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감독은 내용적으로 거침없는 성적 상상력을 더욱 밀고 나가기보다는, 영화적 형식에서 자유분방함과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다.
영어선생님이 결근했다. 대신 수업에 들어온 담임선생님은 영어선생님이 학교에 못 온 건 원조교제 하다가 매독에 걸렸기 때문이니 학생들에게 이해하라고 말한다. 여학생 한 명이 병원에 가야겠다며 교실 문을 박차며 나가고, 이어 다른 남학생이 친구 형에게 전화를 걸며 교실을 떠나고, 또 다른 여학생이 조퇴를 하고, 또 다른 남학생이 조퇴를 하고, 조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앞선 조퇴는 나중 조퇴를 부르더니 결국 교실에는 단 두 학생만 남는다.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와 외눈박이(이켠).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는 학교 급식비와 엄마 약값, 동생 운동화 사줄 돈을 벌기 위해 오늘 처녀를 포기하고 원조교제에 나설 참이다. 그래서 조퇴를 한다. 교내 유일의 숫총각 외눈박이만이 가열 찬 조퇴 행렬에 동참하지 못하고 외모 때문에 왕따가 된 자신을 학대한다. <다세포 소녀>는 이렇게 황당하게 시작한다. 대한민국 모든 학교가 학업에 정진할 때, 쾌락 명문 무쓸모 고등학교 학생들은 원조교제, SM(사도-마조히즘), 동성애 등에 온통 빠져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쾌락순이다. 그래도 너무 가난하다 못해 가난이 등에 업힌 소녀와 모두가 예쁨을 뽐내느라 정신없을 때 눈 하나를 껌뻑 거리는 외눈박이는 행복을 누릴 수 없다. 돈과 외모의 결핍은 천형처럼 그들의 등과 눈 위에 올려져 있다. 그런데 <다세포 소녀>는 발칙하게도 못사는 애와 못생긴 애를 가장 불쌍한 애라고 말하지 않는다. 178명의 여자친구가 있고 8,900통의 문자를 받으며, 1,200만 원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는 스위스에서 전학 온 꽃미남 안소니(박진우)는 돈도 되고, 외모도 되지만 외눈박이의 아름다운 남동생 두눈박이에게 반해 성정체성의 혼란과 짝사랑의 고통에 시달린다.
원작자 채정택이 2004년부터 ‘B급 달궁’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하기 시작해 4백만 폐인을 양산한 인터넷 만화 <다세포 소녀>를 원작으로 한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는 발칙한 원작을 ‘15세 관람가’의 독특한 학원영화로 만들어냈다. 이재용 감독은 내용적으로 거침없는 성적 상상력을 더욱 밀고 나가기보다는, 영화적 형식에서 자유분방함과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다. 뮤지컬 장르와 코스튬 드라마의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무용가 안은미와 복숭아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춤과 음악에 참여해 만들어낸 <다세포 소녀>의 뮤지컬 신은 짜임새 있는 드라마보다는 독립적인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펼치고 모으는 데 유효한 장치가 된다. 데뷔작 <정사>부터 전작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까지 영화의상을 통해 욕망과 금기의 사회상을 드러내는 데 유능했던 그는 이번에는 정구호 대신 서상영을 끌어들여 그간 학원영화에서 관습적으로 해석돼온 ‘교복 시네마’의 새 지평을 연다. 김옥빈의 ‘흔들녀’ 동영상이 이재용 감독이 의도한 세라복과 관음증, 물신주의에 대한 은근한 풍자를 무색케 할지라도 말이다.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장면은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가 잠든 엄마 몰래 판잣집 단칸방에서 에이츠의 시 ‘하늘의 천’을 읽는 장면이다. <정사>에서 서현(이미숙)이 병실에서 잠든 아버지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 비견할 만하다. 누구에게나 욕망은 있다. 모두가 잠든 밤, 어둠을 틈타 간신히 내뱉는 독백 속에도.
