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로망) 치명적인 사랑 [14]

귀여운누나200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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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자전거 타는 여자... (1)

 

 

 

 

 

 

" 혜인씨"


" 네"


" 오늘 이 옷 좀 세탁소에 맡겨요. 급한 거니까 빨리 부탁하구요. 모레 입어야할 의상들이 있으니까요."


아침을 먹고 나자 서경이 빨래감이 든 쇼핑백을 들이밀면서 재촉을 했다.


" 네"


점심때가 돼서야 서경 씨가 맡기고 간 옷 보따리가 생각이 났다.


" 아뿔사, 큰일 날 뻔했네. 요즘 내 머리가 어떻게 됐나? 왜 이렇게 잘 까먹냐? "


" 근데. 세탁소는 어디 있을 까?  맞아, 그때 읍내에 있었지? "


처음 이곳으로 오던 날 택시 잡을 때 얼핏 본 것 같았다.


그 먼 곳까지 어떻게 간다.


아 참, 이럴 줄 알고 얼마 전에 시장에서 자전거를 한 대 샀지요.


차도 없는 데 차로 다닐 수도 없구, 그렇다고 맨날 택시를 탈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야아! 신난다.


이 시원한 바람...


저요?


지금 읍내에 가는 길이 예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 구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런 대로 잘 적응하고 있답니다.


이곳에 온지 한달 쯤 됐죠?


그 땐 더운 바람이 불더니 이젠 바람이 제법 차요.


 자전거 타고 가는 중이라서 그런지 더 바람이 시원하네요.


' 와아! 드디어 읍내에 입성! '


읍내에서 세탁소는 내가 생각했던 곳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역시 난 똑똑하다니까. '


난 세탁소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 아무도 없나?'


"저 아무도 안 계세요? "


" 잠깐만 유? "


방에서 점심을 먹던 아낙네가 부시럭 거리며 나온다.


" 저기 이 옷 좀? "


" 뭔데 유? "


고개를 들던 아낙네와 내 눈이 마주쳤을 때 우리는 아주 잠시동안 서로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녀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난 꺼내들었던 옷들은 황급히 쇼핑백에 넣으면서 뛰쳐나왔다.


" 너, 너 이년... 여보.. 똘이 아빠 나와봐요. 그년이야... "


그녀가 신발을 찾아 신는 소리가 들렸다.


난 자전거에 몸을 싣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쇼핑백에서 하얀 셔츠 하나가 떨어져 나와 대로에 나 뒹구는 데도 그것을 어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렸다.


그년이야....


나와 봐요...


여보....


똘이 아빠....


귀에서 이런 소리가 윙윙댔다.


똘이...


그래 그 아이의 이름이 똘이였었다.


작고 어렸던 6살 박이 소년...


불과 얼마 전이었던 그 시련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그래 어찌됐든 내가 나쁜 년이야...


6살 박이 소년...


그 소년은 이젠 어떤 꿈을 꾸며 살까?


내가 잘못했다...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바람결에 날리는 머리카락처럼  뒤로뒤로 흩뿌려지는 눈물줄기...


집 앞에 도착했다.


쇼핑백에는 아무렇게나 쑤셔 박혀 있는 옷들이 아슬아슬하게 나와 있었다.


잃어버린 셔츠...


어쩐다...


자전거를 세우고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 무작정 걷다보니 호숫가에 다다랐다.


잘게 여울지며 밀려오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벤취에 쭈그리고 앉았다.


슬프다...


이 호수가 이렇게 슬퍼 보일 줄은 몰랐다.


호수가 날 더 슬프게 했다.


내 슬픔에 호수가 동화된 것일까?


" 당신도 슬픔 꿈을 꾸다 깨어났군요? "


누군가가 내 옆에 앉는다.


햇빛에 눈부신 얼굴....


그는 영원이다.


" ... "


난 그냥 말없이 앉아 있었다.


" 슬퍼 보여서요...... 저도 늘 슬픈 꿈을 꿔요... 꿈에서 깨면 마음이 슬프죠. 잃어버린 뭔가를 찾지 못한 느낌... "


그가 호수에 반짝이는 물을 바라보면서 얘기한다.


