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먹하게 울산에 다녀온 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동식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수완은 문화센터에서 밸리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또, 비쥬 공예라고 불리는 수공예 만드는 강좌에도 참여하였다. 날마다 바쁜 날들을 보내면서도 가끔씩 드는 동식에 대한 생각에 손에서 핸드폰을 쉽게 놓지 않았다.
그 날도 어김없이 밸리댄스를 한시간 정도 배우고 난 후였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oxic'가 울려펴지고 발신지를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이다. "여보세요. 마수완입니다."
"나에요. 정다희. 오랜만이네." 수완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다. 계속 반말을 사용하는 그녀가 얄밉고 화가 난다.
"우리가 서로 말 놓을 정도로 친한가요?"
"수완씨, 왜 이래? 쿨한 사람 아니였어? 사람이 왜 그래? 쪼잔하게......"
기분이 상할대로 상해버린 수완이다. "용건만 말씀하세요. 저 바빠요."
"동식씨 문제인데...... 만나서 이야기 하지...... 우리......" 다희는 장소와 시간만 말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수완은 괜히 야속한 전화기만 노려보다가 탈의실로 들어간다.
회사 안의 사람들은 요새 동식을 건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그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소문에 따르면 수완과 동식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란다. 동식도 그런 소식을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괜히 화와 짜증이 난다. 수완에게 한 그날의 이야기도 동식으로는 자존심을 누른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냉랭했다. 동식은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다희가 갑자기 저녁을 사겠다고 하는 말에 동식은 놀랐다. 거절했지만, 다희는 막무가내였다. 올때까지 기다리겠다나...... 동식은 수완에게 연락해서 같이 가자고 할까하는 생각이 들어 수화기를 들었다가 번호를 누르지 못하고 다시 내려논다.
다희가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6시였다. 미리 풀 코스의 음식을 주문했다. 음악도 자신이 선곡한 노래들 중심이었다. 동식이 오기까지는 30분이 남았다. 다희가 오늘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한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다. 프랑스 친구에게 부탁해서 산 드레스와 각종 장신구들...... 절대 마수완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동식은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였다. 다희를 보고 조금은 놀란 것 같았다. 긴장을 결코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웨이터가 다희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그 순간 동식이 물컵을 잡으려다가 와인 잔을 땅에 떨어뜨렸다.
순간 다희의 안색이 변한다. 놀란 웨이터도 허둥지둥 거린다. 미소를 지으며 동식은 괜찮다고 말한다.
그녀의 목표는 오늘 와인 한 병을 비우는 것이다. 물론 다희의 계획은 철저했다. 동식의 와인 잔에 최음제를 발라놓았다. 동식도 홀짝 거리며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다. 다희는 더욱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수완은 아직도 이해 할 수가 없다. 준비를 마치고 약속 장소에 나가는 동안 계속 동식을 생각했다. 동식의 말을 들었을 때, 장난처럼 웃어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식의 진진한 표정을 보았을 때, 그녀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운전대를 잡고 도로만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그에게 그녀는 장난으로 무마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동식과 다희는 와인을 거의 다 비우고 있었다. 동식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다희가 시계를 흘끔 쳐다보았다. 노래는 방금 냇 킹 콜과 그의 아버지가 부른 'unforgettable'로 바뀌었다.
"동식씨, 우리 나가서 춤춰요."
동식이 나른한 미소를 짓는다. "난 저 음악 듣는 것이 더 좋은데...... 그래도 미인이 원하시니 들어드려야 겠지?" 공손하게 손을 내민다. 다희도 살포시 손을 잡고 중앙으로 걸어간다.
동식은 다희와 거리를 두면서 안고 천천히 흔들고 있다.
갑자기 다희가 동식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어온다. "내가 동식씨 좋아하는 거 알아요?"
"........"
"나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포기 못 해요...... 동식씨는 수완씨 좋아하죠?" 다희는 거의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그래도 계속 좋아할래요. 대신 드러내지 않고....... 혼자서만 좋아할께요. 부탁이 있어요. 들어줄 수 있죠?"
동식의 눈이 반쯤 감긴채로 대답을 한다.
