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아저씨(2) - 키스 오브 화이어( Kiss of Fire)

아르거스200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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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칵테일 한 잔 해도 되요?"

"칵테일?"

"네."

"술도 잘 못 하면서..."

"그래도 마시고 싶은데..."

"술 마시고 주정하기 없기.. 하하.."

"알았어요. 치. 내가 언제 술 먹고 주정했다고 그러세요?"

"아니, 농담.. 농담 한 번 했다가 큰일날뻔 했네. 여기요?"

일식 돈까스집에서 점심을 하고 가까운 커피숍으로 옮긴 후였다. 수영은 갑자기 칵테일이 마시고 싶었다.

"근데, 오늘 수업 없어?"

"학원요? 제가 수업을 좀 줄였어요."

"수업 못 한다고 원장이 줄인게 아니고.."

"아저씬, 절 어떻게 보시고.. 그래도 저 안양에서 알아주는 학원강사예요."

"미안. 오늘 말 꺼낼때 마다 본전도 못 찾는걸.. 조심해야지."

"알았죠? 조심하세요. 히~" 수영은 상우가 무안해하지 않게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어주었다.

"여기요."

상우가 종업원을 불렀다.

"근데 뭐 마실지 생각해 봤어? 칵테일 별로 안 좋아하잖아."

"골라 놨죠."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아가씨가 메뉴판을 가지고 다가왔고, 수영은 씩씩한 목소리로

"여기요, 잠깐 아저씬 운전해야 하니까 오렌지쥬스 드세요. 음 저는 키스 오브 화이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메뉴를 적은 아가씨가 주방쪽으로 갔다.

"키스 오브 화이어?"

상우가 물었다.

"어, 들어본 칵테일 같은데.."

"에이, 아저씬 저랑 상미랑 성년의 날 같이 마셨잖아요."

"아, 그랬구나. 웬지 이름이 낯설지 않다 했지. 와 근데 수영이 너 기억력 좋구나."

'어떻게 그걸 잊어요?'

"그럼요. 제가 그랬잖아요. 잘 나가는 학원 강사라구요. 히히.. 제가 한 머리 하잖아요."

"내가 잘못했다. 띄워 주는 거 아니였는데.."

"근데 저랑 이렇게 밥도 먹고 차도 마실 시간 있으세요?"

"어, 급한 일은 오전에 끝내 놓고 왔지. 점심 먹고 3시쯤 올라가면 돼."

"3시요? 와, 2시간이나 남았네.. 술 마시고 주정해야지.. 히히."

"하여튼..."

 

"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 칵테일은 이쪽이죠?" 주문을 받았던 아가씨가 칵테일과 오렌지쥬스를 가지고 나왔다.

"나, 커피 마시고 싶었는데.."

"아저씬. 커피 많이 마시면 안 좋아요. 오래 오래 사셔야지.. 쥬스 마시세요. 몸을 생각하셔야지. 항상 30대인줄 아시나봐."

"어이, 31살이라니까.."

"어떻게 그 나이는 처음 만날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마음은 그렇다는 거지.."

쥬스를 마시면서 상우는 계속 수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수영아, 요즈음 무슨 일 있니?"

"아뇨, 왜요?"

"아니, 그냥.. 꼭 무슨 일 있는 것 같아서.. 고민 있으면 얘기해봐. 학원에서 힘드냐? 아님, 청춘사업이 잘 안돼?"

"아저씬, 제가 청춘 사업 하는게 뭐 있어요? 아, 누구 좋아한다고 고백했는데 별 반응이 없어서 그렇지.. 히히.. 아, 취한다.. 이거 주정인가?"

"아니, 요즈음 얼굴이 안 되어 보여서.. 혹시, 다이어트 하냐.."

"아저씬, 다이어트 해서 예뻐지려고 노력할 나이는 지났죠. 벌써 서른인데..."

"아, 참 세월 빠르다. 항상 20살 그 때 같은데..."

"그거야. 제가 동안이니까 그렇죠."

"내가 졌다. 어휴 무슨 말을 못 해요."

"철이 안 들어서 그렇대요. 사람이 철이 들면 갑자기 늙는대요. 그래서 철 들기 무서워요."

"그래, 철 들지 말고 그냥 있어. 그래도 수영이는 언제나 이쁘다."

"와, 신난다. 아저씨한테 이쁘단 소리도 다 듣고..."

수영의 잔은 벌써 반이나 비어 있었다.

"근데 오늘 너무 마시는거 아냐?"
"이제 그만 마시려고 했어요. 그렇잖아도.. 취하는 거 같네요. 근데 저 집까지는 데려다 주실거죠?"

"데려다야 주지. 근데 동네사람들이 보고 오해하면 어떡하냐? 대낮부터 술 마셔서 얼굴이 빨개져서 웬 남자랑 같이 다닌다고.."

"별 걱정을 다하시네요. 그래서 데려다 주시기 싫다구요. 그럼 관둬요. 뭐. 택시 타고 가면 되지.. 나 갈래요."

"아휴, 저 급한 성격.. 알았어. 가자.."

상우를 차를 탔더니 취기가 더 오르는 것 같았다. 취하면 졸린데 오늘도 그런 것 같았다. 집에까지 갈 때까지 잠시 눈을 붙여야지 했는데 어느새 깊이 잠들었나 보다. 상우의 목소리에 깼다.

"어, 나야. 아직 볼일이 안 끝나서.. 그래, 김사장이 계속 찾는다고.. 알았어 금방 갈게.. 한시간만 기다리라고 해. "

시계를 봤더니 3시하고 30분이나 지나있었다.

"죄송해요. 가 보셔야 하는데.. 깨우시지 그러셨어요? "

"넘 곤하게 자길래.."

차는 수영의 아파트 근처 공터에 세워져 있었다.

"저 여기서 걸어갈게요. 얼른 가세요."

"아냐, 태워다 주고 가도 괜찮아. 얼마나 걸린다고.."

"아니에요. 좀 걷고 싶어서 그래요. 정말 괜찮아요. 술도 다 깼어요."

"그럼 그래도 될까?"

"아휴 괜찮다니까요. " 수영은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조심해서 가시구요. 오늘 점심 잘 먹었어요. "

"그래 간다." 상우가 급하게 차를 몰고 떠났다. 아마도 서울 사무실에서 상우를 급하게 찾고 있었나 보다. 상우는 작은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거래처 사장이 계속 상우를 찾고 있었나 보다.

 

상우가 떠나고 수영은 가까운 벤치에 가서 앉았다. 봄바람이 정말 달았다. 목련이 지고 있었다. 엊그제 목련을 보고 한참을 울었던 것 같은데 그 목련이 지고 있었다. 그 목련을 보면서 시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고 있었다. 지나온 10년과 앞으로의 시간을..

 

상우가 점심을 산다고 했을 때, 아니 같이 커피 한 잔 하고 갈 시간이 된다고 했을 때 수영은 키스 오브 화이어를 생각해 내었다.