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음침한 친구의 비밀을 알게됐어요

삼바2009.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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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엊그제 좀 괴상한 일을 겪었는데요 지금생각해도 좀 미스테리해요.

제가 다니는 학원은 부산에서 위치한 이분야에서 최고로 잘나가는 학원입니다.

 

매 수업시간마다 300명 가까운 학생이 강의를 들으며

학원 나오지않고 자습하는 학생들까지 합치면 대략 500명 가까운 인원이 있어요.

그런데 그 많은 인원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녀석이 한놈 있어요

호리호리한 체격에 얼굴은 좀 곱상하게 생기고

170이 약간 넘을까 싶은 키에 항상 검은색 옷에 검은색 비니를 쓰고

그 누구와도 대화 한마디 하지 않고 항상 구석진 자리에서 헤드폰으로 음악만 듣으면서 공부를 하더라구요

 

나는 그녀석이 뭔가를 먹거나 질문에 대답할때 빼고는

입을 여는것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죠

누구에게도 웃는얼굴을 보이지 않으며 표정의 변화를 드러내는법이 전혀 없어요

그녀석은 감정이라는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기소침하거나 칙칙한 그런애는 아닌듯 했습니다

곱상하게 생긴외모 덕분에 그를 유심히 지켜보는 여학생들도 제법 있었고

수업태도도 상당히 좋아서 선생님들도 나쁘게 생각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일주일에 한번 가장 많은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는 과목이 있는데

그날은 좀처럼 자리잡기가 쉽지 않아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학원에 달려와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건  내가 아무리 일찍 와도 그녀석은 항상 나보다 먼저 도착해있다는 거예요

9시 무렵에 수업이 시작하지만

 

그날도 나는 앞자리를 잡기 위해서 6시가 체 되기전에 도착했어요

아무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그녀석은 이미 먼저 와가지고 늘 그랬던 것처럼 구석진 자리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뒤적거리고 있었어요

 

내가 알기로는 그녀석은 꽤나 집이 먼걸로 알고있는데

항상 밤늦게 학원을 나가서는 누구보다 일찍 오니...

그날따라 그녀석은 평소보다 많이 수척해보이며

눈밑에 다크서클이 쳐져있는듯 했어요

 

한창 음악을 듣던 그녀석은 가방속을 주섬주섬 뒤적거리더니 낡은 CDP를 꺼내더라구요

다들 MP3을 들고 다니면서 음악을 듣는 세상에 참 보기드문 현상이죠

지나가는 척하면서 힐끔 쳐다보았는데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부클렛에 흑인들이 그려진 씨디가 몇장 놓여져 있었어요

힙합덕후인가?싶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곧 내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잠시뒤 그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딘가로 나가버렸는데

 

나는 재빨리 그 녀석의 자리로 가서 책이나 노트 같은것을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든것이 베일에 가려진 신비스러운 녀석의 정체를 밝혀보고자 뭐 하나 단서가 될만한걸 찾아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내 기대와는 다르게 눈에 띈다 싶은것은 하나도 없었고..

깔끔하게 정리와 필기가된 노트와 책뿐..

그순간 눈에 들어온게 그 녀석의 헤드폰이었어요

나는 씨디피를 작동 시키고 헤드폰을 귀에 갖다 대봤는데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가운에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어요.

여지껏 들어본적이 없는 그런 분위기의 음악이었어요

씨디피와 헤드폰의 조합이라서 그런지

그 음질과 출력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빵빵하게 터지는 베이스와

귀를 덮어버리는 공간감, 작은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함

기회가 된다면 나도 헤드폰을 하나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