"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안아주세요.... 그걸 추억으로 간직하면서 살께요....."
동식은 다희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희를 안아준다. 다희 역시 동식의 어깨 위로 고개를 내밀고 강하고 그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그 순간에 들어온 수완과 다희의 눈이 마주친다. 다희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수완은 고개를 돌리고 밖으로 나아간다.
동식은 수완이 들어왔다가 나간 것을 감지했지만, 모르는 척하고 있다. 그리고 다희를 살짝 밀어낸 후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머리가 어지러워서 말야....." 다희는 흔쾌히 승낙을 한다.
이곳의 화장실은 가게 바깥쪽 엘리베이터 근처에 있다. 분명 수완이 서 있을 것이라고 믿은 동식은 얼른 뛰어간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은 눌러져 있지만, 수완은 보이지 않는다. 얼른 비상구 쪽으로 가서 문을 열자, 발소리가 들린다. 동식은 2~3 계단을 한 꺼번에 뛰어서 내려간다. 한 층 정도 차이를 두고 수완이 보인다. 부르면 더욱 빨리 내려 갈 것을 알기에 동식은 말없이 수완을 쫓아간다.
수완은 누가 뒤에서 내려오는지 관심조차 없다. 아까 본 장면이 눈 앞에서 아른거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리며 벽 쪽으로 돌아세운다. 눈물이 고여 희뿌연하게 보이는 세상 사이로 동식의 얼굴이 보인다. 그녀는 먼저 동식의 뺨을 때렸다. 동식은 물러서지 않고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온 몸으로 누르고 있다. 수완이 또다시 손을 들자 이번에는 동식이 그 손을 잡았다. 한 손으로는 소리내지 못하도록 입을 막았다. 힘으로 밀린 수완이 온몸을 비틀어대자, 동식이 조용하게 말한다. "이러지마. 나도 힘들어. 내 말을 1분만 들어달라고...... 제발..... 부탁이야... 당신이 들어줘야해....제발....제발........"
엘리베이터와 계단 (15)
서먹하게 울산에 다녀온 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동식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수완은 문화센터에서 밸리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또, 비쥬 공예라고 불리는 수공예 만드는 강좌에도 참여하였다.
날마다 바쁜 날들을 보내면서도 가끔씩 드는 동식에 대한 생각에
손에서 핸드폰을 쉽게 놓지 않았다.
그 날도 어김없이 밸리댄스를 한시간 정도 배우고 난 후였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oxic'가 울려펴지고 발신지를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이다.
"여보세요. 마수완입니다."
"나에요. 정다희. 오랜만이네."
수완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다.
계속 반말을 사용하는 그녀가 얄밉고 화가 난다.
"우리가 서로 말 놓을 정도로 친한가요?"
"수완씨, 왜 이래? 쿨한 사람 아니였어?
사람이 왜 그래? 쪼잔하게......"
기분이 상할대로 상해버린 수완이다.
"용건만 말씀하세요. 저 바빠요."
"동식씨 문제인데...... 만나서 이야기 하지...... 우리......"
다희는 장소와 시간만 말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수완은 괜히 야속한 전화기만 노려보다가 탈의실로 들어간다.
회사 안의 사람들은 요새 동식을 건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그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소문에 따르면 수완과 동식의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란다.
동식도 그런 소식을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괜히 화와 짜증이 난다.
수완에게 한 그날의 이야기도 동식으로는 자존심을 누른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냉랭했다.
동식은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다희가 갑자기 저녁을 사겠다고 하는 말에 동식은 놀랐다.
거절했지만, 다희는 막무가내였다.
올때까지 기다리겠다나......
동식은 수완에게 연락해서 같이 가자고 할까하는 생각이 들어
수화기를 들었다가 번호를 누르지 못하고 다시 내려논다.
다희가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6시였다.
미리 풀 코스의 음식을 주문했다.
음악도 자신이 선곡한 노래들 중심이었다.
동식이 오기까지는 30분이 남았다.
다희가 오늘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한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다.
프랑스 친구에게 부탁해서 산 드레스와 각종 장신구들......
