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의도로 오징어를 곱게 눕혀 놓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정성 하나는 대단하구나 싶었다. 비록 오징어는 피를 가장한 케찹을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있었고, 만든 이도 이를 곱지 않게 보았는지 케찹을 하반신에 집중적으로 뿌려 놓은 형태였다.
피를 가장한 붉은 케찹도 만약 독특한 향이 없었더라면 정말 피처럼 보였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적절한 농도를 위해 물을 넣고 거기에 물엿까지 살짝 넣은 듯 한 것이 정말 재무를 좋아하는 자의 짓이군하는 추측을 가능케했다.
처치 곤란의 물건을 오징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선물 준 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평화가,
“재무랑 먹으라고 초장까지 발라줬네.”
라고 단정을 지어버렸다.
“초장 아니야. 냄새가 케찹 같아.”
“케찹? 오징어에 케찹은 안 어울린다.”
입맛을 약간 다시던 평화는 케찹이란 말에 살며시 고개를 젓더니 이내 흥미를 잃은 듯 했다. 무던하던 평화가 음식 궁합을 중하게 여기는 아이라는 새로운 발견을 하면서 물건의 용도가 아닌 보낸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누가 보낸 걸까? 이번에도 못 봤어?”
“누가 왔다 간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네.”
역시나 모른다. 예상했던 대답에 오징어의 용도보다 평화의 용도가 더 궁금해졌다.
“배가 고픈 아이가 보낸 건 확실해.”
그래도 가끔은 쓸모 있는 평화가 뭔가를 발견한 모양인지 오징어를 째려보며 한마디 했다.
“어떤 점에서?”
“여기봐. 다리. 베어 문 흔적이 있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그랬다. 다리의 길이를 맞추려고 했는지 오징어 다리 중에 제일 긴 다리를 칼로 잘린 흔적이 아닌 이빨로 베어 문 흔적이 있었다.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그걸로 선물 준 사람을 찾기는 힘들겠어. 혹시 저번에 칼심 두고 간 그 얘 아니었어?”
“그 때 그 수돗가에서 본 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걔 맞는 것 같아.”
“정말?”
“그래. 내가 봤다니까.”
아까는 기억 안난다면서. 하긴 모든지 느린 평화니까. 그나저나 이런 나쁜 기집애들. 칼심도 모자라서 오징어까지.
눈이 어두운 평화의 말은 다 믿을 수 없었지만 케찹 소녀가 어제의 경험을 토대로 멋진 피를 연출하고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을 상상해보니 정말 범인이란 확신이 들었다.
“평화야! 가자.”
“어딜?”
“오징어를 돌려주러 가야겠어.”
“먹기는 좀 그래 보이지만 그래도 돌려주기까지야. 그래도 선물한 사람 성의가 있는데.”
“이딴 거 필요 없어. 재무 때문에 받는 선물은 더 필요 없구.”
“난 가기 싫은데.”
평화는 의리도 없었다.
“내가 점심시간에 재미있는 얘기 해줄게 같이 가자.”
“재미있는 얘기?”
그제야 눈을 반짝이는 나쁜 친구에게 재무의 소속사에서 천만 원을 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해 줄 생각이었다. 공짜를 좋아하는 평화니까 분명 재미있어 할 것 같았다. 이제 문제는 칼심 소녀가 몇 반 아이인지 수소문하는 일. 상당히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까 고민이었는데 의외로 쉽게 알 수 있었다. 평소 행동이 불량스러웠던 둘은 나와 평화만 몰랐을 뿐 전교에서는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기선 제압을 위해 2학년 3반의 교실 문을 요란하게 열고 들어가서는 칼심 소녀를 찾기 위해 눈을 번뜩였다.
생각보다 문 여는 소리가 크지 않았던 모양인지 문가에 있던 아이들만 쳐다보았을 뿐이라 나를 향해 있지 않은 아이들 속에서 칼심 소녀를 쉽게 가려내기는 힘들었고, 거기다 학교에 놀러온 건지 뒷통수만 보이며 수다 떠는 아이들까지 섞여 있어서 한 명씩 한 명씩 둘러보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평화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해서 덩달아 열심히 눈을 굴리는지 소리가 들려왔다.
