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해골가족 - 03. 미남 탤런트의 기습공격!

카엔200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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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하하, 해골가족 처음부터 보기 -


3


 

며칠 후. 기대와는 다르게 이재무의 실체에 관한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 대신 나의 연기가 인상이 깊었던지 타 프로그램의 출연 요청이 많아져서 해골 아빠는 좋아 하고 계셨다. 하지만 이대로 나의 이미지를 해골로 인식 시킬 수는 없는 노릇.


‘어쩌면 좋지? 내가 키가 좀 큰 편이니까 모델로 전향을 해?’


거울 앞에 서서 나의 몸매를 천천히 훑어보자니 참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바퀴를 멋지게 돌아보자. 역시나 무리한 요구였다.


“참 꿈도 야무지다.”


까만 해골이 아까부터 나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예의 주시하고 있었나보다.


“내가 뭘?”

“꿈 깨셔.”


‘나의 생각을 읽혔단 말인가? 저 놈은 초능력자?’


“내가 뭘 어쨌다고. 거울도 못 보냐?”


들킨 것이 확실했다.


“발음부터 고치시지.”


말을 뱉어버리고 방을 나가는 동생.


‘그렇군. 발음과 목소리를 고치긴 해야 돼. 몸매는 퍼펙트인데 발음과 목소리가 문제란 말이야.’


잠시 착각의 늪으로 빠져드는 나였다.


“아빠 오늘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이제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순응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경배를 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기도 했다.


‘내 사랑, 경배! 보고 싶구나.’


내가 결연한 의지를 보이자 부모님들은 조금 놀란 듯 했지만 음흉한 속을 아는 것 같지는 않았다. 조심해야할 것은 동생이었다. 나의 질문에 아버지는 비장한 표정으로 가족들에게 스케줄을 공포하였다.


“오늘은 [당신의 호기심]이란 프로그램이다. 뚱뚱한 사람들과 마른 사람들 누가 추위를 더 잘 견디나 하는 프로지. 가서 우리 가족의 본 때를 보여주자꾸나.”


‘뭐야. 추운 건 질색인데.’


벌써 입술이 파래지고 있었다.


‘뚱뚱한 가족? 경배가족이 나오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도대체 어떤 사람이 뚱뚱한 사람이 추위를 잘 견디는지 마른 사람이 추위를 잘 견디는지 궁금해 하는 거야? 참 할 일도 없는 자식이네.’


“혜림이 잘 할 수 있겠지?”


아빠는 내심 내가 걱정인 모양이었다.


“네.”


큰소리로 씩씩하게 대답함으로써 식구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젠 우리도 연예인 대열에 끼고 있으니 이미지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마의 뜬금없는 깜짝 발언.


‘우리가 연예인? 하하. 엄마도 한 유머하시네.’


하긴 동네 연예인이라면 말이 된다. 진흙에 묻혀있는 우리의 얼굴을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알아봤는지 우리는 온 동네의 화제 거리였다. 3년 전 고씨네 둘째 아들이 사시를 패스한 이후로 동네가 들썩거린 사건이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어제 고깃집에 가서 가족회식을 할 때는 고깃집 사장님이 돈을 받지 않았다. 앞으로 여기저기 소개를 잘 해달라나. 공짜를 좋아하시는 엄마는 자기가 고깃집 홍보모델이 될 테니 가끔 공짜로 가족 회식을 책임질 것을 요구했으며 잠시 망설인 사장님은 요구를 승낙까지 하였다.

엄마는 모델이란 말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였다. 냉장고를 다 뒤져서는 얼굴에 바를 수 있는 온갖 것을 혼합하여 고농축시켜, 사실 고농축발효가 아닌 것이 어딘가, 거의 하루 종일 얼굴을 덮고 계셨다. 맨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암튼 우리는 방송국을 향해 출발한지 1시간 30분 만에 출연자 대기실에 도착하였다. 대기실 문을 열자 거구의 사람들이 대기실을 한가득 메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달랑 네 명뿐이었다.


‘경배, 경배가 왔을까?’


정말 경배네 가족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인사를 하려다가 여자의 매력은 튕기는 것이라는 것을 상기, 달려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멈추고 보니 더욱 어색해졌다.


“여기 맞나봐. 빨리 들어와. 엄마!”


아버지를 필두로 입장한 식구들은 거대한 덩치에 기가 눌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맨 구석에 조르르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반갑습니다. 오늘 같이 출연하시죠? 경배는 전에도 봤다고 하던데. 저는 경배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저 분이 장차 시아버님. 인상이 그리 나쁘지 않군. 저 정도면 합격이야.’


자신을 경배 애비라고 소개한 아저씨가 순금 반지를 2개나 낀 두꺼비 같은 손을 내밀자 아빠는 아무런 금장식도 없는 파리채 같은 손을 뻗어 악수를 하셨다.


“반갑습니다. 풍채 좋으시네요. 부럽습니다.”


아빠는 진짜 부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아부지. 돈 많이 벌어 살찌는 보약 해드릴께요.’