절대 마수완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동식은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였다.
다희를 보고 조금은 놀란 것 같았다.
긴장을 결코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웨이터가 다희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그 순간 동식이 물컵을 잡으려다가 와인 잔을 땅에 떨어뜨렸다.
순간 다희의 안색이 변한다. 놀란 웨이터도 허둥지둥 거린다.
미소를 지으며 동식은 괜찮다고 말한다.
그녀의 목표는 오늘 와인 한 병을 비우는 것이다.
물론 다희의 계획은 철저했다.
동식의 와인 잔에 최음제를 발라놓았다.
동식도 홀짝 거리며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다.
다희는 더욱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수완은 아직도 이해 할 수가 없다.
준비를 마치고 약속 장소에 나가는 동안 계속 동식을 생각했다.
동식의 말을 들었을 때, 장난처럼 웃어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동식의 진진한 표정을 보았을 때, 그녀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운전대를 잡고 도로만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하는 그에게
그녀는 장난으로 무마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걷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동식과 다희는 와인을 거의 다 비우고 있었다.
동식도 시간이 흘러갈수록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다희가 시계를 흘끔 쳐다보았다.
노래는 방금 냇 킹 콜과 그의 아버지가 부른 'unforgettable'로 바뀌었다.
"동식씨, 우리 나가서 춤춰요."
동식이 나른한 미소를 짓는다.
"난 저 음악 듣는 것이 더 좋은데......
그래도 미인이 원하시니 들어드려야 겠지?"
공손하게 손을 내민다.
다희도 살포시 손을 잡고 중앙으로 걸어간다.
동식은 다희와 거리를 두면서 안고 천천히 흔들고 있다.
갑자기 다희가 동식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어온다.
"내가 동식씨 좋아하는 거 알아요?"
"........"
"나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포기 못 해요......
동식씨는 수완씨 좋아하죠?"
다희는 거의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그래도 계속 좋아할래요. 대신 드러내지 않고.......
혼자서만 좋아할께요.
부탁이 있어요. 들어줄 수 있죠?"
동식의 눈이 반쯤 감긴채로 대답을 한다.
"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안아주세요....
그걸 추억으로 간직하면서 살께요....."
동식은 다희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희를 안아준다.
다희 역시 동식의 어깨 위로 고개를 내밀고 강하고 그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그 순간에 들어온 수완과 다희의 눈이 마주친다.
다희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수완은 고개를 돌리고 밖으로 나아간다.
동식은 수완이 들어왔다가 나간 것을 감지했지만, 모르는 척하고 있다.
그리고 다희를 살짝 밀어낸 후 몸이 좋지 않은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머리가 어지러워서 말야....."
다희는 흔쾌히 승낙을 한다.
이곳의 화장실은 가게 바깥쪽 엘리베이터 근처에 있다.
분명 수완이 서 있을 것이라고 믿은 동식은 얼른 뛰어간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은 눌러져 있지만, 수완은 보이지 않는다.
얼른 비상구 쪽으로 가서 문을 열자, 발소리가 들린다.
동식은 2~3 계단을 한 꺼번에 뛰어서 내려간다.
한 층 정도 차이를 두고 수완이 보인다.
부르면 더욱 빨리 내려 갈 것을 알기에 동식은 말없이 수완을 쫓아간다.
수완은 누가 뒤에서 내려오는지 관심조차 없다.
아까 본 장면이 눈 앞에서 아른거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리며 벽 쪽으로 돌아세운다.
눈물이 고여 희뿌연하게 보이는 세상 사이로 동식의 얼굴이 보인다.
그녀는 먼저 동식의 뺨을 때렸다.
동식은 물러서지 않고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온 몸으로 누르고 있다.
수완이 또다시 손을 들자 이번에는 동식이 그 손을 잡았다.
한 손으로는 소리내지 못하도록 입을 막았다.
힘으로 밀린 수완이 온몸을 비틀어대자, 동식이 조용하게 말한다.
"이러지마. 나도 힘들어. 내 말을 1분만 들어달라고...... 제발..... 부탁이야...
당신이 들어줘야해....제발....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