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답답한 남자친구

답답해서2009.02.11
조회1,354

20대 후반 동갑내기 커플입니다. 사귄지는 이제 1년쯤 되었구요.

남자친구 성격은 굉장히 낯을 가리고 말이 없는 성격입니다.

좀 친해지고 나니까 보통 사람들처럼 대화하기는 하는데 꽁한 면이 있습니다.

왜 수줍음 많은 어린애들 보면 엄마한테만 칭얼거리고 밖에서는 암말도 안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한테 좀 꽁하네요.

 

데이트하다가 가게같은 곳에서 트러블이 일어날 수 있잖아요.

그런 경우에는 제가 열에 아홉은 다 해결해요.

영화 보러가서 예고편 나올 때쯤 화질이 이상하고 소리랑 잘 안맞는 것 같아서

"소리랑 화면이 좀 안맞지 않아?"했더니

"그런가?"하고는 그냥 가만히 있는거예요.

항상 제가 문제를 해결하고 다녀서 이 날은 좀 남친이 가서 해결해줬으면 했어요.

그래서

"응 안맞는 것 같은데 가서 말 좀 해줘" 했더니 묵묵부답으로 가만히 앉아있더군요.

다시 한 번 "응? 말좀 해줘"했더니 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길래

그냥 또 제가 가서 직원분께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들어와서 제가 남친에게 "왜 가서 말 안했어? 가서 말만 전해주면 되는 거잖아"

했더니 갑자기  성질을 확 내면서

"나는 아무 문제 없는 거 같은데 뭐라고 말해! 니가 가서 말하면 되잖아!"

하고 큰소리를 내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서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문제는 항상 이런식이라는 겁니다.

트러블을 일으키거나하는 것에 대해 아주 소심하게 굴어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지 못하달까요.

저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으면 그 상황을 회피합니다.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거지요.

그러다가 -그렇게 꼭꼭 쌓아두다가- 논리적으로 자신이 맞다는 확신이 들면

무섭도록 몰아세우면서 쏟아붓고 성질을 냅니다.

그럴때는 눈빛까지 변해요. 마치 사생결단이라도 낼 듯한 기분으로요.

극과 극이죠. 평소에는 항상 미소를 띄고 있으니까요.

전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싶은데

이렇게 남자친구가 답답하게 구니까 정말 미칠 것 같아요.

전 남자친구를 예전에 몇번 사귀어봤지만 이렇게 답답한 사람은 처음이거든요.

제 입장을 차근차근 설명해도 남친은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다물고 있죠.

이럴 때는 정말 내가 애 하나 키우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싶어서

울화가 치밀기도하고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바르긴 참 바른 사람인데 자기 하나 바르다고 해서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잖습니까.

자신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입을 꾹 닫아버리고..그러다가 미친 듯이 나에게 쏟아붓고....

나긋나긋 찬찬히 이야기해보자고 해도

"난 그런 거 못해 . 알잖아."라는 말 하나로 회피해버립니다.

굳이 그렇게 극과 극이 아니어도 세상은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너무너무 답답해요.

남친도 자신의 성격이 그런 걸 인정하고는 있지만...그렇다고 변화할 생각은 없는 듯합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까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 여러 생각이 들어요.

30년 가까이 그 성격 가지고 살아왔는데 제 입맛에 맞게 바꾸라고 하는 것도

참 예의가 아닌 것 같네요.

너무 너무 답답해서 여기에라도 이렇게 남겨봅니다.

무엇이 옳은 결정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바르고 돈 잘벌고 바람 안피우고 정직한...그것만이 미덕일까요.

그러한 조건들만 맞는다면...미래를 함께 설계해도 괜찮은 것인지..

 

 

리플 달아 주신 분들 의견을 보면서

앞으로의 저의 생활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만약 이 사람과 결혼했을 때..

과연 나는 어떤 하루 하루들을 보낼 것인가.

리플 달아주신 분들 말씀대로

문제 해결에서는 제가 앞장 서겠지요.

답답하네요. 그런 미래.

이 사람을 만나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면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1년간 지켜본 바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고

인생의 동반자로서는 ,,,확답을 내릴 수 없겠지요.

리플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