“혜림아! 저기 있어.”
곧 평화는 다들 같은 교복을 입은 그녀들 속에서 용케도 한 사람을 손가락으로 지목해냈다.
기선제압.
기선 제압이 중요해.
나는 뒷통수만 보이는 칼심 소녀를 향해 한 걸음, 한걸음 다가서면서 기선제압을 해야한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조금은 겁이 났지만 그리고 조금은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평탄한 학교생활을 위해라는 명분을 만들며 오징어를 높이 치켜들었다. 순간 망설임도 들었지만 칼심 소녀의 뒤통수를 재무의 얼굴이라 생각하자 마음먹고 있는 힘껏 오징어를 그녀의 머리통을 향해 내리꽂았다.
따악.
아니 찰싹이라고 해도 좋을 소리가 온 교실에 퍼졌다. 정통으로 맞았는지 오징어가 머리에 착 붙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이어진 한 여인의 비명.
“아악!”
그러나 오징어를 맞고 뒤로 돌아선 건 칼심 소녀가 아니었다. 아, 눈 어두운 평화를 믿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미 평화는 저만치 사라진 후라 교실 속 아이들의 시선은 피 묻은 오징어를 든 나에게 집중되어 버렸다.
“어머, 미안! 난 아는 앤줄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뒤통수의 그녀가 그래도 평소에 얼굴이라도 아는 친구였다면 좋았으련만 생면부지의 여인은 아픔보다 황당함이 큰 듯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동공이 커져버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상황이 거기서 끝났더라면 인생 살다 겪을 수도 있는 해프닝으로 추억의 앨범에 고이 담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 여학생은 뒤통수를 문지르던 자신의 손을 보고만 것이다.
“피, 피야.”
“까악!”
케찹인지 알 리 없는 2학년 3반 여학생들은 단체로 비명을 질렀고, 더러는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 소리를 질러대서 복도에도 비명이 넘쳐나고 있었다.
[코믹] 해골가족 - 08. 거만한 피묻은 오징어
- 우하하, 해골가족 처음부터 보러 가기 -
8
어느 소녀의 소행인지 정성 참 갸륵하구나.
무슨 의도로 오징어를 곱게 눕혀 놓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정성 하나는 대단하구나 싶었다. 비록 오징어는 피를 가장한 케찹을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있었고, 만든 이도 이를 곱지 않게 보았는지 케찹을 하반신에 집중적으로 뿌려 놓은 형태였다.
피를 가장한 붉은 케찹도 만약 독특한 향이 없었더라면 정말 피처럼 보였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적절한 농도를 위해 물을 넣고 거기에 물엿까지 살짝 넣은 듯 한 것이 정말 재무를 좋아하는 자의 짓이군하는 추측을 가능케했다.
처치 곤란의 물건을 오징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선물 준 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평화가,
“재무랑 먹으라고 초장까지 발라줬네.”
라고 단정을 지어버렸다.
“초장 아니야. 냄새가 케찹 같아.”
“케찹? 오징어에 케찹은 안 어울린다.”
입맛을 약간 다시던 평화는 케찹이란 말에 살며시 고개를 젓더니 이내 흥미를 잃은 듯 했다. 무던하던 평화가 음식 궁합을 중하게 여기는 아이라는 새로운 발견을 하면서 물건의 용도가 아닌 보낸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누가 보낸 걸까? 이번에도 못 봤어?”
“누가 왔다 간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네.”
역시나 모른다. 예상했던 대답에 오징어의 용도보다 평화의 용도가 더 궁금해졌다.
“배가 고픈 아이가 보낸 건 확실해.”
그래도 가끔은 쓸모 있는 평화가 뭔가를 발견한 모양인지 오징어를 째려보며 한마디 했다.
“어떤 점에서?”
“여기봐. 다리. 베어 문 흔적이 있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그랬다. 다리의 길이를 맞추려고 했는지 오징어 다리 중에 제일 긴 다리를 칼로 잘린 흔적이 아닌 이빨로 베어 문 흔적이 있었다.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그걸로 선물 준 사람을 찾기는 힘들겠어. 혹시 저번에 칼심 두고 간 그 얘 아니었어?”
