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융단폭격으로 쏟아져 내리는 밤이다 가슴이 타고 우뚝우뚝 코앞으로 다가서는 캄캄한 절벽들! 머리칼 풀어헤치며 귀신들이 울고 끊임없이 발목 잡아끄는 실타래 같은 어둠의 뿌리들! 찰흙의 늪에 빠져 아랫도리 뭉텅뭉텅 잘려나갈지라도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악착같이 허우적대야 할 벅찬 내일이 있다 중얼대는 두꺼운 입술이 찢어진 걸레 조각처럼 천박해 보일지라도 먼동이 트는 새벽, 두 귀 쫑긋한 당나귀를 타고 달려나가 얼싸안고 나뒹굴어야 할 아픈 세상이 있다 자꾸 되새기는 마음을 향해 삐쭉거리는 얇은 눈길들아 더는 비웃지 마라 저기 들판에선 다투어 꽃들이 피고 여기 개울가에선 구구구 원앙의 노랫소리 들린다 그만그만, 귀신들아 더는 묻지 마라 神市의 날들에 대해 아침 햇살처럼 환하고 밝은 것은 어디에서나 잠깐뿐이다 한갓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내겐 폭풍우에 휩쓸려 허리 꺾인 채 울고 있는 어린 나뭇잎들 데리고 달려나가야 할 튼튼한 꿈이 있다 거듭 곱씹는 동안에도 눈보라처럼 앞가슴을 파고드는 저 차가운 구설의 화살촉들! 잠자리 날개처럼 파닥거릴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재재빠른 사람들 두뇌 밖으로, 은여우들 새뽀얀 솜털 밖으로 길은 당나귀를 타고 뚫려 있다 꿈틀거리며 어린 나뭇잎들, 흐르는 계곡물에 잠겨 따뜻하고 깨끗한 생명으로 몸 바꿀 때까진 들어 옮기는 발걸음, 돌덩이처럼 무거워도 좋다 폭풍우, 아직은 철벽의 마음으로 앞을 가로막는 밤이다
길은 당나귀를 타고
길은 당나귀를 타고
이은봉
폭풍우, 융단폭격으로 쏟아져 내리는 밤이다 가슴이 타고
우뚝우뚝 코앞으로 다가서는 캄캄한 절벽들!
머리칼 풀어헤치며 귀신들이 울고
끊임없이 발목 잡아끄는 실타래 같은 어둠의 뿌리들!
찰흙의 늪에 빠져 아랫도리 뭉텅뭉텅 잘려나갈지라도
이대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악착같이 허우적대야 할
벅찬 내일이 있다 중얼대는 두꺼운 입술이
찢어진 걸레 조각처럼 천박해 보일지라도
먼동이 트는 새벽, 두 귀 쫑긋한 당나귀를 타고
달려나가 얼싸안고 나뒹굴어야 할
아픈 세상이 있다 자꾸 되새기는 마음을 향해
삐쭉거리는 얇은 눈길들아 더는 비웃지 마라
저기 들판에선 다투어 꽃들이 피고
여기 개울가에선 구구구 원앙의 노랫소리 들린다
그만그만, 귀신들아 더는 묻지 마라 神市의 날들에 대해
아침 햇살처럼 환하고 밝은 것은
어디에서나 잠깐뿐이다 한갓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내겐 폭풍우에 휩쓸려 허리 꺾인 채 울고 있는
어린 나뭇잎들 데리고 달려나가야 할
튼튼한 꿈이 있다 거듭 곱씹는 동안에도
눈보라처럼 앞가슴을 파고드는 저 차가운 구설의 화살촉들!
잠자리 날개처럼 파닥거릴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재재빠른 사람들 두뇌 밖으로, 은여우들 새뽀얀 솜털 밖으로
길은 당나귀를 타고 뚫려 있다 꿈틀거리며
어린 나뭇잎들, 흐르는 계곡물에 잠겨
따뜻하고 깨끗한 생명으로 몸 바꿀 때까진
들어 옮기는 발걸음, 돌덩이처럼 무거워도 좋다
폭풍우, 아직은 철벽의 마음으로 앞을 가로막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