"... "


" 당신도 지금 막 슬픈 꿈에서 깨어난 건가요? "


그가 또 묻는다.


" 아니요. 반대예요. 기쁜 꿈속에서 깨어나니까 슬픈 현실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슬픈 거죠. "


" ... "


그는 돌 하나를 주워 수면을 스치듯 던졌다.


두 번 튕기더니 물 속으로 사라진다.


" 전 슬픈 꿈을 꾼 날엔 늘 여기 와요. 그리곤 이렇게 돌이라도 던지고 나면 좀 기분이 나아지거든요. "


" 쇼들하고 있네. "


건방진 그다.


강혁 이라던가?


알고 봤더니 신인 영화배우란다.


이제 겨우 영화를 한 편 찍었다나?


그것도 조연이라지.


그래도 건방지기는 최고 스타라는 영원을 능가한다.


" 가정부와의 로맨스라... 조심해라... 괜히 스캔들 나면 그 동안 네가 쌓아온 인기에 지장 있다. "


" ... "


영원은 대꾸 없이 일어나 슬픈 얼굴로 저만치 가버렸다.


그 만이 건방지게 벤취에 팔을 큰 대자로 걸고는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


나도 일어나서 돌아오려는 데 그가 뒤에다 대고 아무렇게나 한마디한다.


" 괜히 헛물켜지마... 너 같은 건 아무것도 아냐. 그 녀석은 인기를 위해서라면 다 버릴 수 있는 놈이지... 히히... 그런 놈이야."


" 너나 잘해."


라고 한 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14. 세탁물 공수작전(2)

 

 

 

 

 

 


" 오늘은 스케줄이 빡빡하니까 자 얼른들 식사하고 일어 나야죠. "


서경이 아침 일찍부터 호들갑이다.


" 아 함~ 너무 피곤하다... 한 며칠 푹 쉬었으면 좋겠다. "


" 까불지 말고 얼른 정신차려. 그래도 이렇게 바쁠 때가 좋은 거야. "


" 네, 언니... "


" 아이구 이쁜 우리 해피야. 그동안 우리해피 얼굴 볼 시간도 없었네. 자, 뽀뽀."


' 에구 더럽게~ '


 그놈 면상을 보면 뽀뽀하고 싶은 맘도 확 달아나겠구만. 보기보다 비위가 좋네그려.'


그렇게 뽀뽀 세례를 받은 놈은 음식을 나르는 내 다리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밉상을 떤다.


그래서 하마터면 국을 쏟을 뻔했다.


그냥 엉덩이를 확 걷어차 주고 싶은 데... 개 주인만 없었다면 말이다.


다들 둘러앉아 바쁘게 식사를 하는 데 밉살맞은 이놈이 이번에는 식탁 밑에서 사람들 발가락 사이를 옮겨가면 핥아대고 있다.


이미 서경씬 기겁을 한 번 했으나 까탈스런 개 주인의 성격 때문인지 그냥 모른 척 하는 것 같았다.


" 아이구 속 쓰려. 어제 너무 과음을 했더니 속이 아프네. 야, 뭐 해장국 없어."


거의 상을 다 치울 즈음에 눈꼽도 덜 땐 눈으로 강혁이 나타났다.


' 저것두 개만큼이나 밉상스럽다니까 '


난 밥과 국을 떠다가 그의 면상 앞에 디밀었다.


" 뭐야, 이게 국이냐? 배추 넣고 소금 넣고 그냥 끓인 거지, 에이, 맛없어서 못 먹겠네. "


" 괜찮은 데 뭘 그래. 네가 과음해서 입맛이 없어서 그런 거지. "


영원이 내 편을 든다.


" 자식 편들기는... "


순간 식탁에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 아니 예요. 저 두 지금 억지로 먹는 거라구요. 그래도 그 노망난 할머니가 그립다! 음식 솜씨 하나는 끝내 줬는데... "


" 잔소리하지 말 구 얼른들 먹어요."


서경이 냉정한 말투로 얘기하자 다들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 아니 이건 뭐야? 머리카락 아냐? "


그가 국에서 짤막한 검은 머리카락을 하나 들어올렸다.


