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수, 죄민수를 만나러 갔다(사진 있음).

내인생의책200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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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 죄민수를 만나러 갔다!>

영화배우 최민수 씨를 찾아갔다. 산 속에서 9개월째 은둔생활을 한다는 최민수 씨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과연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아무 정보도 없는데, 그와는 아무런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데, 그의 소재지를 알아 낼 수 있을까? 그와 마주했을 때 그의 카리스마에는 눌리지 않고, 제대로 대처해야 할 텐데 라는 작은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그 생각을 처음 했을 때는 마치 고등학교 때 들었던 아슴푸레한 루머를 20여년이 흐른 지금 확인하러 가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최민수 광팬도 아닌데, 무턱대고 찾아가는 날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내겐 최민수 씨를 만나야 하는 목적이 있었고, 그 목적은 이런 돈키호테나 할 법한 무모한 일을 실행하는 내게 힘을 주었다.

MBC 스페셜의 <최민수, 죄민수…그리고 소문>를 인터넷으로 다시보기

2월 10일, 겨울비가 스멀스멀 내리는 날, 오전 10시쯤 나는 나의 로시난테(돈키호테의 애마)에 올라타고 달렸다. 이런 무모한 행위는 생각날 때 해야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잘 아는 나는 출판사 사람들에게 당장 가겠다고 말하고 길을 나섰다. 사람들이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이런 일은 사색에 빠지면 절대 실행할 수 없는 일이기에 보무도 당당하게. 나는 TV에서 최민수 씨가 마석 읍내 시장에 나온 장면을 봤던 터라, 그 부근에 가서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도 뒤져 봤지만 수락산 언저리에 있다는 두리뭉술한 정보만 얻었다. 그 어느 것도 최민수 씨를 만나기 위한 정보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사명감이 있었다.

정치, 연예, 경제 할 것 없이 온갖 소문과 설이 난무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루머로 가장 고생하고 있는 사람은 최민수 씨이고. 그 최전선에 서 있는 최민수 씨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제이 아셰르의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전해야 했다. 우리는 누군가가 내 마음을 읽어줄 때 위로를 받기도 한다. 최민수 씨가 이 소설로 작은 위안을 얻기를 바랐다. 지금 <최민수, 죄민수,소문?>을 다룬 MBC 스페셜 게시판은 최민수 씨를 응원하는 메시지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글 중에는 자신도 최민수 씨와 비슷하게 루머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는 내용도 있어, 더 이상 루머가 유명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루머에 눈이 먼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진실에도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 루머는 또 다른 루머를 만드는 배양액이 되고 루머는 바이러스처럼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간다.

나는 일종의 사명감을 느꼈다. 이번 만남이 우리 출판사가 이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를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는 행위이기에, 제대로 독자들한테 전하는 기폭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그래서 네비게이션에서 마석을 치니 주소가 남양주 시 화도읍이 나오기에 1차 목적지를 화도읍사무소로 잡았다. 읍사무소는 분명 뭔 정보가 있으리라는 추측 때문이다.

최민수, 죄민수를 만나러 갔다(사진 있음).

합정동에서 출발하다보니 네비게이션은 산초 판사(돈키호테의 하인)조차 없는 로시난테를 자유로를 거쳐 내부순환선으로 가는 길로 인도했다. 그리고 북부간선으로.....

합정동에선 안 보이던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안개가 스멀스멀 내려앉았다. 곧 남양주 화도읍이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

최민수, 죄민수를 만나러 갔다(사진 있음).

화도읍사무소를 바라보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망설이면서 차 안을 지켰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돈키호테 아닌가? 어떻게 하든 사랑하는 연인 둘시네아를 찾아야 한다. 눈앞에 있는 풍차를 두고 어찌 발길을 돌리겠는가? 발길을 돌리면 돈키호테가 아니지 않는가.