한승희 기자
새영화] 다세포소녀
[서울신문 2006-08-04 10:03]
[서울신문]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시작부터 끝까지 쉼없이 다양하게 미각을 자극할 줄 아는 영화라면 일단은 합격점을 줘야 할 것 같다.10일 개봉하는 ‘다세포 소녀’(제작 영화세상)는 인터넷에서 인기를 검증받은 만화원작을 토대로 한 코믹 청춘드라마.“상상하는 것 이상의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감독의 연출 변은 근거 있다. ‘정사’‘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을 통해 성(性)의 사회적 통념을 보기좋게 흔들었던 이재용 감독. 왜 인터넷 원작을 선택했는지 그 의도를 분방하게 노출한, 도발적이고 맹랑하고 엉뚱하고 낯선 무정형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운을 떼는 영화의 품새부터가 불량하기 짝이 없다. 이름조차 ‘무쓸모’인 남녀 공학 고교의 수업 풍경은 한마디로 대책없다. 성병에 걸린 선생님이 결근하자 그와 관계를 맺은 학생들이 줄줄이 조퇴를 해버린다. 원조교제 약속이 있어서 조퇴해야겠다는 여학생의 말에 선생님이 정색을 하고 “효녀”라고 칭찬하는 오프닝 장면들에선 허를 찔린 관객의 폭소가 이어질 만하다.
결론부터 말해 이 영화를 만끽하려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거나 일반화된 사회규범을 적용시키려는 엄숙주의는 아예 접어둬야 한다. 드라마의 주체인 10대들은 교복의 제도적 껍데기에 한 순간도 갇혀 있지 않는다. 감독의 도발적 상상력으로 불려나온 캐릭터들은 기성세대가 넘어오지 말라며 그어놓은 선을 ‘밥먹듯’ 넘어다닌다.
제멋대로의 쾌락에 빠진 학생들 사이에서 주인공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는 유일하게 이질적이다. 병 든 엄마(임예진)를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조교제를 할 뿐 순수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사는 캐릭터이다. 한눈에 반한 남자친구 안소니(박진우)에게 신분의 벽 때문에 말 한마디 걸지 못하는데, 정작 안소니는 학교 왕따 ‘외눈박이’(이켠)의 예쁜 남동생을 좋아한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청춘스타 김옥빈이 ‘가난 인형’을 등에 업고 다니기도 하는 영화는 차라리 팬터지에 가깝다. 장르를 못박을 수 없는 무정형의 드라마 자체에 덕담과 비난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다. 거침없이 개방된 성 의식, 무질서한 인터넷 세태와 가난에 갇혀 미래가 없는 이들을 부각시킨 풍자정신이 시종 유머감각을 견지하며 드라마를 지탱한다. 하지만 상식에서 동떨어지기로 작정한 듯한 설정이나 대사는 보기에 따라선 허무개그처럼 난감하다. 미처 영화의 메시지를 읽기도 전에 지나친 키치적 감수성이 거북스러워 팔짱을 끼고말 관객도 있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리 귀띔. 발칙하고 도발적인 주제를 질척대지 않고 산뜻한 장면들로 은유한 화면들은 재치있다. 덕분에 받은 관람등급이 15세 이상.
다세포 소녀의 안습 네티즌 영화평!
모사이트에서 퍼온 다세포소녀 네티즌 영화평입니다...
별반개표시를 표시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올 빵점 처리
☆☆☆☆☆ 내몸의 세포가 모두 죽는 느낌이 들었다.
☆☆☆☆☆ 나 지금 화가 몹시 나있어...
☆☆☆☆☆ 긴급조치 19호의 신화는 이 영화가 이을것이다!!!!!!!!
☆☆☆☆☆ 괴물 매진되서 봤다가 내가 괴물로 변신해서 나왔다.
