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SK (탈)-15

바람200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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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들이 무아지경에 빠져있을 때였다.


크크크크....


어두운 동굴에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지 시작했다.

마치 껄끄러운 마차바퀴 굴러가는 소리처럼 듣기 거북한 소리가 점점 커지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무거운 발자국 소리도 들려왔는데 수 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달려오는
듯한 소리에 동굴이 들썩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막개는 깜짝 놀랐다.


'이런! 아직 심법을 다 마치지 못했는데....그런데 이 무슨 소린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쫒아 왔나? 그리고 이건 무슨 냄새지?'


그는 자신의 코를 통해 들어오는 야릇한 비린내에 인상을 찡그렸다.


 '점점 다가온다. 한 둘이 아니야.....수 십.....아니.....무척이나 많은 숫자다!'


치우는 무아지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점점 괴상한 소리와 함께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다가오자 막개는 정신을
집중 할 수 없어 심법이 어지러워졌다.


'아! 정말 하늘이 돕지 않는구나! 이 중요한 시기에 적이라니....치우야 너도 꾀나
 운이 없구나. 그러나 이것도 하늘의 뜻이겠지, 모든 것은 운명이다. 나머지는
 네 노력에 달렸다.'


막개는 생각을 마치며 심법을 풀고 명문에서 손을 떼었다.
 그가 심법을 거두자 명상에 잠겨있던 치우는 갑자기 천둥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랐다. 막개가 심법을 거두는 바람에 정신이 들어서 소리를 들은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야?"


"뭔가 다가온다 조심해라!"


막개의 말에 치우는 긴장된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어두운 동굴에 화섭자의 불빛이 동굴 벽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을 뿐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괴상한 외침과 발걸음 소리는 점점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소리는 동굴의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굴들에서 들려왔다.


 동굴은 그들이 들어온 길과 그 반대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고 그 것 외에 세 군데
구멍이 커다랗게 뚫려 있어서 사람도 다닐 수 있었다. 괴상한 소리와 발자국 소리는
뚫려있는 세 개의 구멍에서 들려왔다. 커다란 폭포수 소리를 잠재울 듯이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에 치우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아저씨. 이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이게 무슨 비린내야?"


치우의 말에 막개는 고개를 흔들며 신중히 말했다.


"내 말 잘 들어라 치우야. 내가 심법을 모두 전수해 주지는 못했지만 내가 준책을
 보고 네가 열심히 한다면 충분히 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거다.
 부디 꼭 살아나가서 그 천지환을 전해 다오."


"알았어. 약속할게"


"고맙다. 지금부터 네 몸은 너 스스로 지켜야 한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꼭 살아서 도망가라. 알았지?"


막개는 치우에게 말하며 검을 뽑아들었다. 그는 지금 다가온 것들이 인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의 발걸음은 저렇게 무겁게 다가오지도 않고 이상한 냄새를
풍기지도 않는다. 그리고 다가오는 것들에게 느껴지는 기감(氣感)이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느껴지는 것과는 확연히 틀렸다. 지금 다가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놈들에게서 느껴지는 기감은 무척이나 거칠고 사나웠다.


 그들이 검을 들고 주위를 경계를 하는 사이 그 괴상한 소리들은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비린내가 더욱 진하게 풍겨와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온다! 조심해라!"


막개의 외침에 치우는 주위를 경계하며 건너편 동굴을 쳐다봤다.

 

 그 순간 어두운 동굴 속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괴상한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와 동굴에 울려 퍼졌다.


크크크크크...


 막개와 치우는 서로의 등을 맞대고 주위를 경계했다. 사방에 뚫려있는 동굴들에서
모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놈들이 동굴 입구에서
서성이는 것은 틀림없었다.


"저...저 것 봐!!"


 놀란 치우가 어두운 동굴의 한 곳을 가르켰다.

그곳에는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붉은 빛들이 있었다.

한 두 개가 아닌 수 십 개의 붉은 빛이었다.


"저것은 눈이다!"