미친척하고 읍사무소에 물어봤다. 민원인을 접대하던 공무원은 2층 총무과에 가보라고 했다. 거기에서 수동면사무소의 전화번호를 얻었다. 최민수 씨가 수동면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제 목적지를 상당히 압축해 냈다는 성취감에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전화를 했다. 영화배우 최민수 씨가 있다는 수동면사무소로. 전화를 받은 사람은 최민수 씨를 수배하는 전화를 몇 번 받아본 듯. 자신들은 연예인을 위치추적하는 안테나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다. 최민수 씨가 우리 면사무소에 주소지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풍문으로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지금은 없을 것이라는 둥, 자세한 것을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는 둥 부정적인 말을 했다.

없다고? 최민수 씨를 찾을 수 없다고? 여기까지 비를 뚫고 왔는데.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남양주나 마석은 초행길이라 나는 근방 지리에 어둡다. 인터넷에서 알아본 수락산까지 가려면 수동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한때 수동에 머물긴 했단 말인가? 그러면, 지금은 다른 곳에 있다는 말인가? 혹 산속생활을 하다 보니 이곳저곳 옮겨 다니고 있는 걸까? 여러 추측만 해볼 뿐 내가 내려야 할 결론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단 수동으로 가 보기로 했다. 로시난테에게 수동면사무소를 알렸다. 정오가 지나 수동 면사무소에 도착. 전화 통화한 전력이 있는 면사무소에 쳐들어가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구경거리가 될 것만 같아 일단 행보를 멈춤. 아, 뱃속부터 채우자.

어제 술도 마셨고 하니, 해장도 할겸 자장면을 시켜 먹기로 했다. 근처 중국집을 찾아 동네를 돌아다녔다. 얼마 안 있어, 크지 않은 동네의 식당 집치고는 꽤 커 보이는 중국집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자장면보다는 값이 윗길인 간자장면을 시키며 물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최민수 씨가 이곳에 살았다면 분명히 흔적이 있을 테고 이곳 주민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잠깐. 간자장면을 주문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면, 내가 음식을 입에 넣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집적거리겠다. 일단 다 먹고 난 뒤에 묻자. 그런데 아뿔싸, 지갑을 차에 두고 내렸다. 지갑을 가져온다고 자리를 뜨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잡생각이 끼어드는데, 그새 아무도 없던 식당에 두 명의 총각이 입장 해 버렸다. 아이쿠나, 사람들이 없을 때 진작 물어볼 걸 후회막급이다. 할 수 없었다. 난감한 상황이 되더라도.....지갑을 가져오겠다고 말하자 주인은 다행히 순순하게 그러라 했다. 나는 급히 진정된 마음으로 문 앞에 주차한 로시난테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지불했다. 그리고 되도록 조용히 속삭였다.

"저 혹시 최민수 씨 집을 알 수 없을까요? 출판사에서 왔는데요."

뜻밖에 답을 주려는 태도다. 돈을 건네받던 아주머니가 아저씨한테 가서 물어본다. 오던 길로 계속 가서 XX주유소에 가서 물어보란다. 여기서부터는 최민수 씨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웬만한 정보는 모두 비공개다. 그래 맞아! 오토바이를 타는 최민수 씨의 모습이 떠올려졌다. 오토바이를 타려면 기름이 필요하지? 차로 5분 넘게 달렸다. 혹시 다른 길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계속 길을 따라 직진, 직진!

곧 SK의 빨간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선명한 XX주유소! 앗싸! 찾았구나 싶었다. 그러나 또 다른 장애물이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유리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내 차를 보고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로시난테가 LPG로 움직이는 말임을 한눈에 간파하고 얼굴도 내밀지 않는 것이다. 돈 될 사람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챈 것이다.

그래서 내려 문으로 갔다. 그들은 식사 중이었고, 최민수 씨의 소재지를 묻는 질문에 신경질이 반응을 숨겼지만, 삐져 나온 게 보였다.