☆☆☆☆☆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을까..라는 고뇌를 했습니다
☆☆☆☆☆ 영화 댓글에 욕 쓰는 사람들 이제야 이해간다
☆☆☆☆☆ 친구들한테 내가 보자고해서 봤는데 보고 맞아죽을뻔
☆☆☆☆☆ 왠만해선 로긴안하는데 분노가 치솟아 올라서 로긴한다. 먹어라
☆☆☆☆★ 조조로봐서다행이지
☆☆☆☆☆ 피를토하는심정으로 1점씩이나 준다 .감사해라
☆☆☆☆☆ 어떤 연인의 싸움..."니가 먼저 보자고 했자나~"ㅋㅋ
☆☆☆☆☆ 더운데 에어컨 바람대문에 차마 나올수 없었다
☆☆☆☆☆.......세포분열시켜버린다
보러가고 싶었는데...
추가로...기자 시사 최초 반응이었답니다.
너무 한편으로 치우치는 것 같아서...
밑은 괜찮은 평이 나왔던 기사들.
교복 시네마의 최전선
[필름 2.0 2006-08-04 10:40]
이재용 감독은 내용적으로 거침없는 성적 상상력을 더욱 밀고 나가기보다는, 영화적 형식에서 자유분방함과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다.
영어선생님이 결근했다. 대신 수업에 들어온 담임선생님은 영어선생님이 학교에 못 온 건 원조교제 하다가 매독에 걸렸기 때문이니 학생들에게 이해하라고 말한다. 여학생 한 명이 병원에 가야겠다며 교실 문을 박차며 나가고, 이어 다른 남학생이 친구 형에게 전화를 걸며 교실을 떠나고, 또 다른 여학생이 조퇴를 하고, 또 다른 남학생이 조퇴를 하고, 조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앞선 조퇴는 나중 조퇴를 부르더니 결국 교실에는 단 두 학생만 남는다.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와 외눈박이(이켠).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는 학교 급식비와 엄마 약값, 동생 운동화 사줄 돈을 벌기 위해 오늘 처녀를 포기하고 원조교제에 나설 참이다. 그래서 조퇴를 한다. 교내 유일의 숫총각 외눈박이만이 가열 찬 조퇴 행렬에 동참하지 못하고 외모 때문에 왕따가 된 자신을 학대한다.
<다세포 소녀>는 이렇게 황당하게 시작한다. 대한민국 모든 학교가 학업에 정진할 때, 쾌락 명문 무쓸모 고등학교 학생들은 원조교제, SM(사도-마조히즘), 동성애 등에 온통 빠져 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 쾌락순이다. 그래도 너무 가난하다 못해 가난이 등에 업힌 소녀와 모두가 예쁨을 뽐내느라 정신없을 때 눈 하나를 껌뻑 거리는 외눈박이는 행복을 누릴 수 없다. 돈과 외모의 결핍은 천형처럼 그들의 등과 눈 위에 올려져 있다. 그런데 <다세포 소녀>는 발칙하게도 못사는 애와 못생긴 애를 가장 불쌍한 애라고 말하지 않는다. 178명의 여자친구가 있고 8,900통의 문자를 받으며, 1,200만 원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는 스위스에서 전학 온 꽃미남 안소니(박진우)는 돈도 되고, 외모도 되지만 외눈박이의 아름다운 남동생 두눈박이에게 반해 성정체성의 혼란과 짝사랑의 고통에 시달린다.
원작자 채정택이 2004년부터 ‘B급 달궁’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하기 시작해 4백만 폐인을 양산한 인터넷 만화 <다세포 소녀>를 원작으로 한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는 발칙한 원작을 ‘15세 관람가’의 독특한 학원영화로 만들어냈다. 이재용 감독은 내용적으로 거침없는 성적 상상력을 더욱 밀고 나가기보다는, 영화적 형식에서 자유분방함과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다. 뮤지컬 장르와 코스튬 드라마의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무용가 안은미와 복숭아 프로젝트의 장영규가 춤과 음악에 참여해 만들어낸 <다세포 소녀>의 뮤지컬 신은 짜임새 있는 드라마보다는 독립적인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펼치고 모으는 데 유효한 장치가 된다. 데뷔작 <정사>부터 전작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까지 영화의상을 통해 욕망과 금기의 사회상을 드러내는 데 유능했던 그는 이번에는 정구호 대신 서상영을 끌어들여 그간 학원영화에서 관습적으로 해석돼온 ‘교복 시네마’의 새 지평을 연다. 김옥빈의 ‘흔들녀’ 동영상이 이재용 감독이 의도한 세라복과 관음증, 물신주의에 대한 은근한 풍자를 무색케 할지라도 말이다.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장면은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가 잠든 엄마 몰래 판잣집 단칸방에서 에이츠의 시 ‘하늘의 천’을 읽는 장면이다. <정사>에서 서현(이미숙)이 병실에서 잠든 아버지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 비견할 만하다. 누구에게나 욕망은 있다. 모두가 잠든 밤, 어둠을 틈타 간신히 내뱉는 독백 속에도.
