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날에는..

nulpurn2004.03.28
조회219

이런 날,
이 좋은 날에는...
떠나고도 싶다.
내 눈에 익은 공간이 아닌 낯선 풍경 속으로..
내 발길에 익숙지 않은 길을..

 

바다도 좋고..
산도 좋고..
들녘과 논, 야트막한 산들이 병풍 치듯 둘러 쌓인
이름 모를 시골마을도 좋고..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을 만들어내며
부단한 움직임으로 쉼 없이 걸어가고 싶다.

 

걷다 힘이 들면 그 곳이 목적지라고..
풍경이 나를 멈추게 하면 그 곳이 도착지라고..
그 어느 하늘 아래..
어느 땅 위에 앉아..
한 개비의 담배를 피우며..
저 너머에 있을 미지의 길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다.

 

내 지나온,
발자국이 새겨진 길을 뒤돌아보며 흐뭇한 미소 지우고 싶다.
그 곳에서 내 아는 이들에게,
그네들의 정겨운 모습을 그리며
정성스레 그들의 이름 하나 하나씩을 적어
각자에게 우편엽서를 띄우고 싶다.
다 적은 엽서를 우체통에 넣고
또다시 길을 떠나면서 상상하리라.
받고 기뻐하는 그 모습을...
또 어느 곳에서 다른 얘기로 써 내려가 채울
텅 빈 여백의 엽서를...

 

아!
이렇게 좋은 날엔...
그저 이러한 상상만으로도 즐거우리라.
생각만으로도 웃음짓게 하리라.
나를...
그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