아무래도 이런 성가신 일을 몇 번 치른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그것도 성가신 타인- 공인 주위에 사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분명 공인은 성가신 타인이다-을 찾는 사람들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겠다. 내가 접근하니 그들은 괜히 정보를 누설해서 성가신 일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나는 속으로 이제 어쩌지 고민이 되는데, 가장 나이 높아 뵈는 어른이 슬쩍 정보를 흘렸다. 어디로 가보시오. 지나가는 말로. 그제야 난 알았다. 그 즉시 난 ****로 갔다. 큰 길에서 난 샛길에 큼직한 간판이 있었다. 최소 5분 안에 최민수 씨의 집 나타나리란 걸 알 수 있었다. 그 어른이 말한 펜션에서 물어보면 최민수 씨가 사는 곳을 알 수 있다고 했지. 그런데, 막상 펜션에 찾아가 보니 비성수기라 머무는 사람들이 없는 탓인지 관리인조차 보이지 않고 괴괴하기만 했다. 나는 사무실에 노크를 해 보고, 건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계십니까! 계십니까! 고함을 쳐봐도 사람은 얼씬도 하지 않고 개 한 마리만 어슬렁거렸다.

앗, 여기까지 와서 이게 뭔가 황당해하는데,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3층 창문에서 얼굴을 빠끔히 내놓은 아주머니였다. 다행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최민수 씨 집을 아시나요?" 하고 물었다. 아주머니 눈은 '알고 있다.'로 보였다. 그래서 나는 목적을 말했다. 이미 그들은 최민수 씨 집을 쉽게 알려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공손하게 그를 만나러 온 목적을 아뢰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완강했다. 가르쳐 줄 수 없고, 지금 최민수 씨는 집에 없다고 했다. 집에 있으면 가르쳐줄 수 있지만, 없기 때문에 곤란하단다. 아뿔싸, 풍차가 모습을 막 드러내려는 순간인데. 아니 제가 최민수 씨랑 연락을 할 방법을 몰라, 아침에 서울을 떠나서 이제 도착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사무실에서 얼굴이 서지 않으니 제발 부탁한다고 간곡히 말했다. 최민수 씨가 안 계시면, 책이랑 명함이라도 집에 두고 오고 싶다는 말까지 했지만, 아주머니는 물러서지 않았다. 나도 질 수 없어 오늘 아침에 서울에서 먼 길을 출발했다는 말을 연거푸하면서 아줌마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래도 아주머니는 강한 신념으로 일급 비밀을 지켜기라도 하는 듯 답을 내놓지 않았다. 나는 아주머니가 아니꼽게 보이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다. 내가 어렵게 왔다고 해서 자신이 정보를 누설하면 최민수 씨한테 폐를 끼칠 수 있으니까. 루머는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데에서 출발하니까.

그런 아주머니도 내가 명함을 드릴 테니 전해주시겠냐고 하자, 확 흔들렸다. 고집을 누그러뜨리는 아주머니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만만세'를 불렀다. 잠깐 기다리란다. 아주머니는 몇 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최민수 씨랑 통화? 어쩌면 최민수 씨가 집에 있는 거 아니야? 몇 가지 가능성이 보이면서 우쭐해졌다. 드디어 만나게 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다시 나타난 아주머니는 여전히 완강했다. 최민수 씨가 집에 없기 때문에 가르쳐 줄 수 없다고. MBC 스페셜의 <최민수, 죄민수....그리고 소문> 때문에 최민수 씨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어,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했다.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구나 싶었지만, 몇 번을 더 실랑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주머니 입에서 곧 나올 것 같은 답변은 좀처럼 던져지지 않았다. 나는 한 발 물러섰다. 책을 전해주신다니, 아직 출간하지 않은 가제본이지만 최민수 씨에게 전해주시고, 전하신 다음에는 연락 한 번 줄 수 없냐고, 메일 한 번 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의리파 아주머니는 그 당부를 수락했다. 그제야 나는 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 그래도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아, 로시난테를 끌고 오면서 최민수 씨 집으로 보이는 곳을 카메라로 찍었다. MBC 스페셜을 볼 때 최민수 씨 집을 유심히 봤지만,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어제 들이킨 술을 탓하며, 아둔한 내 뇌를 탓하며........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제 최민수 씨한테 공을 넘기고, 전화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는.....

오는 길에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의 저자이자 영화배우인 서갑숙 씨가 운영하는 고기집이 보였다.

최민수, 죄민수를 만나러 갔다(사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