인사하는 순간 화기애애했으나 곧 분위기는 서먹해져버리고 말았다. 꼴에 탤런트 가족이라고 엄청나게 뻐겨댔다. 실은 그것은 내 느낌이었을 뿐 잘난 척하는 것은 뚱남이 누나 혼자였다. 요즘 뚱뚱한 덕에 코메디 프로그램에서 뚱녀로 몇 번 출연한 적이 있는 언니. 꼴에 연예인이라고 화장을 전문 메이크업 언니를 데려다가 받고 있었다.


“어머 내 피부 봐. 너무 기름지지? 그것 봐. 내가 어제 삼겹살 안 먹는다고 했잖아. 어떻게 하지? 오늘 화면 발 안 서겠다. 지금 내 피부상태 어떠니?”


‘장차 시누이니 비위나 맞춰 줘야겠다.’


“좋은 데요. 실제로 보니 언니 피부 미인이세요.”

“너도 가까이 보니 좀 예쁘다. 아마 방송물 조금 먹으면 더 예뻐지겠어.”


‘역시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는군. 모델 가능성은 아직 있는 거야.’


“근데 발음은 원래 그런 거니? 좀 엥엥거린다.”

“좀 그렇긴 하죠.”


‘이건 단지 작은 장애일 뿐이라구.’


그때 대기실문이 벌컥 열렸다.


“경배야!”


‘이재무 아니야? 쟤도 오늘 나오나?’


“너 여기 대기실 좁지 않아? 오늘 나랑 같이 쓰자. 나 혼자 쓰니까 너무 심심해.”


혼자 쓰는 거 자랑하러 온 모양이었다. 눈꼴 시어서 한마디 했다.  


“잘난 척 하고 있네.”


사람들이 다 듣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어때 무안하지?’


“너도 여기 있었구나. 아직 나한테 화난 모양이네. 화 풀어. 그리고 너도 내 대기실로 옮기자.”


‘이게 뭐야? 이러면 나만 싸가지 없는 애가 되잖아.’


“내, 내가 왜?”


기죽지 말자고 해놓고 상황이 역전되자 말이 더듬더듬 나왔다.


“사실 오늘 너희 가족 부르자고 내가 피디 선생님한테 졸랐어. 호기심 제출도 내가 했고. 그럼 널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니. 그따위 호기심을 누가 갖나 했더니 너였니? 암튼 너는 내 원수야.’


“나를 니가 왜 만나?”

“그때 일 사과하고 싶었어.”


‘어째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네. 피 튀기는 2회전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왜 저렇게 꼬리를 내릴까? 아쉬울 것도 없으면서.’


“성의는 고마운데 난 우리 가족이랑 같이 있을께.”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힌 당한 지가 어언 11년째. 함정을 파놓은 듯한 느낌이 팍팍 몰려오고 있었다. 내가 속을 줄 알고.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긴히 할 말도 있는데.”


아하. 나를 밖으로 불러내서 한바탕하겠다. 여기는 식구들이 있으니 곤란하다 이거지. ‘당장 나가’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사람들 눈이 있으니까 참는 거라구.


“미안해. 사실은 방송국이 아직 낯설어서 식구들이랑 있는 게 안정되고 좋아. 마음만 고맙게 받을께.”


이 정도면 너도 물러나겠지.


“그래. 그럼 너 편한 데로 해.”


웃고 있네. 실은 너도 혼자 있는 게 편하지? 그럼 사람들 앞에서 착한 척 생색을 내려고 빈 말을 했다는 건가. 짧은 잔머리 굴리고 있네.


“경배도 여기 있을 거지?”


거의 넌 여기 있어라하는 말투다. 이재무가 나가고 사람들은 재무의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예의바르고 남을 배려 할 줄 아는 애라나 뭐래나. 다들 속고 있었다. 언젠가는 네 놈의 가면을 벗기고 말겠어.


촬영이 시작되었다. 촬영 분은 냉동 창고 들어가기 전 공원에서 몸을 푸는 장면이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들어가면 심장에 무리가 올 수 있다나. 아니 그럼 아예 안 들어가면 되지, 왜 이런 걸 해야하냐고. 몸을 풀면서 은근슬쩍 경배에게 말이나 걸어야겠다.


공원에는 어떻게 이재무가 출연하는 것을 알았는지 재무의 10대 팬들이 가득했다. 재무가 나타나자 엄청난 괴성을 질러냈다. 피켓을 흔드는 아이, 현수막을 들고 온 아이, 재무의 얼굴이 가득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아이. 재무의 그런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나도 저랬을테지.

경호원들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재무는 곧 소녀 팬들에게 싸이게 되었다. 그 옆을 지나려는데 재무가 날 불렀다.


“혜림아! 같이 가.”


‘뭘 같이 가재? 우리가 친하니? 웬 친한 척.’


무시하고 길을 가고 있는데 이재무가 갑자기 나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아 버렸고, 귀가 찢어질 듯 들리는 소녀 팬들의 괴성은 한참동안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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