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말하다 박정석 숲에선 뾰족한 정신을 세워야 한다는 나는고로, 나무의 자식이다숲에 들어서자 일제히 바람을 당기는 가지들의 정조준 아버지 음성은 해발 팔백미터 상고대처럼솟아나는 내 빗나간 생각들을 부러뜨린다숲의 深部에 인적을 남기기란 어렵다 네 칸 한옥 구석구석 금언처럼 쌓여온 家系의 먼지털어 낼 때 선명해지는 上梁의 글귀 틈으로마루 놓다 끌려간 家長의 구류가 목관악기처럼 흘러나온다 무너진 집더미 헤쳐 나오는 누나의 꿈 있은 후아버지 늦은 귀가는 꼬박 삼 일이 걸렸다집의 뼈대는 서른 해가 바뀌도록 정정한데아버지 등 시절을 견디다 바람벽처럼 기울었다 세월 대신 고단함의 웃자란 높이만 측정하는늙은 귓속으로 바람의 안심 찾아드는지耳順처럼 그의 머리칼도 적요로왔지만,벌목지대에 고로쇠나무를 가꾸는 노년의 힘은 쉬이 파하지 않는다 촘촘한 가지 끝 소스라치는 바람의 이동에 대고고로쇠나무 흠집 난 껍질을 萬年의 슬픈 비늘이라 말한다 더듬거리면 금세 더운 피 돌고 눈물 쏙 빼놓는 당신의 나는
바람에 말하다
바람에 말하다
박정석
숲에선 뾰족한 정신을 세워야 한다는 나는
고로, 나무의 자식이다
숲에 들어서자 일제히 바람을 당기는 가지들의 정조준
아버지 음성은 해발 팔백미터 상고대처럼
솟아나는 내 빗나간 생각들을 부러뜨린다
숲의 深部에 인적을 남기기란 어렵다
네 칸 한옥 구석구석 금언처럼 쌓여온 家系의 먼지
털어 낼 때 선명해지는 上梁의 글귀 틈으로
마루 놓다 끌려간 家長의 구류가 목관악기처럼 흘러나온다
무너진 집더미 헤쳐 나오는 누나의 꿈 있은 후
아버지 늦은 귀가는 꼬박 삼 일이 걸렸다
집의 뼈대는 서른 해가 바뀌도록 정정한데
아버지 등 시절을 견디다 바람벽처럼 기울었다
세월 대신 고단함의 웃자란 높이만 측정하는
늙은 귓속으로 바람의 안심 찾아드는지
耳順처럼 그의 머리칼도 적요로왔지만,
벌목지대에 고로쇠나무를 가꾸는 노년의 힘은 쉬이 파하지 않는다
촘촘한 가지 끝 소스라치는 바람의 이동에 대고
고로쇠나무 흠집 난 껍질을
萬年의 슬픈 비늘이라 말한다 더듬거리면
금세 더운 피 돌고 눈물 쏙 빼놓는 당신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