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해골가족 - 06. 1000만원에 재무 여친 되기?

카엔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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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하하, 해골가족 처음부터 보러 가기 -

 

 

6



점심시간. 이미 쉬는 시간에 까먹은 도시락은 배에서 꺼질 대로 꺼져버린 지 오래였다. 평화와 매점으로 가보니 먹을 것은 산더미 같았지만 주머니에는 집에 돌아갈 차비를 제하고는 딸랑 천 원짜리 한 장 뿐이었다.


“난 고로케, 넌 뭐 먹을래?”


평화의 손에는 벌써 고로케가 두개 들려 있었다.


“나두.”

“너 오늘 힘들었으니까 내가 사줄게.”


‘친구란 건 정말 좋은 거야. 먹을 것도 사주고 말이야.’


마음의 위로보다 몸의 양식이 더 시급했다. 우린 양손에 고로케를 들고는 따뜻한 햇볕이 드는 화단가에 자리를 잡았다.


“성장기에 점심을 빵으로 때워야 하다니 우리 너무 불쌍하지 않아?”


‘도시락을 싸주고도 점심 값을 따로 줘야하는 부모님이 불쌍하지.’


“아니. 이 영양 덩어리를 두고 빵 조각이 뭐냐? 평화야! 슬픈 생각하면서 먹으면 체할지도 몰라. 암튼 잘 먹을께.”


오백원의 행복은 진짜 오백원만큼의 행복이었다. 금세 두 손은 허전해졌다.


“평화야! 내 생각엔 말이야. 어제 이재무의 행동이 나를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해.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재무의 팬들로부터 이유 없는 구타와 멸시를 당하고 있잖아.”


배가 부르니 당면한 상황이 떠올라  또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평화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너무 쉽게 동의를 하니 불안해졌다.


“과연 어떤 방법이 좋을까?”


실은 별로 기대한 대답도 없었다. 그냥 함께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평화는 이미 넓은 등빨로 그 자리를 충분히 메워주고 있었다.


“재무를 대적하기엔 너는 너무 약해.”


역시나 대답을 기대하지 않길 잘했지.


“그렇긴 하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재무를 상대로 싸우는 건 너 혼자잖아.”


절대 우리라고 말해주지 않는구나. 의리 없는 기지배.


“거기에 비해 이재무 뒤에는 팬들이 있지. 빠방한 기획사도 있고. 그리고 네가 이재무와 싸운다고 해도 언론이 네 편이 되어주지는 않을 거야. 그들이 보기에는 넌 스타를 비방하는 한 사람에 불과하니까.”


아까 그 평화 맞나 나는 다시금 쳐다보았다. 이 아이의 뇌는 점심시간이후로 제대로 활동하는 것인가? 냉철하고도 현실적인 분석이었다. 물론 내용이 조금은 좌절스럽지만.


“그럼 인터넷은 어때?”

“내가 말했잖아. 그럼 스타를 비방하는 사람이 되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물론 네 편을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은 이재무의 팬만 더 자극하는 꼴이 될 거야.”

“그럼 어쩌지?”

“이재무가 팬들을 이용하고 있잖아. 너도 팬들을 이용해.”

“내 팬들? 나는 팬들이 없는데.”

“너 보기보다 멍청하구나.”


헉. 학교에서 느리고 바보 같다고 소문난 평화에게 멍청하다는 소리를 듣다니.


“네 팬이 아니라 이재무 팬을 이용하라고.”

“어떻게?”


또 멍청하단 소리를 들을까 겁이 났지만 나의 복수의지는 너무도 컸기에 물어보았다.


“이재무의 이미지 추락.”


‘아하. 그렇군. 팬들 덕분에 밥 먹고 사는 인간이니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면 타격이 크겠지.’


특별한 묘안을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평화의 말에 크게 도움을 얻고는 힘이 나는 듯 했다.


오후 수업 시간은 이재무의 얼굴에 달걀을 던지는 상상을 하며 즐겁게 보냈다.


‘네 이놈. 혜림이의 달걀을 받아라.’


하지만 평화의 말대로 그런 것으로는 이재무에게 타격을 입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해야하나. 좋은 방법이 없을까?’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으로 이재무에 관한 기사들을 검색해보았다. 신문에 실린 기사 이상의 내용들은 별로 없었다.


‘팬들의 반응을 알려면 우선 팬카페에 가입을 하는 것이 좋겠지.’


서둘러 가입을 마치고, 게시판의 글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말도 안된다, 여자 사진을 보니 못생겼더라하는 글들과 나를 음해하는 글들이 많이 있었다. 그 글들을 보니 더욱더 화가 났다. 일분에 여러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로 접속한 사람들의 수도 많은 모양이었다.


‘재수 없는 자식이 뭐가 좋다고 이 난리들이야.’


