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설화(雪化)

sOda200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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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雪化)


 

결의 처소에서 물러나며 담이는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온 몸의 기운이 순식간에 빠져 나간것처럼 몸이 떨리고 얼굴은 달아 올랐다.

휘가 방앞에 서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네.”

“좀 걷자.”


담은 휘를 따라 걸었다.

“결이 당분간 부족을 떠나 있을거다.”

“...네.”

“혼인 때문이란거... 알고있느냐?”

“네.”

“결이 절노부 제가의 여식과 혼례를 치르는 것은 예전에 결정되었던 일이다. 하지만...
갑자기 서두르게 된 것이 결국은 부여에 보냈던 달나미 때문이란거... 알고있느냐?”

“...네.”

“그럼 이제 어떡할거냐? 이 일은 족장의 귀에도 들어갈것이고, 그럼 너를 이대로 두지
않을수도 있다.”

“떠나겠습니다.”

“떠나란 말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휘는 잠시 망설였다.


“내게로 오지 않으련...? 나라면 너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다.”

“누군가에게 의탁하는 것은 이제 그만 하려고 합니다. 이미 너무 많은 분들에게 폐만
끼쳤고, 더 이상 저로인해 나쁜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누가 너 때문에 나쁜일이 생겼다고 하더냐? 난 너에게 이미 두 번이나 목숨을 빚졌다.
그걸 갚을 기회가 없다면 평생 후회할게다.”

“말씀은 고맙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휘가 울컥하며 담이의 말을 막았다.


“네게 청혼하려 한다.”

“......!”


놀란 담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휘의 표정은 확고했다.


“나라면...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휘님... 저, 저는...”

“아비의 원수를 갚는일은, 그래... 내가 해주겠다. 내성에서 힘을 키워 내가 그들을 모두
처단하겠다. 꼭 그렇게 해주마. 그러니 이제 그만 행복해져도 되지 않으냐...?”


전에 결이 한 말이 떠올랐다.

결은 휘가 담이를 여자로 보고 있다고 했었다.

애써 그것을 부정했지만... 결의 말이 맞았다.


“흠, 흠... 단지... 네가 내 목숨을 구했다는 것만으로 청혼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 평생
너처럼 가까이 두고싶은 여자는 없었다. 너처럼 가슴을 졸이게 만든 여인도 없었다. 한시도
네가 눈에 밟히지 않은적이 없고, 가슴이 매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너는, 손하나 까딱
않고 나를 쥐고 흔드는 유일한 여인이다. 어떠냐... 목숨을 구해준것만으로도 부족해,
불안한 밤과 낮까지 구해주라하니, 너무 파렴치하다 생각하느냐?”


담이는 목이 메였다.

휘의 말은 구구절절 진실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담이의 마음은 어떤가...

휘에게 느껴지는 한없이 고마운 마음과 반해, 결이의 혼례에 소리없이 분노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리 화가 나는지는 담이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도 결국은 자신이 벌인 일 때문에 서두르려 한다니... 더욱 화가 나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담이의 가슴속은 요동치고 있었다.


“생각할... 여유를 주세요.”

“그래.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결이 떠나기 전까지는 답해주었으면 한다.”

“...네.”


결이가 떠나기 전...

결이가 떠나기 전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이 둘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결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