"에이 진짜 더러워서 못 먹겠네."


그가 숟가락을 탁 놓는다.


" 전 머리카락이 긴대요? 그건 해피 털인 것 같은데. "


나의 변명에 나영이 정색을 한다.


" 뭐라구. 우리 착한 해피는 왜 들먹이 구 그래. 진짜 웃기는 여자네. "


" 에이씨 이건 또 뭐야? "


" 깨갱~...깨갱~. "


결국 그의 발 밑에서 알짱대던 해피란 놈이 제대로 적수를 만나 그에게 걷어 차였다.


그는 신경질 적으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나영은 불쌍한 해피를 안아 올리면서 안쓰럽게 쓰다듬더니 날 째려보면서 이층으로 올라갔다.


" 참, 며칠 전 세탁소에 맡기라던 옷 어딨어요? 오늘 입어야 하는 데... "


" 네? "


" 지금 빨리 가져와요."


서경이 재촉한다.


" 저... 그게... "


" 왜 그래요? 지금 바빠 죽겠는데... "


" 저 그게 세탁소에서 아직 안 가져 왔는데요... "


" 뭐예요? 아니 맡긴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 가져왔어요.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읍내 세탁소에 맡겼죠? 가면서 찾아가야겠다. 자 빨리 나가죠. "


" 저기 그게 아직 못 맡겼어요. "


아앙~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다.


" 뭐예요? "


황당해서 말조차 안 나온다는 표정이다.


" 어떻게 해서든 내일까지 빨든 다리든 제대로 해 놓으세요."


그러더니 그녀는 얼굴이 굳어진 채 일행을 이끌고 나간다.

 

그녀의 군단을 태운 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허탈했다.


어쩐다...


빨래들을 꺼내들고 취급표를 보았다.


하나같이 다 드라이하라고 써 있고... 이만 저만 비싸 보이지 않는데...


거기 말고 세탁소는 없는 걸까?


어쩐다!


눈물이 난다.


다시 서럽다.

 

인생사 새옹지마...


인생이 항상 그런가?


이제 좀 적응 할 만 한데 또 이런 시련이 다가오니 말이다.


이런 곳에서 이런 당황스런 일이 생길 줄이야.


그냥 편안하게 울자.


그래 2분만...


" 너 지금 우냐? "


고개를 드니 강혁이 벽에 기대어 서있다.


" 아니 "


난 눈물을 닦으며 식탁을 치웠다.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했다.


' 그래 못 할 일은 없어. '


' 내일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그래 차를 타고 또 다른 가까운 데라도 가면 돼지. 설마 세탁소가 거기 말고 없겠어.'


순간 설거지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일단 읍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거기서 시외버스를 타던지, 택시를 타던지 해서 가까운 세탁소를 찾아야지.


쇼핑백에 옷가지를 챙겨 넣다가 그 때 잃어버린 셔츠가 생각났다.


마음에 좀 걸렸으나 그래도 이 옷들이라도 빨리 손을 써야 겠다는 생각에 자전거를 타고 쌩하니 달리기 시작했다.


한 10분도 채 달리기 전에 하늘이 잿빛으로 변하면서 먹구름이 몰려왔다.


" 뭐야, 여름도 아닌 데 설마 소나기? "


얼마 전 뉴스에서 마지막 태풍이 몰려온다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빗방울이 들더니 제법 굵게 내리기 시작한다.


에이, 어쩐다.


난 내가 젖는 것보다도 이 옷들이 ( 수중 전에 약한 이 드라이 크리닝 제품이 ) 더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기에는 이미 늦었다.


내일까진 꼭 완수하라는 엄명도 있었고.


난 달렸다.


그냥 앞으로 앞으로...


비에 옷이 젖을 까 걱정이 되어 쇼핑백을 꼭꼭 여민 후 웃옷 속으로 집어넣고 몸을 앞으로 숙여 비가 배 쪽에 들이치지 않게 하면서 달렸다.


쇼핑백 표면이 코팅처리가 된 제품이라 다행이었다.


