 좋아하는 터라 개의치 않았는데

아버지께서는 무김치며 배추김치며 지나치게 시다며 영 못마땅해 하시더군요.

평소에는 우리집 반찬이 제일 맛있다며 밥 한그릇을 순식간에 비우시는 분인데

그날따라 반찬투정을 하십니다.

 

이에 엄마는 며칠 후 식탁 위에 굴무침이며 새우젓, 멸치젓 등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반찬들을 가득 올려놓았죠.

저는 원체 웬만한 젓갈류는 좋아하지 않는 터라

그냥 지나가는 말로 '다 아빠가 좋아하는 젓갈뿐이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땐 못들으셨는지

아무런 말씀도 안하시던 엄마였는데 사실은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이틀 뒤, 생소한 반찬이 제 밥그릇 바로 앞에 놓여있더라구요.

"어? 엄마 이거 뭐야?"

"네가 다른 젓갈은 안먹어도 오징어젓은 먹으니까 이것도 먹을 것 같아서

너 먹으라고 사왔어."

순간, 찡하더군요. 역시 부모님의 사랑이란..

무심코 던진 말이었는데 잊지 않고 기억하신 걸 보면

제 한마디에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싶어 죄송한 마음도 들고..

 

엄마는 그렇게 막내딸을 위해 특별히 그 비싸다는 낙지젓을 사오셔서는

저 혼자만 먹으라고 제 앞에만 밀어두셨습니다.

고작 작은 반찬통에 들어갈 만한 분량인데 만원씩이나 주셨다고 하더라구요.

부모님은 일부러 손도 안대시는 것 같아 죄송하긴 했지만 정말 맛있었어요.

난생 처음 먹어보는 낙지젓은 확실히 오징어젓과는 다른

연하고 부드러운 맛이 있더라구요.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나 할까..

엄마의 마음이 더해진 특별한 반찬이라 더욱 아껴가며 먹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점심때 먹은 떡볶이가 잘못됐는지 저녁까지 명치가 답답한 거에요.

식사습관이 불규칙해서인지 작년 말부터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매실차를 마시거나 엄지와 검지 사이의 합곡혈을 지압하곤 했습니다.

어떤 때는 그마저 들지 않은 때가 있었는데 그날이 바로 그랬었죠.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매실차를 마시기도 하고

엄마가 볼세라 식탁 밑에서 손을 지압해보고 해도

좀체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소화불량이 워낙 잦았던 터라

또 아픈 사실을 알면 엄마가 걱정하실 게 뻔했기에

내색하지 않고 식사를 해야했기에 정말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았어요.

 

그러다 퍼뜩

예전에 들은,

낙지를 먹으면 죽어가는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속설이 떠오른 거에요.

TV보면 음식 전문 프로나 '6시 내고향'같은 데

많이 나오는 말이라 설마 했는데

엄마도 그러셨었거든요,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그래서 한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다른 반찬은 먹지 않고 오로지 낙지젓만 먹어봤어요.

 

그랬더니 정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처음 생각없이 밥을 먹었을 때는 명치 답답함이 더 심해졌었는데

낙지젓을 먹기 시작한 순간부터 신기할 정도로 급속히

확 내려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거에요.

밥그릇을 비우자 거의 뚫리는 느낌이 들고

그때서야  살 것 같았습니다.

그야말로 미라클 자체였습니다.

뒤늦게 부모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리니

확실히 낙지가 좋긴 좋은가보다,

이제 항상 낙지젓만 줘야겠다고 말씀하시며 웃으시더라구요.

오늘까지 며칠 지나진 않았지만

그 이후로 아직까진 명치가 답답한 일은 없네요. 

지금까진 매실차가 제 특효약이었는데

이젠 매실차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낙지젓이 그 자릴 차지해버렸어요.

단, 워낙 비싸서 상비할 수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이번 경험에 비추어

낙지가 제 체질에는 맞는가보다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허나, 낙지라 하면 스테미나에 최고의 식품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소화계통에도 좋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저의 결론을 단정할 수 있을까요?

감기약을 복통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복통이 낫는 효과가 있듯이

단지 심리적인 역할이 크게 작용한 걸까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께도 감사드리구요,

여러분도 건강에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