“그 때 그 수돗가에서 본 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걔 맞는 것 같아.”
“정말?”
“그래. 내가 봤다니까.”
아까는 기억 안난다면서. 하긴 모든지 느린 평화니까. 그나저나 이런 나쁜 기집애들. 칼심도 모자라서 오징어까지.
눈이 어두운 평화의 말은 다 믿을 수 없었지만 케찹 소녀가 어제의 경험을 토대로 멋진 피를 연출하고자 심혈을 기울인 모습을 상상해보니 정말 범인이란 확신이 들었다.
“평화야! 가자.”
“어딜?”
“오징어를 돌려주러 가야겠어.”
“먹기는 좀 그래 보이지만 그래도 돌려주기까지야. 그래도 선물한 사람 성의가 있는데.”
“이딴 거 필요 없어. 재무 때문에 받는 선물은 더 필요 없구.”
“난 가기 싫은데.”
평화는 의리도 없었다.
“내가 점심시간에 재미있는 얘기 해줄게 같이 가자.”
“재미있는 얘기?”
그제야 눈을 반짝이는 나쁜 친구에게 재무의 소속사에서 천만 원을 주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해 줄 생각이었다. 공짜를 좋아하는 평화니까 분명 재미있어 할 것 같았다. 이제 문제는 칼심 소녀가 몇 반 아이인지 수소문하는 일. 상당히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까 고민이었는데 의외로 쉽게 알 수 있었다. 평소 행동이 불량스러웠던 둘은 나와 평화만 몰랐을 뿐 전교에서는 꽤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잠시 후 기선 제압을 위해 2학년 3반의 교실 문을 요란하게 열고 들어가서는 칼심 소녀를 찾기 위해 눈을 번뜩였다.
생각보다 문 여는 소리가 크지 않았던 모양인지 문가에 있던 아이들만 쳐다보았을 뿐이라 나를 향해 있지 않은 아이들 속에서 칼심 소녀를 쉽게 가려내기는 힘들었고, 거기다 학교에 놀러온 건지 뒷통수만 보이며 수다 떠는 아이들까지 섞여 있어서 한 명씩 한 명씩 둘러보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평화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해서 덩달아 열심히 눈을 굴리는지 소리가 들려왔다.
“혜림아! 저기 있어.”
곧 평화는 다들 같은 교복을 입은 그녀들 속에서 용케도 한 사람을 손가락으로 지목해냈다.
기선제압.
기선 제압이 중요해.
나는 뒷통수만 보이는 칼심 소녀를 향해 한 걸음, 한걸음 다가서면서 기선제압을 해야한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조금은 겁이 났지만 그리고 조금은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평탄한 학교생활을 위해라는 명분을 만들며 오징어를 높이 치켜들었다. 순간 망설임도 들었지만 칼심 소녀의 뒤통수를 재무의 얼굴이라 생각하자 마음먹고 있는 힘껏 오징어를 그녀의 머리통을 향해 내리꽂았다.
따악.
아니 찰싹이라고 해도 좋을 소리가 온 교실에 퍼졌다. 정통으로 맞았는지 오징어가 머리에 착 붙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이어진 한 여인의 비명.
“아악!”
그러나 오징어를 맞고 뒤로 돌아선 건 칼심 소녀가 아니었다. 아, 눈 어두운 평화를 믿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미 평화는 저만치 사라진 후라 교실 속 아이들의 시선은 피 묻은 오징어를 든 나에게 집중되어 버렸다.
“어머, 미안! 난 아는 앤줄 알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뒤통수의 그녀가 그래도 평소에 얼굴이라도 아는 친구였다면 좋았으련만 생면부지의 여인은 아픔보다 황당함이 큰 듯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동공이 커져버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상황이 거기서 끝났더라면 인생 살다 겪을 수도 있는 해프닝으로 추억의 앨범에 고이 담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 여학생은 뒤통수를 문지르던 자신의 손을 보고만 것이다.
“피, 피야.”
“까악!”
케찹인지 알 리 없는 2학년 3반 여학생들은 단체로 비명을 질렀고, 더러는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 소리를 질러대서 복도에도 비명이 넘쳐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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