속속들이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고 있자니 의외의 글들이 눈에 띄었다.


- 용기 있는 모습 보기 좋았어요.

- 재무오빠는 이쁜 여자보다는 마음 착한 여자를 좋아 한대요.

- 앞으로 예쁘게 사랑하시길 빕니다.


‘진짜 마음 착한 팬들도 있구만.’


저녁을 먹고 다시 들어가보니 아까보다 축복성 게시물들이 더 눈에 많이 띄었다.


‘어라, 이게 뭐야?’


쭉쭉빵빵 모델 같은 여자와 사귈 줄 알았는데 평균이하의 여자를 사랑하는 모습, 그리고 용기있게 말한 모습이 좋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듯 했다. 아마도 자신들에게 더 가까운 여자를 만나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한 반응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차라리 욕을 하는 게 낫겠어.’


급하게 평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화는 액정이 나간 고물 휴대폰이라도 있었지만, 가난한 우리 집 형편상 나는 핸드폰도 갖고 있지 못했다.


“평화야, 재무 팬들이 미쳤나봐.”


간략한 브리핑을 마치자 평화는 의외의 말을 했다.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몰라.”

“잘 됐다고?”

“그래. 여론이 좋은 상황에서 네가 재무에게 차였다고 하면 이미지가 나빠질 것 아니야.”

“그렇게 되는 건가?”


어쩌면 평화의 말이 맞는 지도 몰랐다. 하지만 재무에게 차인 여자가 되긴 싫다구. 복수의 댓가가 너무나 큰 것 같았다. 평화와의 전화를 마치고 조용히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무에게 차여서 경배에게 대쉬할 수는 없잖아. 안돼. 복수는 포기 하더라도 명예 회복을 하고 말겠어.’


“혜림아, 뭐하니?”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자려구요.”

“잠깐 나갔다 와야겠어. 재무 소속사에서 급히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지금이요?”

“응.”

“무슨 일로?”

“글쎄. 재무 스캔들 건으로 할 말이 있다나봐. 빨리 준비해라.”


재무 소속사가 큰 회사긴 했지만 무서울 것은 없었다.


‘나도 할 말 많다구. 일단 가보자.’


청담동에 있는 오즈 기획사는 거기 소속되기만 하면 무조건 스타가 된다는 요즘 잘 나가는 신생 기획사였다. 건물부터 너무 좋아보였다. 들어가 보니 실내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고 깔끔했다.


‘이 곳에서 천성이 악한 재무를 사람 좋은 것처럼 꾸몄단 말이지.’


그런 생각이 들자 무슨 마법의 성에 온 듯한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나에게도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혜림양 맞죠? 만나게 되서 반가워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건낸 명함에는 실장이라고 써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밤늦게 사람을 오라고 하시고.”


갑작스런 연락에 약간 불쾌 했던 엄마는 약간 짜증스런 말투로 첫인사를 대신했다. 마른 사람들은 원래가 짜증스런 법이다.


“초면에 죄송합니다. 재무에게는 처음 있는 스캔들이라 저희 기획사에서는 꽤나 신경이 쓰이네요.”

“신경 쓰이는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에요. 지금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야 하나 고민중이었어요. 아직 어린 애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기가 막히군요.”


‘엄마가 그런 고민을 하고 계셨다니 몰랐는걸.’


“명예훼손이라뇨. 재무는 진심을 그쪽에게 전한 것뿐인데. 신문에 까지 나게 된 것은 저희로서도 피해가 큽니다. 재무는 십대 스타니까 이미지가 중요하거든요.”

“진심이라뇨? 재무가 절 놀리려고 장난을 친 거라구요.”


진심이라는 말에 화가 나 소리를 쳤다.


“혜림양. 흥분하지 마세요. 저희는 둘 다 좋은 합의점을 찾아내려고 뵙자고 한 것이에요.”

“무슨 합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엄마는 나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실장에게 물었다.


“팬들이 저희도 예상 못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원래는 내일 전면 부인하는 기사가 나갈 예정이었습니다. 저희도 손을 써놓았으니까요. 그런데 그 기사가 나갔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상황이죠.”

“그래서요?”

“일단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더 이상의 기사는 없을 것이고 이제 조용할 때를 기다리는 거죠.”

“말도 안돼요. 저 내일 신문사에 가서 기사가 조작된 것이라고 밝히겠어요. 우리 둘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겠다구요.”


어이가 없었다. 왜 재무 이미지를 위해서 내가 희생되어야 한단 말인가? 평생 재무 여자친구였던 것이 따라다닐 것이 뻔했다.


“공짜로 해달라고는 안합니다. 천만원 지금 이 자리에서 드리죠. 몇 달간만 재무 여자 친구 노릇을 부탁해요.”


‘재무의 여자 친구 노릇을 돈 받고 하란 말이야?’


나는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생각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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