한승희 기자
새영화] 다세포소녀
[서울신문 2006-08-04 10:03]
[서울신문]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시작부터 끝까지 쉼없이 다양하게 미각을 자극할 줄 아는 영화라면 일단은 합격점을 줘야 할 것 같다.10일 개봉하는 ‘다세포 소녀’(제작 영화세상)는 인터넷에서 인기를 검증받은 만화원작을 토대로 한 코믹 청춘드라마.“상상하는 것 이상의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감독의 연출 변은 근거 있다.
‘정사’‘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을 통해 성(性)의 사회적 통념을 보기좋게 흔들었던 이재용 감독. 왜 인터넷 원작을 선택했는지 그 의도를 분방하게 노출한, 도발적이고 맹랑하고 엉뚱하고 낯선 무정형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운을 떼는 영화의 품새부터가 불량하기 짝이 없다. 이름조차 ‘무쓸모’인 남녀 공학 고교의 수업 풍경은 한마디로 대책없다. 성병에 걸린 선생님이 결근하자 그와 관계를 맺은 학생들이 줄줄이 조퇴를 해버린다. 원조교제 약속이 있어서 조퇴해야겠다는 여학생의 말에 선생님이 정색을 하고 “효녀”라고 칭찬하는 오프닝 장면들에선 허를 찔린 관객의 폭소가 이어질 만하다.
결론부터 말해 이 영화를 만끽하려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거나 일반화된 사회규범을 적용시키려는 엄숙주의는 아예 접어둬야 한다. 드라마의 주체인 10대들은 교복의 제도적 껍데기에 한 순간도 갇혀 있지 않는다. 감독의 도발적 상상력으로 불려나온 캐릭터들은 기성세대가 넘어오지 말라며 그어놓은 선을 ‘밥먹듯’ 넘어다닌다.
제멋대로의 쾌락에 빠진 학생들 사이에서 주인공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는 유일하게 이질적이다. 병 든 엄마(임예진)를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조교제를 할 뿐 순수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사는 캐릭터이다. 한눈에 반한 남자친구 안소니(박진우)에게 신분의 벽 때문에 말 한마디 걸지 못하는데, 정작 안소니는 학교 왕따 ‘외눈박이’(이켠)의 예쁜 남동생을 좋아한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청춘스타 김옥빈이 ‘가난 인형’을 등에 업고 다니기도 하는 영화는 차라리 팬터지에 가깝다. 장르를 못박을 수 없는 무정형의 드라마 자체에 덕담과 비난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다. 거침없이 개방된 성 의식, 무질서한 인터넷 세태와 가난에 갇혀 미래가 없는 이들을 부각시킨 풍자정신이 시종 유머감각을 견지하며 드라마를 지탱한다. 하지만 상식에서 동떨어지기로 작정한 듯한 설정이나 대사는 보기에 따라선 허무개그처럼 난감하다. 미처 영화의 메시지를 읽기도 전에 지나친 키치적 감수성이 거북스러워 팔짱을 끼고말 관객도 있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미리 귀띔. 발칙하고 도발적인 주제를 질척대지 않고 산뜻한 장면들로 은유한 화면들은 재치있다. 덕분에 받은 관람등급이 15세 이상.
황수정기자 sj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