온몸이 비에 쫄딱 젖었고 머리는 딱 달라붙었고 그 몰골로 사이클 선수처럼 몸을 앞으로 웅크리고 앞만 보고 달리는 날 보면 사람들이 미쳤다고 하겠다.


안 그래도 조금 전에 지나가던 차에서 젊은 남자들이 환호성을 질러대며 지나갔다.


얼마를 달렸을 까?


아마 반은 온 것 같다.


그때 오토바이 한 대가 쏜살같이 앞으로 지나가더니 저 만치에서 멈춰 섰다.


' 저 놈도 미쳤구 만... 비가 이렇게 오는데 '


" 야, 너 어디 가냐? "


또 그 놈이다.


" ... "


난 대꾸 없이 아까 그 자세로 계속 달렸다.


그가 슬슬 쫒아 온다.


" 이렇게 비가 오는데 자전거를 타고 미친 여자처럼 어딜 가냐? 야, 너 진짜 미친 거 맞지? "


그가 손을 자기 귀에다 대고 원을 그려댄다.


" 그럼, 이렇게 비오는 데 오토바이 타는 너는,  너 두 미쳤냐? "


" 나? 그럴 수도 있지. "


' 맹랑한 놈... '


' 참 미스테리한 놈이야.'


" 너 근데 이 빗속에서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냐? 꼭 죽으러 가는 여자 같다. "


" ... "


' 진짜 대꾸 해 주고 싶지가 않다니까 '


 " 어디가 내가 데려다 줄게? "


" 진짜? "


오토바이의 스피드를 생각하니 갑자기 구미가 당겼다.


" 세탁소... "


" 세탁소? "


" 근데 너 왜 말끝마다 반말이야? "


" 너 두 반말하잖아 "


내가 받아치자 그가 웃는다.


자전거는 길가 수풀에 눕혀두고 그의 오토바이를 타기로 했다.


" 너 배가 왜 그래? 복부 비만이야 "


그가 내 배를 꾹 누른다.


' 아 참 옷들 괜찮나?


난 소중한 아이 다루듯 쇼핑백을 꺼냈다.


" 뭐야? "


" 옷, 세탁할 거 "


" 어차피 빨건 데 뭘 그렇게 배속에다 집어 넣구 그래. "


" 안돼, 이 옷들이 수중 전에 약하단 말야. "


" 야, 빨리 타. "


난 그의 뒤에 탔다.


옷은 여전히 배 사이에 집어넣고...


" 야, 등 결려, 옷 빼. "


" 싫어, 빨리 가기나 해. "


" 진짜 너 바보지. "


그가 빈정거리듯 쳐다보더니 달린다.


" 야, 빨리 맡기고 와. "


" 아니, 저기 말 구. 다른 데... 좀 더 먼데 없을까? "


" 무슨 소리야? 저기다 맡기면 돼지. 바보 같은 소리말고 얼른 맡기고 나와. 비가 더 많이 오잖아. "


" 그럼, 그냥 여기 내려 줘. 내가 알아서 할게. "


" 맘~대로 하세요. "


내가 내려서자 그는 쌩하니 달려가 버린다.


난 길에 서서 택시를 기다렸다.


택시를 기다리면서도 혹시나 세탁소 일가의 눈에 띌까봐 마음을 조리며 두리번거렸다.


근데 택시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진짜~.


" 야, 너 진짜 미쳤지? "

 

또 그녀석이 나타났다.


" ... "


" 야, 빨리 타. "


" ... "


난 대꾸 없이 멀리 택시 오는 쪽 만 바라보고 있었다.


" 빨리 타라니까. 다른 세탁소 가자고. "


그제서야 난 히죽이 웃으면서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그렇게 하여 다른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다시 그의 오토바이를 타고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자 마자 나는 재채기를 연거푸 하면서 이제 감기가 몰려올 것을 예상해야했다.


" 잘한다. 그렇게 비를 맞고 다니니까 감기에 걸리지. "


' 사돈 남 말하고 있네. '


" 어쨌든 고마워... "


히죽이 웃는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가 안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얘기한다.


" 넌 아무래도 미스테리야. "

 

 

 

 

 

 

파랑새님! 순수님!

항상 재밌게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늘도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하루가 기다리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