 막개 또한 어두운 곳에서 번쩍이는 붉은 눈동자를 보며 소름이 끼쳤다.
이상하게 놈들은 어두운 동굴 속에서 나오지 않고 붉은 눈빛을 내며 그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마치 먹이를 눈앞에 놓고 언제 잡아먹을까 고민하는 맹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크크크크크....


갑자기 놈들이 크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마치 수 백 마리의 야수가 포효하는 듯한 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지자 귀가 얼얼해서 치우는 귀를 손으로 막아야 했다.


 그때였다.
빠른 속도로 검은 그림자가 막개와 치우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 두 마리가 아니었다. 그 빠름이 마치 무예를 익힌 사람과 같은 몸놀림이어서 막개는 놀랐다.
너무 빨라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확인이 되지 않았다. 어두운 동굴 속이라
더욱 그것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놈들의 사나운 공격이 그들을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크크크크크...


 막개는 비릿한 냄새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날카롭게 공격해오자 검을 빠르게
베었다. 야릇한 감촉이 손에 전해지며 덤벼들던 물체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땅으로 떨어졌다.


"커..컹!"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수 십 개의 검은 그림자가 또다시 막개를 향해 달려들었다.

놈들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좌측과 우측을 파고들었는데 그 탄력성이 대단했다.
놈들은 두 발로 움직이기도 하고 네 발로 땅을 맴돌다 박차고 올라오기도 했다.
유난히 다리와 팔이 길었고 발톱과 손톱이 무척이나 날카롭게 보였다.

마치 갈고리를 발과 손에 달고 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길고 예리했는데 그것을
이용해서 공격했다. 그리고 몸은 검은색이 반질반질한 가죽으로 되어 있었는데
군데군데 기다란 갈색 털이 몸을 덮고 있어서 상당히 기괴하게 보였다.
어떻게 보면 원숭이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 골격과 피부가 달랐다. 그리고
놈들의 날카로운 이빨은 치명적인 무기와 같아 한번 물리면 빠져 나오기 힘들어
보였다. 놈들은 하나가 나가떨어지면 그 뒤를 이어서 바로 공격해 왔는데 마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느새 막개의 검에 수 십 마리가 베어져 나갔다. 그러나 놈들의 끈질기고
무서운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막개는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도 힘겨운 상태에서
치우까지 신경을 써야했다. 만약 자신의 내공이 예전처럼 남아있다면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 그렇지 못했다. 이미 자신의 내공 중 일부를 치우에게 주입해
주었고 또한 몸에 퍼질 대로 퍼진 독기로 인해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러나 놈들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어느새 검은 그림자가 그의 앞쪽과 왼쪽
그리고 오른쪽에서 공격해 들어왔다. 아주 빠르고 날카로운 움직임이었다.
막개는 더 이상 생각 할 것 없이 자신의 마지막 남은 기까지 끌어 올려
검을 회전시키며 외쳤다.


"하늘의 구름을 가른다. 천중운(天中雲)!!"


순간 하얀 백광이 동굴에 번지며 수 십 가닥의 기운이 검은 괴물들을 향해 덮쳐
들어갔다.


커컹...커커컹!!


 놈들의 고통에 찬 비명이 여기 저기서 터지며 역겨운 피 비린내가 동굴에
퍼졌다. 그러나 막개도 온전할 수 없었다. 그의 마지막 힘까지 끌어올린
검법이어서 무척이나 많은 진기가 소모되어 몸이 휘청거렸다.


"허...헉...헉...헉!"


이미 자신의 몸을 자신이 통제 할 수 없을 만큼 막개는 지쳐가고 있었다.
 막개의 검에 잠시 주춤하던 놈들이 다시 막개의 주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자세히 세어 볼 수는 없지만 얼핏 보아도 이 십 여 마리가 되는 듯 보였다. 

 
'이런! 지독한 놈들이군!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들이냐!'


막개는 시커멓게 움직이는 놈들의 무리를 보며 암담함을 느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